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영 전주대학교 간호학과 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년 동안 국무회의 또는 수석비서관회의 등의 공식석상에서 원격의료를 200번 이상 언급하였다’라는 기사를 보고, ‘얼마나 중요할까’보다는 ‘뒤에 누가 있을까’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꽤 많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일어났고, 특검을 통해 최순실과 삼성이라는 퍼즐 조각들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또한 보건의료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추진이 되었고, 삼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2015년 다보스포럼 등의 공식석상에서 삼성의 ‘미래 산업’을 IT, 의학 등의 융합이라 거론하며 구체적으로 ‘원격의료’를 제시해왔다. 
 원격의료를 둘러싼 이러한 흐름은 <시사인>에서 제기하는 바와 같이 누군가 박 대통령에게 ‘민원’을 넣으면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이나 수석회의에서 언급 또는 지시하는 패턴과 일맥상통한다. 박 대통령 주사제 대리처방 의혹으로 잘 알려진 차움병원이 속한 차병원그룹에서 줄기세포 치료의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시기에,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줄기세포 규제 완화를 지시한 것과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현 정부는 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 공공의료를 보완하기 위해 원격의료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격의료가 논의되기 시작한 초창기에는 이러한 성격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과거에 필자가 참여했던 보건복지부의 한 프로젝트에서도 원격의료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공통기술 개발 등을 정부 주도로 추진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민간 주도의 원격의료가 과연 그러할까?
 실제 도입될 원격의료용 기기는 어떤 것이고 가격은 얼마나 될까?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설명하는 ‘모바일 헬스케어 시범사업’을 살펴보면 대상자에게 필요한 원격의료기기는 활동량/체성분을 측정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안경, 시계, 옷과 같이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된 의료기기)와 블루투스 지원 혈압계와 혈당계 등이다. 이들 중에 웨어러블 기기는 27만원 상당이며, 혈압계와 혈당계는 각각 평균 9만원 상당이다. 지금은 시범사업 단계이므로 참여자에게 지원되지만 본격화되면 개인이 구매해야 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가격이 아니다. 필자가 사는 마을에는 고령의 어르신들이 대부분이 혼자 살고 계신다. 블루투스, 웨어러블을 이해하고 정확히 사용하실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원격의료가 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실제 당사자는 사용할 수도 없는 기계에 의존하여 추진되는 원격의료는 과연 누구의 이익을 위한 것일까? 관련된 기계를 생산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원격의료를 통해 제공되는 의료서비스가 정말 취약 계층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시범사업에서는 환자가 가정용 혈당계나 혈압계를 이용해 혈압이나 혈당 등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주 1회 이상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의료진에게 전송하면, 의료진은 전송된 건강정보를 보고 문자 또는 전화로 월 2회 이상 환자에게 피드백을 제공하게 된다. 병원에 가지않고 집에서 검사를 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말 편리하려면 병원에 갔을 때 받던 의료서비스, 즉 최소한 약처방이라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원격의료를 통해 약처방을 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관련법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원격의료를 통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의료서비스조차 제공할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원격의료를 통해 가능한 서비스는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할 필요성이나 방법 등을 설명해주는 상담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원격의료와 더불어 정부에서 추진하는 의료관련 정책 중의 하나는 비의료기관의 건강관리서비스 제공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건강관리서비스는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예방・악화방지 등을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를 유도하는 적극적・예방적 서비스”를 말한다. 취지는 참으로 바람직하나 이것을 보험회사를 포함한 모든 민간 기업에게 허용한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정지되었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험회사들이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이 명확해지면 보험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의 건강관리서비스가 현실화되었을 때에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이 바로 삼성이다. 삼성서울병원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대형병원과 삼성생명이라는 국내 최대 민간의료보험 뿐만 아니라 365홈케어(삼성 소유의 건강관리서비스 업체)라는 건강관리서비스가 가능한 업체를 모두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면 삼성생명 가입자를 삼성병원에 보내서 치료받게 하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모아서 건강관리서비스를 받도록 한다. 보험사는 쉽게 개인건강정보를 수집할 수가 있게 되며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여 보험회사에 가장 유리한 보험료 정책과 보험상품 개발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었을 때에 가장 손해를 보는 것은 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이며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보험상품을 개발해 파는 기업이 될 것이다. 
 정부가 말하고 있는 대로 원격의료나 건강관리서비스가 취약계층의 의료복지를 실현하고 공공의료를 보완할 목적을 갖는다면 기업의 이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주도의 의료서비스 확대는 비용 상승을 초래하는 것은 명약관화하므로, 의료취약 계층이 실제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의 확충 및 의료비 지원 등과 같은 공공의료의 확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더불어, 서울이나 시골 마을이나 동일하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 수립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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