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줄 모르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이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쳤다. 워낙 높은 지지율을 유지해왔기에 하락했다 해도 여전히 높지만, 지지율을 떨어뜨린 이슈가 무엇인지가 문제다. 북한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공동입장,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이 원인이 됐다. 특히 단일팀 구성이 핫이슈다.
부침을 거듭해온 남북관계에서 그래도 스포츠 교류는 꾸준히 높은 성과를 거둬온 분야였다. 남북교류전부터 응원단 파견, 단일기를 든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있었다. 스포츠 교류는 전 세계에 주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고, 단일팀이 좋은 성적을 거둬왔으며, 미디어가 활용하기 좋은 이미지를 제공하기도 했다. 지난 보수정권 9년간 남북관계는 파탄에 이르렀다. 대북정책의 기조를 전환한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마땅한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 마침 남한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릴 시기가 됐다. 휴전선 코앞에서 열리는 올림픽 전후로 북한이 미사일 훈련을 하거나 핵실험이라도 한다면 정상적인 대회가 진행되기 어렵다는 사실은 자명했다. 이 꼬인 문제의 돌파구를 열 가장 좋은 방법이 동계올림픽을 활용한 스포츠교류뿐이라는 사실 또한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올림픽 개막을 불과 한 달여 앞두고 시작된 협상에서 해낼 수 있는 최선의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론은 요동쳤다. 왜 그럴까?
나는 무엇보다도 보수언론과 보수야당의 전 방위적인 공세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해방이래로 70여년간 이 특기로 명맥을 유지해왔다. 장담컨대 만약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지 않았고 예정대로 2017년 12월에 대선이 치러졌다면, 평창올림픽에 북한선수단을 참가시키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은 보수정권이었을 것이다. 올림픽의 성공개최는 보수정권의 치적이 될 것이고, 그것을 위한 필수조건 중 하나가 북한의 참가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보수언론과 야당이 지금처럼 사방팔방으로 막말을 쏴대고 있었을까? 그들이 조용했다면 이 정도의 여론동요가 있었을까?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평창올림픽과 관련된 여러 여론조사들을 살펴보면 대체로 공동입장에는 찬성하나 단일팀 구성에는 유독 반대여론이 높다. 유시민 작가는 방송에서 이 문제가 젊은 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성을 해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나 집단보다는 사람을 중요시하는 2~30대가 출전의 기회가 줄어드는 선수들에게 이입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보면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비판의 골자는 아주 오래된 딜레마다. 대의를 위해 소수는 희생되어도 좋은가?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떠해도 상관없는가?
따지고 보면 단일팀에 대한 반대여론은 하나의 목소리가 아니다. 보수층과 고연령층은 대체로 북한과의 협상 자체가 불쾌할 수 있다. 그들이 주로 보는 언론과 지지하는 정당의 주장에도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진보층과 저연령층은 대체로 그 협상과정의 문제, 그로 인해 희생되는 선수들의 문제가 불편할 것이다. 단일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서로 다른 두 여론집단이 하나로 목소리를 내기 때문에 커진 것이다.
너무 촉박한 기간에 추진된 단일팀, 그 과정에서 선수나 스태프와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다는 점, 팀워크를 갖추기에는 너무나 부족한 시간 등 이번 단일팀의 구성에는 무리수가 많았다. 스포츠와 정치는 항상 뗄 수 없는 관계지만, 너무 노골적인 스포츠 정치는 반감을 불러오기도 한다. 청와대에서도 “선수들의 입장을 미처 사전에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단일팀 구성을 옹호한다고 ‘비인기 종목인데 관심을 받으니 좋지 않으냐’느니, ‘어차피 메달권 밖’이라느니, ‘원래 우리 대표팀도 올림픽 출전 성적이 안 된다’느니 등 안하느니만 못한 말들을 하기도 한다. 정권의 성공을 바라는 마음에 지지율 하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일 테다. 그러나 그런 대응은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부정적 감정을 심어주는 효과만 가져온다. 정당한 비판을 무시한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로 뽑힌 정부는 때로 국민여론에 반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모든 정책결정마다 여론조사를 해야 한다면 왜 선거를 하겠는가. 여론에 반한 선택이 더 큰 성과로 돌아와 여론이 반전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선거에서 심판을 받는다. 그게 대의민주주의 원리다. 지지율의 등락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부족한 점을 고쳐나가면 된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의 경기는 전 세계가 주목하는 경기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영화와 같은 명승부를 연출해서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의 코를 눌러주는 상상도 해본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해온 남한의 선수들, 갑작스레 합류하게 돼 어색할 북한의 선수들 모두에게 바라서는 안 될 바람이다. 다만 그들이 이 우여곡절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차이보다는 공통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길 바란다. 경기의 승패는 몇십 분에 갈리겠지만 함께 보낸 몇 주가 선수들과 스태프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 그래서 그들이 북한이라는 단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집단이 아닌 함께 경기를 뛰었던 동료를 떠올린다면, 그 경험을 주위에 전파해준다면 지지율 몇 프로를 잃고도 얻을만한 충분한 성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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