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속에는
아홉 그루의 나무가 있다
뿌리가 된 열여덟 개의 다리가
갯벌 깊숙한 곳으로 골을 내어서는
육지로 육지로 길을 만들고
한 발, 또 한 발
천 날 밤을 걸었다

바다 속에는
아홉 그루의 나무가 있다
가지가 된 열여덟 개의 팔뚝들은
이파리처럼 미역줄기를 손에 붙인 채
한 팔 또 한 팔 휘저어
천 날 낮을 헤엄쳤지만
아- 언제나 제자리로 맴돌아 가는 밤

가위눌린 꿈이여, 나무여, 저 시커먼
이무기 소용돌이 아가리여, 이빨들이여

달아나도 달아나도 달아날 수 없는 이 꿈을
천지가 쪼개지는 돌덩이로 내리쳐서
내 정수리를 산산조각, 어느 찰나에
수 천 수 만의 산의 나무가 바다로
바다의 나무가 산으로, 나무란 나무는 모두
그 뿌리와 가지를 뻗고 또 뻗어 서로
어깨를 겯고 허리를 싸안아

나무이게 하소서
지상의 시간이게 하소서

* 시에 덧붙여 - 누구인지도 모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세월호를 인양하는 재킹바지선의 와이어로프를 당기는 꿈을 꾸었다. 전날, 시험인양을 시작했다는 뉴스를 본 탓이리라. 아침 밥상을 앞에 두고 다시 세월호 인양 뉴스를 보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무사히 저 일이 끝나야 될 텐데, 아이들은 온전히 배안에 있을까, 천 날도 더 지나갔는데 그리운 모습들 그대로일까,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어쩌면 모두 나무가 되어 있을지도 몰라 날마다 날마다 집에 오고 싶어서 이파리처럼 몸에 미역줄기를 붙인 채 흔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자리 벗어날 수 없는, 이무기의 이빨 같은 차갑고 어두운 바다의 소용돌이. 나는 어느새 그 미역줄기들을 대신 손에 들고 무구처럼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모두 스스로 제 정수리를 쪼개 이 시대의 가위눌림에서 깨어 슬픈 이들을 따뜻하게 껴안는 낮은 목소리의 샤먼이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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