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회사법인 ㈜홉앤호프 박상훈(41) 대표

부안에서 ‘홉’으로 이제 막 도약을 시작하는 회사가 있다. ‘희망과 함께 홉을 심다’라는 뜻을 담은 농업회사법인 홉앤호프 주식회사다. 대표는 주산면 출신 박상훈씨다. 홉앤호프는 지난 2013년 청담농장으로 출발해 2016년 8월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현재 국내에 홉을 재배하는 곳은 충북 제천, 강원도 홍천군 등 손에 꼽을 정도이고, 특히 홉앤호프처럼 씨앗으로 재배에 성공한 곳은 없다고 한다.
사실 홉은 국내에서도 1980~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재배가 이뤄졌다. 하지만 고품질의 홉이 저렴하게 수입되면서 점차 사라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농가의 신소득작물로 기대를 모으면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홉앤호프가 있다.

홉과의 인연
박상훈 대표는 주산면이 고향이지만 귀농인이다. 서울에서 10여년간 금융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지난 2012년 10월에 귀농했다. 귀농 초기만 해도 박 대표는 홉을 알지 못했다. 우연한 기회에 행운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어느날 맥주를 마시던 중 성분명을 봤는데 홉, 맥아 등이 적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홉에 궁금증이 생겼고, 그 때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국내에 재배하는 곳도 거의 없었고 수제맥주 시장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습니다. 거기에다 기능성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기록들이 많아 이거다 싶었습니다.”

쉽지만 않았던 홉 재배
박 대표가 홉 재배를 시작한 것은 귀농 다음해인 2013년도부터다. 그 해 11월경 해외 사이트에서 홉 씨앗 100개를 구입해 시험 삼아 집에서 심어봤는데 우연히 15주가 발아한 것이다. 이후 계속 증식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1000주가 넘을 정도로 늘어났다.
이 과정까지가 그에게는 쉽지만은 않았다. 홉의 특성을 잘 알 수 없었고, 암나무와 수나무가 있는지도 몰랐다. 거기다 지자체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기 때문에 혼자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가야만 했다. 때문에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고 한다. 특히 홉을 재배하면서 수익은 발생되지 않고 돈만 투입되는 상황에 더욱 힘이 들었다. 여기에 홉을 건조해 압축하는 기술까지 연구 하면서 1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자되면서 집에 생활비도 못 주는 상황이 됐고, 이 때문에 아내와도 갈등도 잦았다.
“5년간 홉에 대한 열정을 쏟았지만 생각처럼 생산량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아내는 서울에 올라가서 다시 직장생활을 하면 어떻겠느냐 하고, 실적은 나오지 않고 해서 올해 초까지만 해도 그만둬야 하나 많이 망설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씨앗에서 발아한 홉에서 쇠기둥이 휠 정도로 꽃이 많이 열렸습니다. 2년차인데 한 줄기에서 2.4kg이나 수확했습니다. 이를 현재 국내산 시가 4년차로 계산했더니 300평 기준 3400만원 정도의 수익이 나왔습니다.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홉은 4년차가 됐을 때 비로소 100% 효과가 나오고, 2년차는 4년차에 비해 수확량이 30%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우연히 씨앗에서 발아한 15주 홉에서 희망을 쏘다
씨앗을 발아해 묘목으로 성장한 15주 홉이 1000그루가 넘어서면서 박 대표는 희망의 싹을 보았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홉 대부분은 씨앗이 아닌 구근 즉, 뿌리를 잘라 묘목으로 키워낸 홉으로 씨앗을 발아해 묘목으로 성장한 홉에 비해 꽃이 많이 열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대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씨앗을 발아한 묘목을 가지고 있다. 이게 박대표에게는 자산이고 희망인 것이다.
“구근을 이용해 묘목으로 키워낸 홉은 사실 20년이 됐는지, 30년이 됐는지 알 수가 없죠. 국내에서 재배되는 홉 대부분은 줄기도 가늘고 수확량이 떨어지는 데 이게 원인일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씨앗으로 발아해 묘목으로 키워낸 홉은 줄기도 굵고 꽃이 훨씬 많이 맺힙니다. 수익성이 높죠.”

농업인들과 함께 부농으로 가는 길
박 대표로서는 홉 재배 방법과 제품 개발 등 기본적인 준비는 끝났다. 함께 부농의 길을 걸어갈 농업인을 찾는 일만 남았다.
“저는 씨앗을 발아한 묘목으로 농업 프랜차이즈 시대를 열어가려고 합니다. 성공 가능한 게 국내에서는 씨앗으로 발아한 홉은 홉앤호프에만 있기 때문이죠. 또한 홉 꽃을 압축해 만든 펠릿도 생산 가능합니다. 펠릿의 장점은 유통기간이 짧은 건조한 꽃과 달리 냉동으로 2년까지 보관이 가능하고 향도 그대로 유지됩니다. 특히 홉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면 홉은 불면증과 우울증에 효과가 있고, 알츠하이머 예방효과도 있습니다. 때문에 차를 비롯한 음료, 베게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이 가능 합니다. 또한 9월초부터 홉에 소금을 뿌려 염분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며칠이 지났는데도 죽지 않고 잎이 새롭게 자라고 있습니다. 새만금 매립지에서도 홉 재배가 가능 하다면 부농을 향한 농가 소득작물로써 손색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훈 대표는 홉 재배와 생산에 멈추지 않고 돌연변이 육종기술 전문가 과정을 수료하고 방사선육종생산자연합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며 새로운 품종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정읍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선육종센터에서 한국형 홉 품종 육종을 위해 1차, 올해 9월에는 2차 방사선조사까지 마쳤다.
홉에서 희망을 보고 또 희망을 가꿔나가는 박상훈 대표. 앞날에 밝은 미래가 펼쳐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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