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石亭(화석정) 李珥(이이)

林亭秋已晩(임정추이만) 숲 속 정자에 가을이 이미 깊으니
騷客意無窮(소객의무궁) 시인의 뜻이 끝이 없도다
遠水連天碧(원수연천벽) 먼 물줄기는 하늘에 닿아 푸르고
霜楓向日紅(상풍향일홍) 서리 맞은 단풍은 해를 향해 붉다
山吐孤輪月(산토고륜월) 산은 외로운 보름달을 토해놓고
江含萬里風(강함만리풍) 강은 만 리의 바람을 머금었다
塞鴻何處去(새홍하처거) 변방의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가?
聲斷暮雲中(성단모운중) 소리가 저물어 가는 구름 속에서 끊어지네

숲에는 가을이 저물어 가매 / 시인의 시정은 그지없어라.
물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 단풍은 햇빛 따라 불타올라라.
산에는 둥근 달이 솟아오르고 / 강에는 끝없는 바람 어려라.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 저무는 구름 새로 소리 끊겨라.

작자가 8세 때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목이 된 화석정은 경기도 파주 임진강 가에 있는 정자. 그 화석정을 배경으로 가을의 감회를 노래.

 

※ 李珥 : 호는 율곡(栗谷). 대성리학자. 조선시대의 대 성리학자.
 騷客 : 시인.  塞鴻: 북쪽에서 온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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