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원작자로 유명
고향 부안엔 시비나 추모제 등 전혀 없어

제11회 박영근 시인 추모제에서 성윤석 시인(왼쪽 두 번째)이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다.사진 / 부평구청제공

민중가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의 원작자로 유명한 박영근 시인의 열한 번째 추모제가 지난 13일 고향 땅이 아닌 인천 부평구청에서 열렸다.
1958년 부안에서 태어난 박영근 시인(1958~2006)은 전주고 1학년 때 제도권 교육에 실망해 자퇴하고, 군 제대 후 구로공단 등에서 노동자로 일하며 시동인 ‘말과힘’에서 활동했다. 1981년에 ‘반시(反詩)’ 6집에 ‘수유리에서’ 등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1984년 ‘취업공고판 앞에서’를 발표하면서 현장노동자 시인으로 우뚝 서게 된다. 이 시집은 안치환이 작곡한 민중가요 ‘솔아 푸르른 솔아’가 실린 것으로도 유명하다.
박영근 시인은 변산면 마포리에서 태어나 마포초등학교를 다녔지만 현재 고향 마포리는 물론 부안을 통틀어 변변한 시비 하나 없고 기념사업도 전무한 상태다.
반면 인천 부평구는 박 시인이 말년에 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청 옆 신트리공원에 시비(詩碑) 부지를 흔쾌히 제공해 5년 전 시비가 세워졌고, 매년 선후배 문학인들이 모여 추모제를 열고 있다. 올해 추모제는 비가 오는 바람에 장소를 부평구청으로 변경해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홍미영 부평구청장은 “부평구는 지역에서 노동 문화 예술 운동을 한 박영근 시인 등을 비롯한 많은 운동가들의 민주화 정신을 계승, 오늘 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인천을 만들어 나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평구가 구청장까지 발 벗고 나서서 박영근 시인을 추모하는 것과는 달리 부안군청은 아직까지 아무런 계획이 없다.
부안군청 최연곤 문화관광과장은 “박영근 시인 추모와 관련해 현재로선 군청 차원에서 특별한 계획은 없다”면서 “다만 기념사업회라든가 관련 문인단체에서 제안이 오면 함께 사업을 진행을 의향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부안지역의 한 민간단체가 박 시인이 고향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내년부터라도 기념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 관계자는 “우리 문단이 배출한 거목 박영근 시인을 고향에서 기리지 못한다는 사실이 그동안 너무 아쉬웠다”고 안타까움을 내비치면서 “부안군이 문화예술 마인드가 부족하다면 우리라도 나서 민간 차원에서 당장 내년부터라도 박 시인 기념사업을 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박영근 시인 시비

박 시인은 1984년 민중문화운동협의회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1985년 노동문화패 두렁에 참여하였고,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시분과위원장과 이사,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인천지회 사무국장과 부지회장 등을 지냈다.
작품집으로 ‘대열’(1987), ‘김미순傳’(1993),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1997), ’저 꽃이 불편하다‘(2002) 등의 시집 5권과 산문집 ’옥상공장에 올라‘(1983), 시평론집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2004)가 있다. 1994년 제12회 신동엽창작상과 2003년 제5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박 시인은 2006년 5월 3일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같은 달 11일 오후 결핵성 뇌수막염과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편,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가 선정한 ‘제3회 박영근작품상’은 성윤석 시인의 ‘셋방 있음’이 수상했다.
성 시인은 수상 소감을 통해 “오늘 제게 상을 주신 건 고 박영근 시인이 가시고자 했던 세계, 새로운 리얼리즘의 세계로 초대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부평구는 오는 6월 3일 오후 6시 부평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박영근 시인을 기리는 ‘제2회 솔아 솔아 음악제’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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