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독립신문 염기동 기자

우리의 백산은 해발 47미터의 야트막한 동네 야산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이 땅 농투산이들의 한숨을 애써 들으려는 듯 대지에 납작 엎드리고 있어, 111년 전 우리의 하나씨들은 흰옷에 죽창을 들고 백산에 올랐습니다.

백산은 1894년 3월 21일(음력) 각지에서 모여든 농민들이 농민군 부대를 편성하고 격문과 4대 명의, 12개 기율을 포고하면서 본격적인 동학농민혁명을 선포한 역사적인 자리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참으로 야속하기만 합니다. 그로부터 한 세기를 훌쩍 넘겼건만 역사는 왜 이리도 더디고 제자리를 맴돌면서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하는지요. 그래도 긴 한숨 속에서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오늘, 떨리는 가슴으로 죽창을 부여잡고 격문을 읽어 나가던 하나씨들의 거친 숨소리 하나하나가 백년 세월을 넘어 우리의 가슴을 두방망이질 해댑니다.

<격문>
"우리가 의(義)를 들어 여기에 이르렀음은 그 본의가 결코 다른 데 있지 아니하고 창생을 도탄 중에서 건지고 국가를 반석 위에다 두고자 함이라. 안으로는 탐학한 관리의 머리를 베고 밖으로는 횡포한 강적의 무리를 쫓아 내몰고자 함이라. 양반과 부호의 앞에서 고통을 받는 민중들과 굴욕을 받는 소리(小吏)들은 우리와 같이 원한이 깊은 자이라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이 시각으로 일어서라. 만일 기회를 잃으면 후회하여도 돌이키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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