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독자위원회 ‘떴다’

지난 9일 본사 문화센터에서 독자위원회의 좌담회가 열렸다. 지난달 19일 모임이 결성된 뒤 가진 첫 공식일정이었다. 이날 좌담에서 시쳇말로 사정없이 까였지만 편집국 처지에서는 소중한 조언이다. 중복된 지적은 다시 쓰지 않았고 각 위원들의 발언은 균등하게 할애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김재성 위원장(약사), 조인숙 간사(낭주다인회 회장), 김태영 위원(부안고 교사), 이재규 위원(시사평론가)이 참석했다. 이밖에 심가선 부위원장(한의사)을 비롯해 강순희 위원(농민), 권인혜 위원(학원 강사), 이강세 위원(사회단체협의회 총무), 전창재 위원(농업경영인연합회장), 전준형 위원(전북 평화와 인권연대 집행위원장) 등이 활발한 신문감시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 편집자주


많은 사람들 문화 욕구에 목말라
- 조인숙 간사

조인숙 간사
“솔직히 재미없어서 안 볼 때도 있었어요. 대부분 오늘은 누구누구 나왔구만, 이 사람이 이런 얘기했네 하고 훑어보고 말았죠. 욕심이 지나쳤다고 봐요. 너무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신문에 담으려고 한 것 같아요.” 조인숙 위원의 강도 높은 비판이 시작됐다.

핵폐기장 싸움을 통해 부안독립신문이 만들어지기는 했지만 군민들은 반핵신문만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했다. “초기 내용들은 반핵대책위 소식지 같았다. 다양한 꼭지들을 실었지만 보면 볼수록 식상했다”는 혹평도 이어졌다.

“군민들은 부안독립신문을 통해서 반핵 뿐만 아니라 또 다른 것을 기대했을 거에요. 너무 보편적인 양심의 가치, 진보적인 사회질서 등 가치를 너무 강조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주민들은 평범하고 소시민적 삶을 살아요. 삶의 얘기들이 보편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한테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도 그는 잘못됐다는 얘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독자위원회 공모 때 신청서를 낸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고 했다. 참여해서 바꾸겠다는 뜻이다. 다행히도 그는 요새 “신문이 나오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었다”는 처음 마음을 많이 되찾아 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신문을 보면서 내가 아는 사람들이 많이 나오면 기분이 좋아요. 요새 자치면이 늘어나고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담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요.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눈에는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외부 사람들은 부안이 참 살기 좋은 곳이라고 얘기하는데 막상 여기 살고 있는 분들은 떠나려 하고 있어요. 힘드니까요. 경제,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문제가 있습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는 없어요. 신문사가 해야 됩니다. 문제해결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러내고 공론화해야 해요. 그래야 부안이 살아나갈 수 있습니다.” 개인으로나 소규모로 모여서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데 그 한계가 있으므로 부안독립신문이 표면화시켜 논의할 수 있는 광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문화정보에 대한 열망도 표시했다. 부안에서 문화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면 전라북도 안에서 행사라도 찾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정보를 궁금해 합니다. 공연이나 영화가 그래요. 부안에서는 관람할 방법이 없습니다. 서울까지는 못가더라도 전주는 갈 수 있는 만큼 최소한 공연일정이나 장소 등을 실어줬으면 좋겠어요.”


기사제공 하고 싶은 마음들게 해야
- 김태영 위원

김태영 위원
김태영 위원은 지역언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핵폐기장 싸움이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했다.

“제대로 알고 싶어도 알 수 있는 길이 없었어요. 여기저기 말은 많이 나오는데 정확한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에 기초해서 행동하고 싶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관련된 자료도 찾아보고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면서 핵폐기장 유치 반대에 동참했습니다.”

그만큼 진실한 보도에 목말라했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그는 김종규 군수가 처음 핵폐기장 유치선언을 할 때 제대로 된 언론이 있어서 절차문제를 미리미리 짚었더라면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

김위원은 부안독립신문이 의외로 창간까지 진통이 뒤따랐지만 지난 1년간 그 역할을 다했다고 평가했다. “이제야 핵폐기장 문제가 끝났는데 부안독립신문이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있었던 것 같아요. 아버지께 여쭈었더니 이제 (핵폐기장 문제가) 끝났으니 없어도 그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핵폐기장을 막아내기 위해 생긴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핵폐기장과 관련된 역할을 했지만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이를 후유증을 막는 ‘보약’에 비유했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부안독립신문이 창간될 때만 하더라도 핵폐기장 문제를 정확하게 알려줄 신문이 필요했는데 이제 다양한 영역에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처음 신문이 시작할 때에는 병이 깊게 걸려서 치료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태에 이를까봐 다급하게 치료약을 만든 셈이에요. 하지만 지금은 치료약 대신 후유증을 막을 보약이 필요해요. 부안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내용이 필요하고 어떤 신문보다 부안다워야 합니다. 부안의 눈으로 보고 시야를 넓혀 사회문제를 해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위원은 이를 위해 기자들이 취재원 확보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취재거부 등으로 취재원에 제약이 있으면 누구나 기사를 신문사에 제공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독자들은 기사꺼리를 알려주고 싶어도 다가가기 어려워한다”며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전화를 하든지 해서 기사꺼리를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위원은 “인터넷이 있으면 쉬워지겠지만 우선 돈이 들더라도 엽서같은 것을 통해 의견을 받는 방법도 있다”고 강조했다.

핵폐기장에만 관심 있는것 아니다
- 김재성 위원장

김재성 위원장
김재성 위원장은 핵폐기장 싸움이 부안독립신문의 시발점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라고 운을 뗐다. 사실을 사실대로 전하지 않았던 기존 언론에 대해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에 부안독립신문이 태생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방점은 ‘핵폐기장’이 아니라 ‘진실’에 찍혀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하는 객관적인 언론이 꼭 있어야 하고,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그러니까 핵폐기장 싸움이 끝났다고 해서 신문의 역할이 끝난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제대로 된 얘기를 하는 신문이 있으면 다음 선거도 그렇고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어요.”

실제로 관심분야가 제각각이라는 것을 증명할 사례가 많이 있다는 게 김위원장의 설명이다. 연재로 나가고 있는 ‘김형주와 함께 하는 부안기행’을 연세 지긋한 분들이 모아 놓고 보는 사례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김위원장도 지나치게 가치지향적인 글쓰기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안독립신문에서 모든 지면에 파병 얘기를 썼던 적이 있어요. 이라크 파병에 관한 논문 같기도 해서 거리감이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 사람들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라는 말도 이어졌다. “핵문제가 됐든 또 다른 무엇이 됐든 신문사 입장에 따라서 써나가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언론은 일종의 공론장인데 그 기능을 하려면 다양한 사람들이 표출하는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또 적극적으로 나서서 말할 수 있게 해야 하구요.”

다만 신문에는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기능도 있다며 비판의 고삐를 늦췄다. 그는 이를 신문의 선도성이라고 정의했다. 이 선도성은 생활에 밀착해서 찾아나가야 한다는 얘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우리 지역의 구체적인 실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이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훌륭한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충고다.

“핵폐기장 문제가 정리되면 그간 유지해왔던 정체성을 탈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한 수순입니다. 사실 부안독립신문은 핵폐기장 문제 말고도 존재 이유가 많습니다. 요새 친일인사와 관련해서 신문에 연재를 하고 있는데 부안독립신문이 아니면 하기 어렵습니다. 생활에 밀착해서 주민들에게 다가서야 자연스럽게 연착륙할 수 있을 겁니다.”

이웃 이야기 있는 신문 만들어야
- 이재규 위원

이재규 위원
이재규 위원은 “지금은 부안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나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김종규 군수가 포기선언을 하면서 법적, 정치적으로 핵폐기장 논란이 종료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풍부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부안독립신문이 상인이나 이장, 경찰, 군의회 의원, 공무원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위원은 신문의 태생을 또다른 측면에서 분석했다. 대부분 지방매체가 전북 발전론의 시각에서 부안주민에게 짐을 지웠듯이 반핵투쟁이라는 운동성이 너무 과도하게 신문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부안독립신문의 장기적 발전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는 부안독립신문이 새로운 모색을 통해 이런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 방법으로 그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부안주민의 눈을 틔우는 신문이 돼 달라는 것이 그 첫 번째다. 지역과 세계에 대한 참된 정보와 시각을 부안독립신문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이 듣는 지역의 소식이라고는 지역 방송 뉴스시간에 잠깐 나오는 것이 전부인 만큼 시장통 정보에 의존하는 것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는 이웃의 이야기가 있는 신문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했다. 핵문제나 정치적 쟁점은 그때그때 소멸되고 생성되지만 공동체 얘기를 부각시키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자가 현장에서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듣고 알려내야 한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부안주민의 지역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미래가 있는 신문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부안의 미래뿐만 아니라 신문사의 경영과도 관련이 돼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역에서 성공하고 살아나가는 신문은 대부분 지역광고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요. 부안독립신문은 후발주자라 시장을 장악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고도 기사라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식당 광고를 하더라도 거기에 가면 무슨 음식이 싸고 뭘 잘한다는 내용이 있으면 눈에 들어올 겁니다. 그게 지역에 밀착한 정보에요. 또 신문 광고에 이웃의 소식이 나올 수 있도록 사랑방 구실을 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도 있습니다.”

사회=박영희기자 yhpark@ibuan.com
정리=한계희기자 ghh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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