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 빠져서 인생의 황혼기를 황금기로 살아가는 시낭송인

 

▲ 유복임씨(76)

제3회 부안마실길 전국시낭송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사람은 놀랍게도 시낭송을 시작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부안의 할머니(?)였다. 시에 빠져서 인생의 황혼기를 황금기로 살아가는 행복한 유복임님을 만났다.
- 일반인들은 시라고 하면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나요? 어렵게 느끼진 않았나요?
“왠 걸요. 사실 시를 공부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치도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3년 전에 김호심 교수님과 인연이 있어서 시낭송 교실을 한다고 참여해 달라고 권유를 받았을 때, 처음엔 거절했어요. 너무 늙어서 늦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후 권유를 몇 번 더 받자 계속 거절하기도 미안해서 참석도 봉사라고 생각하고 함께 한 것입니다. 그런데 교수님 시낭송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너무 감동을 받았습니다. 완전히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그 때부터 고저장단도 모르면서 시를 중얼거리면서 다녔어요.”
- 시낭송 공부하면서 생활에 변화가 있었나요?
“시를 공부하면서 마음이 넓어지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 것이 가장 큰 변화지요. 다리를 다쳐서 걸음이 불편하지만 그에 대한 부끄러움도 없어지고 아픔도 잊게 되고 우울증도 없어지고 치매 걱정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삶에 지치고 힘든 사람들에게 이 아름다운 시를 가지고 봉사하고픈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작년 8월부터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시낭송 봉사 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유복임님도 76세로 같은 어르신이라 생각했는데, 정작 본인은 80대 어르신들을 깍듯하게 예우했다. 정말 청년같은 삶을 사는 듯이 느껴졌다.
- 시낭송대회는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거예요?
“다른 욕심은 없었고, 시낭송 봉사를 하는데 낭송대회 입상 인증서가 있으면 더 신뢰받는 봉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대회에 참여한 것이죠. 근데 대상을 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 그래도 아무나 쉽게 타는 상은 아닌데, 어떻게 준비를 하신 거죠?
“전에 매창문학제에 참여를 권유를 받았을 때, 좋은 시를 읽을 수 있다는 것 때문에 참여를 했어요. 그 뒤에 고순복 교수님과 인연이 닿아서 길거리 시낭송 대회에도 초청되어 나가게 됐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교수님에게 지도를 받고 연습을 했습니다.”
귀농한 자식이랑 가까이서 살고, 할아버지와도 해로하며, 자식들 걱정없고, 스스로 운전도 하면서, 진짜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해서 즐기게 되어 더 할 나위없이 행복한 삶이라고 자부하시는 모습이 참 부러워보였다.
- 이 좋은 것을 다른 분들께 권해보셨나요?
“물론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못한다’고 ‘못 외운다’고 하면서 엄두를 못냅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꼭 시가 아니어도, 인생의 황혼기에 과거의 습관으로만 살지 말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안의 어르신들에게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주저없이 ‘며느리’라고 말했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석정문학관에서 공모사업으로 진행하는 시낭송 교실 ‘풍경소리’에 참여하고픈 분은 584-0560로 전화하면 언제든지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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