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미의 시가 있는 풍경
누가 지금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 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남겨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그러한 애인이‘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남겨놓고’어디론가 떠났다. 사람과의 만남이란 잘했든 못했든 헤어지고 나면 늘 후회를 동반하게 되는 것인지 시인은‘작고 소박한 꿈’하나 들어주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다.
굳이 이 시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자주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것에 대해, 그 인연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겪게 될 내 몫에 대해, 전생과 업에 대해.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어떤 끈들로 한 쾌에 똑같이 꿰어진 조기 꾸러미 같은 것 아닐까.‘만나질 사람은 끝내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라는 말이 더는 식상하게 여겨지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