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개량 한복 차림의 한 남성이 주황색 가슴띠를 두르고 읍내 상점을 들락거리고 있었다. 지나는 사람들에게 전단을 나누어주면서 경상도 말투로 무언가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무관심하게 지나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에게 관심을 보이고 대화를 나누는 이도 있었다.
“봉화는 12월부터 추워서 하우스도 못합니다. 12월에서 2월까지 완전 방학인데, 시간 여유도 있고 캠핑카도 있으니까. 운동본부에 전국 시군을 돌면서 캠페인을 벌이겠다”
이 남성은 경북 봉화에서 온 농부 김태수(봉화군 물화면. 53)씨로, 기본소득제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전국일주 시위를 하고 있다.
3개월 간의 전국일주를 자청한 김씨는 지난 1일 구례군을 시작으로 전남 13개 시군을 돌았다. 이후 전북 지역으로 넘어온 김씨는 지난 18일 전북 시군 중 여섯 번째 목적지 부안에 도착했다. 그동안 숙식은 캠핑카에서 해결하고 다른 시군으로 이동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낯선 거리를 돌며 전단을 나누어주고 서명을 받는 캠페인을 벌였다.
김씨가 벌이고 있는 캠페인은 지난 8월 30일 ‘기본소득 개헌운동 출발 기자회견’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온국민기본소득’의 개헌 추진 서명 운동이다.
김씨에 따르면, 운동본부는 1인당 월 30만원의 기본소득을 현금으로 지원할 것을 주장한다. 운동 초기에는 생존 이상의 문화생활까지 가능하도록 월 50만원 지급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5천만 인구로 계산해 1년에 300조 예산이 필요하다. 이에 국내 연구자들은 기본소득 적정 금액을 월 30만원 정도로 낮추고 우선 도입을 추진한 이후 점차 늘리자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아직 온국민 기본소득에 대해 지방 쪽에는 아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9년 전 시작한 이후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김씨는 덧붙여 설명한다.
김씨는 “한 겨울에 캠핑카에서 먹고 자다 보니 추위가 가장 힘들다”면서 “경상도는 눈이 많지 않은데 전라도는 눈이 많아 운전할 때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추위와 눈을 전국일주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김씨는 이어 “(부안에서) 상가에 들어갔는데 한 분이 알고 계신다며 관심을 보여 반가웠다”면서 “길에서 만난 한 분은 연세가 많으셨는데 (기본소득 개헌을) 설명하니까 ‘이거 하면 좋지’라는 반응을 보여 보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전북에 이어 충남, 충북, 강원도, 경남, 경북 지역으로 2월 말까지 서명 운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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