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실장은 사표, 박 과장과 이 팀장은 대법원 상고

   
▲ 부안군청 전경

김 실장은 사표, 박 과장과 이 팀장은 대법원 상고
공직사회도 ‘술렁’···“믿고 일을 할 수 있나” 반응
김 군수는 입장 표명 안 해···정치적 족쇄 될 수도
군의회와 노조에도 ‘직무유기’ 군민들 비판 쏟아져

불법적인 일괄하도급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된 부안군청 공무원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고 파면 위기에 처함에 따라 관가는 물론 부안사회에 상당한 후폭풍이 몰아칠 전망이다.
전주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장찬)는 지난 14일 줄포만 해안체험 탐방도로 개설공사의 원청업체 대표를 협박한 혐의(공갈미수)로 기소된 비서실장 김아무개(56) 씨 등 공무원 3명의 항소와 검찰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따라 김아무개 실장은 징역 1년2월에 집행유예 3년, 박아무개 과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70만원, 이아무개 팀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원심이 유지됐다. 건설업자 채 씨는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공무원 신분으로 특정업체에 공사를 일괄하도급 하도록 협박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여러 증거 등을 종합해 살펴보면 원심의 형은 지나치게 가볍거나 무거워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가장 당혹해 하는 쪽은 다름 아닌 파면 위기에 처한 공무원 당사자들이다. 이들은 2심 재판 과정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시인하고 선처를 구하는 등 공무원직 박탈 만은 피하고자 애를 써왔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원심이 유지되자 가까운 지인들에게 결과가 믿기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전개될 상황도 이들에게 호의적이진 않다. 박 과장과 이 팀장은 각각 14일과 17일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현 상황을 뒤집을 증거물이나 진술 번복이 없어 대법원이 이들의 상고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들 공무원들은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일체 끊고 있다. 반면 별정직인 김 실장은 선고 직후 사표를 내고 현재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은 부안군청의 여타 공무원들에게도 적잖은 후유증을 남길 전망이다. 2심 법원의 선고 내용을 접한 공무원들은 대체로 이번 사건이 연루 공무원들만 오롯이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냐는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무원은 “(지시를 따른) 공무원들만 처벌을 받고 (윗선은) 아무 책임도 안 진다면 앞으로 어떻게 믿고 일을 하겠느냐”며 씁쓰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직사회 일각의 복지부동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연스레 단체장의 영이 서지 않는 이른바 ‘레임덕’의 가속화를 부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김종규 군수는 이번 사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물론, 공직사회를 다독이거나 군민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군수는 이미 수사 과정이나 1심 판결 뒤 관련자들에 대한 대기발령이나 직위해제 등 상식적 수준의 인사조치 마저 취하지 않아 입길에 오른 바 있다.
특히 이 팀장이 이끄는 OO팀은 팀장이 재판에 불려 다닌 데다 최근 팀원 한사람이 육아휴직을 내는 등 업무가 마비된 형편인데도 아직까지 후속 인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군청측은 아직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아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는 별도로, 사건이 이대로 종결된다면 건설업자 채 씨와 특별한 친분도 없는 공무원들이 왜 이처럼 무리한 강요를 했는지, 그 정확한 이유는 의문으로 남을 수밖에 없게 됐다.
재판과정에서 나온 진술을 종합하면, 김 실장의 ‘부탁’을 박 과장과 이 팀장이 ‘군수의 지시’로 오역해 ‘공갈’에 나섰다는 것인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군민은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이번 국면에서 보인 김 군수의 침묵은 역설적으로 장차 김 군수의 정치적 행보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안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김군수의 이 같은 처신에 대해서는 군민들도 사뭇 비판적이다.
군민 김아무개(50. 부안읍) 씨는 “재판 결과를 보면 공무원들이 갑질을 넘어 조폭적 행태를 보였는데도 군수가 인사 조치를 안 한다는 건 다른 공무원들도 그래도 된다는 뜻이냐”고 비꼬며 “부래만복 같은 구호로 자꾸 치장만 하려 하지 말고 진정성을 가지고 군민과 공무원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건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는 부안군의회와 공무원노조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부안군의회 오세웅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집행부 쪽에서 조만간 뭔가 조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집행부의 조치를 보고 의원들과 의논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 부안군지부 황창호 지부장 역시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 받고 “사건 초기에 운영위를 열었는데 연루 공무원들이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큰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입장 발표를 안 했다. 지금 보니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면서 “최종 판결이 나면 다시 의논해서 입장을 밝힐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의회와 노조의 이 같은 미적지근한 태도는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수사과정이나 1심 판결 직후 집행부에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으나, ‘우리가 남이가’ 식의 불순한 동지의식으로 사태를 방기했다는 게 군민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한편, 부안군청은 사표를 낸 김 실장 후임으로 전직 서기관과 사무관 출신 공무원을 비롯해 외부 인사들을 접촉하고 있으나, 후보자 대부분이 고사해 인선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군청 일각에서는 김 군수가 이번 기회에 외부 측근인사가 아닌 강직하고 중립적인 내부 공무원을 발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남은 임기 동안 원칙과 규정에 따른 행정을 펼쳐 그동안 갖가지 잡음의 진원이었던 측근 행정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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