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미의 시가 있는 풍경

누가 지금
문 밖에서 울고 있는가.
인적 뜸한 산언덕 외로운 묘비처럼
누가 지금
쓸쓸히 돌아서서 울고 있는가.

그대 꿈은
처음 만난 남자와
오누이처럼 늙어 한세상 동행하는 것
작고 소박한 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

세상의 길들은 끝이 없어
한 번 엇갈리면 다시 만날 수 없는 것
메마른 바위를 스쳐간
그대 고운 바람결
그대 울며 어디를 가고 있는가.

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남겨놓고
슬픈 날들과 기쁜 때를 지나서
어느 먼 산마을 보랏빛 저녁
외롭고 황홀한 불빛으로 켜지는가.



김형미 시인
애인.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지녀보았을 이름. 주머니 속 반질한 호두알처럼 가장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한 번 엇갈리면’이승과 저승의 거리만큼이나 먼 거리를 갖게 되는 것. 한때의 추억만으로도 한 생이 버거워질 수 있는 것. 그럼에도 늘 심장이 살아 뛰게 만드는 힘을 지닌 근원적인 욕망 같은 것. 희망이나 진실 같은 것. 아련한 사람들의 살 냄새 같은 것. 그것이‘애인’이 아닐까.

그러한 애인이‘내 빈 가슴에 한 등 타오르는 추억만 남겨놓고’어디론가 떠났다. 사람과의 만남이란 잘했든 못했든 헤어지고 나면 늘 후회를 동반하게 되는 것인지 시인은‘작고 소박한 꿈’하나 들어주지 못했음을 뼈저리게 뉘우치고 있다.

굳이 이 시가 아니더라도 나이가 들어가면서부터 자주 생각하게 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이란 것에 대해, 그 인연으로 인해 어떤 형태로든 겪게 될 내 몫에 대해, 전생과 업에 대해. 어쩌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어떤 끈들로 한 쾌에 똑같이 꿰어진 조기 꾸러미 같은 것 아닐까.‘만나질 사람은 끝내 다시 만나게 되어 있다.’라는 말이 더는 식상하게 여겨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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