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공 보다는 조금 크고
정구공보다는 조금 작다
손 안에 캐 쥐면 이 풍신 나는 것들을
다 직구로만 던져 버리고 싶다
(어떤 정신 너갱이 빠진 놈이 있어
남 속 터지는 줄도 모르고
취미활동 하자고 아내를 불러내갔다)
함성 또 함성!
포물선을 그리는 양파공의 붉은 궤적을 쫒으며
타자는
여유롭게 그라운드를 돌고 있지만
(열한시가 다 되도록 아내는
오지 않는다 취미활동도 끝났을 텐데
어디서 우아 떨고 있는 걸까)
결국 제구력을 잃은 그는
삼 연타석
균핵병 노균병 쭈꾸미병
내리 홈런을 맞았다
(기연시 말다툼을 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아무도 잘못은 없다, 단지
사랑하는 만큼만 후회가 남는 것이어서)
유월의 외로운 햇살아래 그는
힘없이 땅에 주저앉았다

이 시를 읽는 당신이 시방 감독이라면?


 *일기 -이제 더 이상 양파농사를 짖지 못할 것 같다. 뿌리 흙썩음병의 균에 토양이 한번 오염되자 삽시간에 밭 전체로 퍼져 삼년을 내리 손 털어 쥐었다. 어디 그뿐이랴, 유기농을 한답시고 약을 치지 않으니 노균병에 쭈꾸미병까지 엎친데 덮쳤다. 방법이 있긴 하단다. 여름한철을 밭에 비닐을 씌워서 태양열에 볶아지게 소독을 하던지 논에 재배하는 것이다. 그러나 멀리 남의동네에 있는 논에까지 양파를 심기는 어렵고 밭 전체에 비닐을 씌워놓기도 지난한 일이다. 관행농을 하는 사람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이웃동네 사는 친구는 농협과 계약재배를 하는데 닷 마지기 양파 밭에 작년가을 이후로 지금껏 열 한번의 농약을 해서 약값만 무려 350여만원이 들었다 한다. 그나저나 밭에서 가장 돈 되는 게 고추와 양파인데 두 가지 다 병에 져서 할 수 없으니 이제 어찌 한다?
 양파가 잘못된 게 아내 탓일 리 천만부당이건만 혼자 일하려니 괜히 심사가 나서 한번 걸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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