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지방선거, 지역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전북농어촌종합지원센터장)

겉으로는 멀쩡한 사람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인격 장애를 두고 사이코패스(psychopath)라 한다.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종종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는 까닭은 일상에서의 평범함으로 범죄를 일으키기 전에는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시오패스(sociopath)는 반(反)사회성 인격 장애로 도덕적, 양심적으로 판단을 할 수 있음에도 타인의 권리와 인격까지도 함부로 침해하면서 전혀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정신 장애를 말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과 공감을 하지 못한 채 우월한 태도로서 상대를 압도하려 한다. 당연히 남에 대한 배려도 죄책감도 갖지 못하며 거짓말과 모략을 일삼으면서도, 정작 본인은 다른 이들의 동정심과 이해를 유도하거나 이용한다.
럭비공이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듯이, 예측불가능성은 어찌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전(全)사회적으로 확대되어 일상화될 경우, 어떤 사전적 예방도 무의미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약속은 깨지기 일쑤이고, 신뢰 또한 추락하게 된다. 이렇듯 ‘혼돈의 질서’만이 팽배하게 되면 결국 힘 있는 자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중 어느 누구도 이런 사회를 정상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그런 사회에서 살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는 그런 정치인을 지도자로 두었고, 결과는 참혹하였다. ‘이게 나라냐!’라는 원망과 분노가 사회 도처에서 들끓었다. 불통과 권위로 일관하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철권통치,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으로 점철된 박근혜와 그의 주구들이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은 어디까지, 얼마만큼 일 것인가? 오염된 윗물이 차고 넘쳐서, 몰상식과 부정으로 온 사회를 진흙탕으로 만들지 않았던가?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이 치켜든 촛불은 탄핵, 구속으로 심판하였다. 그럼에도 정작 당사자들은 단 한마디의 반성도 성찰도 없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적폐 청산만큼 우리 사회는 맑고 투명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만의 문제는 아닌 듯싶다. 부동산 버블과 투기꾼의 대명사인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그의 자서전을 대필한 작가는 2016년 대선 출마 즈음에 집필을 깊이 후회하면서 ‘돼지 입술에 립스틱을 칠해준’ 짓이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간인지를 폭로하며, 그 자서전을 다시 고쳐 쓴다면 제목을 “소시오패스”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다. 별일도 아닌 일에 과도한 평가를 내리고 과대해석을 하는, 자화자찬으로 일관하며 자의적 잣대를 들이대는, 이번 G7정상회의에서도 다른 정상을 밀쳐내는 무례한 행동을 보자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듯싶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였다. 며칠 동안이지만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이 국민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감동의 키워드는 ‘진정성, 따뜻함, 배려’이다.
인수위도 없이 출범한 새 정부의 조각(組閣)을 두고 국회에서의 청문회가 한창이다. 대통령 스스로 약속했던 고위 공직자 5대 비리(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병역 면탈, 위장 전입, 논문 표절)에 국무총리와 외교부장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가 위배된다며 야당은 연일 강공을, 주류 언론에서는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무조건 새 정부를 두둔할 뜻은 없다. 기왕이면 이번 기회에 윗물이 깨끗하게 맑아지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이참에 인사의 투명성과 엄격한 검증이 제대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에는 부아가 치민다.
지난 정부의 고위 공직자들 면면을 들춰 보자면 가관이 아니었음에도 불과 얼마 전까지 前정권의 부역자들이 야당이랍시고 떠들어대는 소리를 듣자니 부아가 치민다.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다.
지난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스스로를 ‘스트롱맨’이라 칭하면서 막말을 퍼붓는  소위 ‘트럼프 흉내내기’ 전략으로 미국과 같은 극적인 반전을 노렸다. 그가 보여준 치졸하고 천박한 TV토론의 태도와 내용을 보노라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런 발정제 洪이 미국여행 중에도 국내 정치상황에 대해 SNS를 통해 일성(一聲)을 아끼지 않고 있다. 소시오패스가 지도자로 부각되고 여기에 동조하는 지지자들이 일정한 세력을 구축하는 것은 또 다시 예측할 수 없는 사회적 범죄의 싹을 키우는 짓이다. 한나 아렌트가 말한 ‘악(惡)의 평범성’에 대하여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할 이유이다.

대한민국이 이번 기회에 상식적인 사회, 예측 가능한 사회가 되었으면 싶다. 이는 대통령만의 몫은 아니다. 시대적 과제인 적폐청산으로부터 우리 지역도 자유로울 수 없다. 마침 1년 뒤에 지방선거가 있다. 우리가 발 딛고 사는 지역사회에 대한 재조명과 평가, 성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자고로 뿌리가 튼튼해야 한다. 지역이 바로 서야, 나라가 제대로 선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