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전 종목 석권, 한국 양궁의 신화를 열다

   
▲ 문형철 양궁 국가대표팀 총감독
“대한민국 양궁, 2등할 이유가 없습니다. 늘 1등을 해야 합니다. 왜? 1등을 안하면 안 될 상황으로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보다 열심히 했고 준비를 잘 한 팀이 있으면 매달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그런 각오로 준비를 했습니다.”
리우 올림픽 남녀 양궁팀 총책임을 맡은 문형철(58) 총감독이 양궁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지난 8월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문형철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남녀 개인전, 단체전에서 4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며 전 종목 석권이라는 사상 유래 없는 신화를 이뤄냈다.
이런 자랑스러운 국가대표팀을 이끈 문형철 양궁 국가대표팀 총 감독. 그는 부안에서 나고 자란 부안 사람이다. 행안면 고성초등학교, 삼남중학교를 졸업하고 부안농림고등학교(현 제일고)에서 양궁의 꿈을 키웠다.
그의 양궁 인생과 리우 올림픽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듣기 위해 지난 3일 고향에 온 문 감독을 만났다. 다부진 체격에 햇볕에 약간 검게 그을린 얼굴, 강인함이 느껴졌지만 살짝 웃는 미소 속에는 순수함도 엿보였다.
먼저 문 감독이 어떻게 양궁과 인연을 맺게 됐는지부터 이야기의 실타래를 풀었다.
“제가 처음 활을 잡은 건 1974년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입니다. 모교인 부안농림고등학교에 양궁부가 있었는데 당시 지도교사의 권유로 양궁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전국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등 상위권에 실력을 보이며 자연스레 양궁 선수의 꿈을 이어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실업팀에 입단해 양궁 선수의 꿈을 키운다.
1977년도 삼익악기 양궁 실업팀에 입단해 2년여 선수 생활을 하고 군대에 입대하면서 잠시 활을 놓는다. 전역 후 다시 서울우유 양궁 실업팀에 입단해 2년여 선수생활을 하며 초등학교 양궁부 코치를 겸하면서 그의 지도자의 길이 시작된다.
“그 당시 가르쳤던 아이들이 양궁선수로 성장해 올림픽 대표선수로 출전한 선수들이 많이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출전했던 이은경 선수도 초등학교 때 제가 양궁에 입문시켰던 선수 입니다. 그 아이들이 중학교로 올라갈 쯤 저는 경북 예천군청 남자 양궁팀 코치로 자리를 옮기게 되죠.”
그가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을 가게 된 때는 예천군청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서 부터다.
문 감독이 예천군청 남자 양궁부 코치로 발탁된 것은 1984년도로 현재까지 33년간 예천군청 양궁 실업팀을 이끌고 있다.
예천군청에 부임 후 그는 선수들의 집중력 향상과 선수 개인이 부족한 점 등을 분석해 이를 보완하는 등 선수들의 기량을 키우는데 힘을 쏟으면서 수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배출해 낸다. 그 성과로 1989년도에 처음으로 국가대표 남자 양궁 코치를 맡게 된다.
하지만 국가대표 코치직은 길지는 않았다. 1년여 만에 멈추고 이후 소속팀 예천군청 실업팀에 선수들의 기량 향상에만 힘을 쏟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문 감독의 소속팀인 장용호, 김수녕 선수가 2000년도에 열린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해 장용호 선수가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김수녕 선수가 개인전 동메달, 여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이렇듯 가시적인 성과 등으로 지도자로써 자질을 인정받은 문 감독은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여자 양궁팀을 이끄는 역사적인 순간을 맞게 된다. 이 대회에서 문 감독의 지도를 받은 윤옥희 선수가 개인전 동메달을 차지한다.
당시 문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 양궁 개인전에서 당연히 금메달을 목에 걸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단체전은 금메달을 따냈지만 개인전은 문 감독의 기대와 달리 중국과의 결승에서 패해 은메달에 머물고 말았다.
그때 당시 문 감독은 갑상선 암 투병중이었지만 선수들이 흔들릴 것을 염려해 치료까지 미룬 상태였다.
“경기가 끝나고 한 없이 울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당시 중국 관중석의 호루라기, 휘파람 소리 등의 방해로 우리 선수들은 활시위를 놓을 때 집중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은메달에서 멈췄습니다. 미처 예상치 못한 일로 대비를 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문 감독은 이 때 경기가 한으로 남았다.
그 한을 올해 8월 열린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풀었다.
그는 2016년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국가대표팀 총 감독을 맡아 오랜 숙원이었던 여자 개인전 금메달은 물론 단체전, 남자 개인, 단체전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올린다.
“이번 리우 올림픽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2014년 11월께 양궁 국가대표팀 총 감독직을 맡은 후 이제껏 실패했던 데이터를 분석하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개인별로 체크했습니다. 장비 또한 3D프린터 등 최첨단 기술과 과학을 활용했고, 리우 현장과 똑 같은 조건을 만들어 ‘태능’이 ‘리우’같은 느낌으로 현장에 익숙토록 했습니다. 또 훈련 때 몸에 밴 것들을 압축적으로 정리한 루틴 카드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을 찾도록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러한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양궁계 유일무이한 성과를 낸 문형철 감독은 이제 2020년에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문 감독은 지난 8월13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코리아하우스’에서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도쿄에서는 하나 더 늘 것 같다며 이제 (금메달)5개도 가능할 것 같다는 말을 남겼다.
그의 이런 바람처럼 리우 올림픽에서 양궁 전 종목 석권의 신화를 쓴 것처럼 도쿄 올림픽에서도 5개의 금메달을 따는 역사적인 순간을 만들어 내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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