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장명수 총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환경단체가 정치단체화 해 새만금 사업 방해했다” 발언도
도의원들 성명 내고 “장 전 총장 발언이 오히려 유언비어”
민노총 “송지사는 매도된 단체와 도민에게 사죄하라” 촉구

장명수 전 전북대총장이 ‘시민사회단체가 전북의 발전을 막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자 전북도의회는 물론 시민사회단체가 반박성명을 발표하는 등 발끈하고 나섰다.
장 전 총장은 지난달 28일 전북연구원이 주최하고 전라북도가 후원한 ‘전북자존의 의미와 과제’ 토론회에서 '전북 자존, 희망 세우기'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김제공항 건설 반대와 전주·완주 통합반대는 주민 스스로가 발목을 잡은 예이고, 부안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은 외부적 타의로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장 전 총장은 이어 “부안 방폐장은 정부 지원이 큰 만큼 지역발전에는 획기적 도움이 될 만했다”며 “그런데도 민주노총과 전교조, 민언련, 정의구현사제단 등 13개 환경단체와 정치단체가 달려들고 최열, 문규현 신부 등이 반대세력의 조직력과 자금력을 앞세워 '기형아가 나온다', '모두 암에 걸린다', ‘농수산물 못 먹는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려 부안 발전을 100년 후퇴시켰다”고 비난했다.
장 전 총장은 새만금 개발 지연을 두고도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그는 “환경단체는 환경보전을 슬로건으로 정치 단체화해 끊임없이 (새만금 사업을) 헐뜯고 방해했다”며 “이들은 환경보전을 앞세워 정치투쟁으로 명분과 실리를 얻으려는 속셈이었고 이미 이득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장 전 총장이 진보성향 시민·사회단체들을 지역발전 방해 세력으로 지목하자, 전북도의회 국주영은·양용모·이해숙 도의원은 29일 성명을 내고 “김제공항이나 전주·완주 통합반대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에 따른 선택이었다”면서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존중하고 보호받아야할 그들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부안 방폐장처럼 객관적으로 지역발전의 효과를 검증하기 어려운 사안을 막무가내로 지역발전의 천재일우로 판단하는 발언은 대학총장 출신 인사의 말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라며 “더구나 부안 주민들이 환경단체와 신부의 유언비어에 끌려 다닌 것처럼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진실이 아닌 유언비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11일 성명을 내고 “토건 세력 중심의 개발 논리는 새만금 사업을 둘러싼 지역 주민의 삶 터전 파괴, 핵폐기장 건설을 둘러싼 지역 공동체 파괴 등 전북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면서 “토건세력의 배를 불리는데서 지역 발전의 방향을 찾는 낡은 생각에 토대해 ‘전북 자존’의 의미를 운운하면서 도민 편 가르기 하는 모습은 황당하고 분노스럽기 그지없다”고 개탄했다.
민노총은 이어 “송하진 지사는 28일 토론회에서 매도된 단체와 도민들에게 사죄하고 전라북도가 추진하는 ‘전북 자존’의 의미가 무엇인지 도민들 앞에 똑똑히 밝혀라”라고 촉구했다.
성명에 동참한 국주영은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역의 어른으로서 지역 통합에 앞장서야 할 장 전 총장이 증거도 없이 시민사회단체가 지역발전을 저해했다고 말하는 건 또 다른 편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특히 방폐장의 경우는 경주가 10여 년 전 유치했기 때문에 (지역발전 여부는) 이미 증명이 됐다. 지금 경주 시민들이 얼마나 후회를 하고 있고, 작년에 일어난 지진 때문에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이미 드러났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도 “(장 전 총장의) 근거도 출처도 없는 그런 주장 자체가 유언비어”라면서 “정치권과 기득권이 (국책사업을 비롯한) 정책 실패를 면피하고 실패의 책임을 시민사회에 떠넘기려는 논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안 방폐장은 동학이나 의병운동 역사처럼 성공한 주민자치의 역사로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소식을 접한 군민 ㄱ씨(59. 부안읍) 역시 “장 총장 말대로라면 방폐장을 반대했던 90%의 부안 주민들은 다 무식해서 유언비어에 넘어갔다는 말이냐?”라고 발끈하며 “우리 지역에 수백 년이 지나도 여전히 위험한 핵폐기물이 들어오는 걸 막은 것만으로도 우리는 자랑스럽다. 그만큼 우리 후손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게 된 것 아니냐”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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