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 삶은 바꾸기 위한 움직임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에서도 김승환 교육감의 정책으로 어린이들의 행복을 찾는 프로그램이 진행 중입니다. 부안에서도 의미있는 활동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에서는 이런 교육계의 변화에 대하여 주목하며 독자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말


먼저 놀이는 무엇이 아닐까요?

놀이를 이해하기 위하여 놀이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부터 하나씩 짚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람들은 놀이를 뭐라고 생각할까요? 
많은 사람들이 노동이 아닌 것을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업이 없는 사람을 ‘논다’고 하지요. 그런데 노동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놀이를 규정해서는 놀이를 이해할 요소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놀이를 어떤 사람은 유치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일을 하는 사람을 보면서 ‘놀구 있네’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애들을 바라보는 많은 시선도 그렇지요. ‘애들이 참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구나. 하지만 어린애들이니까 봐주자’라는 인식입니다. 그러나 유치하지 않게도 놀 수 있습니다. 어린이들 중에서도 기막힌 실력으로 노는 애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유치한 것으로 놀이를 규정할 수는 없지요.
어떤 사람은 예행연습으로 생각합니다. 어른이 되어서 필요한 것들을 어려서 연습해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석치기는 돌팔매를 연습하는 것이고, 사방치기는 균형잡기를 연습하는 것이라는 등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필요한 역할을 하기 위하여 어렸을 때 여러가지 연습을 해 본다는 것입니다. 주로 동물 다큐멘타리에서 나오는 관점입니다. 사자들이 장난치며 노는 것이나, 어린이들이 장난치며 노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잘 살펴보면 헛점이 많이 있습니다. 모든 것을 목적성으로만 바라보는 것이지요. 어린 시절은 고유한 자체 가치가 없고, 어른이 되기 위한 과정으로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맨 마지막 죽음으로 미루어지게 됩니다. 그 앞의 모든 것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지요.
놀이를 보충이나 보상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동일한 논리로 애들에게 ‘열심히 공부한 아이야 이제 한 시간을 놀아라!’라고 말합니다. 세상을 보충해 주는 한 요소로 평가합니다. 그런데 이것도 잘 생각해 보면 결국 노동이나, 교육에 부수적으로만 의미를 갖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노동에 대한 평가가 놀이의 질을 결정하게 됩니다. 노동 성과를 잘 올리면 좋은 놀이를 즐기게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전형적으로 값이 매겨진 놀이 개념입니다. 현재 세상에서 가장 널리 소통되는 개념입니다. 애들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주입되는 인식이지요. 놀이는 공부의 답례품이거나, 나중에는 노동의 답례품입니다. 이건 어른들 세상의 놀이를 애들 세상으로 내려보내려는 시도입니다. 어른들이 이 사회에서 그렇게 놀이를 소비하면서 애들에게도 그렇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런 관점의 사회가 지금의 사회입니다. 그 사회는 어떤 모습입니까? 아이들은 지구에서 가장 많이 자살합니다.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왕따 문화가 판을 칩니다. 아이들은 무기력합니다. 뭔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럼 이제 놀이란 무엇일까요?

놀이는 사람들에게 행복감을 불러일으키고 그로 인해 갖게 되는 생명력이라고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돈을 벌면 그 자체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 돈을 쓸 수 있다는 희망에 행복해지지요. 놀이는 그런 게 없습니다. 놀이는 나중에 어른이 돼서 더 잘 달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에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놀이 과정에서 즐거운 애들은 그냥 그 자리에 빠져있습니다. 지금 이자리의 행복감을 절정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런 과정은 엄청 빠르게 변하면서 지나갑니다.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놀이하는 과정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몰입하는 아이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놀이입니다. 왜 이런 것이 중요할까요? 그것은 바로 그 자체가 생명력이기 때문입니다.

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놀 시간, 놀이터, 놀친구가 필요합니다. 이 사회에서 이 셋을 갖추기가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애들이 바빠서 놀 시간이 없고, 세상의 공간은 거의 다 값이 매겨져서 아이들이 놀 장소가 없고, 서로 만나 놀 친구가 없습니다.
먼저 놀 시간에 대해서 알아볼까요? 요즈음 아이들은 심심할 틈이 없습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을 놀아야 하기 때문에 열심히 뭔가를 합니다. 그런데 진짜 놀이는 심심해야 시작된다고 합니다. 조금 시간 있다고 얼른 써버리는 것이 아니라, 너무 무료해서 속에서 생각이 곰실곰실 꿈틀거릴 때 진짜 놀 수 있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애들에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을 사주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것을 보면 아이들은 정지 화면이 되어 버립니다. 머리 속이 심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혼이 나가는 것이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무한한 시간일 수는 없지요. 예를 들면 해가 졌는데, 밥먹고 자야하는데 더 놀 수는 없지요. 애들도 졸립거든요.
이것은 놀이터에 대한 생각에서도 비슷합니다. 요즈음 놀이터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일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몇 번을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실증이 납니다. 조금 창의성을 발휘해서 정해진 길이 아닌 다른 길을 도전해 보지만 그것도 한계가 뚜렷함을 알 수 있습니다.
놀이터도 놀이기구가 없고 임의의 지형만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애들이 가장 잘 노는 놀이터는 흑무더기가 작은 언덕을 이룬 공사판 모래더미입니다. 애들을 평평한 모래밭에 둘 게 아니라, 모래흙으로 작은 동산을 만들어 놓으면 애들은 굴을 파고 미끄럼을 타고 구르고 달리고 끝없이 놀게 된다고 합니다.
방안도 깨끗이 정돈된 방이 좋은 놀이터인 것은 아니라는 거지요.
놀 친구는 어떨까요? 같은 나이 또래로 엄마아빠가 정해줄까요? 편해문씨의 글에 보면 놀이터에서 가장 좋은 모습은 애들 엄마들끼리 모여서 웃고 떠드느라 애들끼리는 뭐하는지도 모르는 모습이 나옵니다. 애들에게 가장 좋은 친구들의 모습은 이런 것이라고 합니다. 엄마들끼리 친해지면 애들끼리 싸워도 감정조절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애들 넘어질까 힐끗힐끗 보면서 정작 이웃과는 제대로 인사도 못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가 훨씬 애들에게 좋은 환경일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서 다른 것을 성취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놀이는 그 자체로 애들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생명력이기 때문입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무엇을 얻을까요?

이런 놀이 개념은 좀 생소할 수 있습니다. 애가 잘 놀았으면 하는 부모 마음의 대부분은 아직도 애가 잘 놀고 튼튼하게 자라서, 공부도 잘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놀이를 통해서 그렇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아야 합니다.
편해문 선생님은 단호하게 말합니다. 제발 어떤 다른 것과 연계지어서 수단으로 놀이를 생각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놀이를 통해서 다른 것을 성취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놀이는 그 자체로 애들의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생명력이기 때문입니다.
좀 황당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그의 말은 큰 울림을 줍니다. “마음껏 놀았던 아이는 스스로 세상을 버리지 않는다.” 지금 수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대, 이 시대의 고통을 이 분은 온 몸으로 느끼고 있는 듯합니다.
성공하기를 바라지 말고, 애들이 행복감을 맛보기를 바래야 합니다. 그래야 애들은 생명력을 얻고 좌절의 순간에 다시 일어날 힘을 얻습니다. 끝없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인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요? 부모의 인연은 거기까지 아닐까요?
 


놀이를 이해하기 위한 책 소개

1.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편해문 글, 소나무 출판사

- 스스로를 ‘놀이밥 삼촌’이라고 소개하는 놀이운동가가 편해문씨가 쓴 책. 우리의 통념을 무섭게 부숴버리는 무서운 책. 하지만 이 땅의 어린이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 또한 뜨겁게 느낄 수 있는 감동의 책. 

2. 『호모 루덴스』  요한 호이징어, 김윤수 역, 까치출판사

3.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을 꿈꾸다』 노명우, 사계절출판사

- 위 2번의 책은 독일 사상가 요한 호이징어의 책. 놀이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하는 독일 특유의 문체로 이루어진 책. 좀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아래 책은 위의 책을 쉽게 설명하는 1부와 그것을 더 발전시켜서 문제제기하는 2부로 구성되어 있는 책. 3번을 먼저 읽고, 2번을 나중에 읽는 것이 좋을 듯하다.

4. 『전래놀이 101가지 (유아·저학년)』 이상호 글 박향미 그림, 사계절출판사

 『전래놀이 101가지 (중학년·고학년)』 이상호 글 박향미 그림, 사계절출판사
  
- 놀이에 대한 이해를 했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고, 놀이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으면 안될 일. 실전용 교재. 아이들의 상황에 맞게 무한히 많은 놀이의 보물창고 같은 책이다. 곁들인 훌륭한 말씀들은 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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