<미저리>는 영화의 주인공 폴이 쓴 책 제목에서 따온 것입니다. 재밌는 건 이 영화가 스티븐 킹의 원작을 담고 있다는데 있지요. 동명의 소설을 롭 라이너가 멋지게 영화로 만든 것인데 주인공이 스티븐 킹 자신과 마찬가지로 인기 소설작가로 설정돼 있습니다. 그렇기에 폴이 열심히 타자기를 두들겨댈때 원작자가 떠오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예요.

<캐시 베이츠>

기억을 계속 거슬러 올라가도 그녀를 처음 본 건 아무래도 이 영화인 듯 합니다. 그녀가 애니로 분해 폴의 다리를 사정없이 망치로 내리치는 그 순간 그녀는 알러뷰~를 영혼까지 바칠듯 내뱉습니다. '적역'이란 <미저리>의 '애니 윌크스' 역에 캐시 베이츠가 낙점될 때를 두고 만들어진 단어라 하고 싶을 정도로 그녀의 열연은 영화 속 애니의 대사를 빌어 퍼펙트 합니다.

<줄거리>

'미저리' 시리즈의 인기작가 폴 쉘던은 새로운 작품의 집필을 끝내고 뉴욕으로 돌아가던 중 눈보라 속에서 사고를 당하게 됩니다. 벼랑으로 추락한 차 속에서 그를 구해낸 여인 애니 윌크스는 폴을 집으로 옮겨 간호사였던 전직을 되살려 정성껏 간호합니다. 힘으로 대적할 시 상대를 약간 움칫거리게 할 수 있는 체구와 긴 단발에 검고 굵은 머리카락, 웃어도 무서워 보이는 얼굴의 그녀지만 어쨌든 그녀는 폴의 생명의 은인이자 수호천사입니다. 그녀가 미저리 시리즈 최신작을 읽기 전까진 말이죠.

단순히 그의 팬인줄 알았지만 병원에 데려가지도, 연락을 취하지도 않는 그녀가 어째 좀 이상합니다. 그리고 미저리 최신작을 사다 읽은 그녀가 훽 돌아버렸을 땐 '죽을수도 있겠구나' 싶어 발버둥 친 폴이었죠. 그래서 그놈의 펭귄조각상이 머릴 동쪽으로 향했는지 남쪽으로 향했는지 알 바 아니었고, 그녀가 준 진정제를 죽기 살기로 모아 와인잔에 털어넣는 짓까지 했는데! 애니는 죽은 미저리를 다시 살려내라며 그가 막 끝낸 신작 원고를 태워버립니다.

결국 폴은 무덤에 있던 미저리를 다시 부활시켜 그녀를 기쁘게 합니다. 그리고 탈출할 기회를 엿보지요. 비록 그 기회가 그녀에게 발각되고 회복돼가는 다리는 그녀가 내리치는 망치로 엉망진창이 돼 버리지만 말입니다.

애니의 애정의 대상이 미저리라는 가공의 소설 속 인물에서 실제인 작가 폴에게로 옮겨지는것도 단순한 스토커적 기질과 비이성적인 성향만으로 합리화하기보단 그녀의 과거를 내비춰 충분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소수의 인물과 애니의 집, 더 들어가 폴의 방이라는 좁디좁은 공간, 그리고 그 둘의 극으로 까지 치닫는 상황으로 최고의 긴장감과 스릴을 안겨줍니다. 30년 가까운 고전 아닌 고전인데도 전혀 그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예요. 누군가 스티븐 킹을 두고 방안에 갇힌 파리 한 마릴 두고도 책 한 권은 술술 써내려갈 수 있는 이야기의 제왕이라고 하는데 과장이 아닙니다.

가끔은 케케묵은 먼지를 손에 묻혀가며 이런 오래된 명작을 꺼내보는 것, 불이란 불은 다 꺼놓고 팝콘 한주먹씩 먹어가며 홀로 '애니 윌크스'를 만나는 것은 분명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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