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식초숙성연구회를 방문한 김종규 군수가 회원들과 상품화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 독거노인의 손을 잡고 위로하는 김종규 군수
▲ 김종규 군수가 오디 증류주 시제품을 들어보이며 뽕산업 활성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눈발이 점점 굵어지던 지난 18일 오후 2시경, 보안면 복지회관에는 150여명의 군민들이 서로의 숨결이 닿을 정도로 붙어 앉아 김종규 군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좌석이 모자라 서 있는 주민도 상당수 보였다. 사회자가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달라거나, 김 군수가 입장하면 큰 박수로 환영해 달라는 등 공지를 하는 동안에도 주위에서는 군정을 걱정하는 소리, 칭찬하는 소리 등이 엇갈려 들려왔다.
마침내 2시 30분, 김 군수가 박수 속에 입장하고 본격적인 토크쇼가 시작됐다. 지난해의 ‘공감토크쇼’에 올해는 ‘정책’이라는 단어가 추가됐다. 부안군청으로서는 무엇보다 정책에 대한 주민의 공감이 절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한동일 보안 면장의 면정보고와 홍보 일색인 군정동영상, 농업법인 ‘버섯천지’ 김태일 대표의 귀농귀촌 성공사례까지 일사천리로 끝난 뒤, 마침내 김종규 군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보안면 공무원인 사회자의 첫 요구는 보안면민에 대한 새해인사.
김 군수는 면민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았느냐며 덕담을 건네는 한편, 보안면이 지역구인 문찬기 의원, 조병서 도의원을 소개하며 이들에게도 발언 기회를 줬다. 같은 선출직 정치인들로서의 배려 차원이었으리라.
이어지는 질문은 올해 부안군의 군정철학과 비젼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김 군수는 올해 중점 목표로 첫째, 교육하기 좋은 도시, 둘째, 6차산업 성공 기반 만들기, 셋째, 관광부안의 기틀인 글로벌 부안 만들기를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행정과 주민의 일체감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같은 목표를 어떻게 달성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나 로드맵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두 번째와 세번째 질문은 군민이 직접 나섰다. ‘밤마실 야한구경’과 ‘낮마실 오복길’에 관해서였다. 이는 이날 오전 행안면에서 진행된 대화에서도 동일하게 나왔던 질문으로 질문자와 질문내용이 미리 조율된 듯 보였다.
야한구경은 변산을 비롯해 해안 쪽으로 치우쳐 있는 부안관광을 읍내권까지 확장하기 위해, 오복길은 각각의 마실길에 스토리를 입혀 나름의 의미를 갖도록 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파워포인트까지 동원한 김 군수의 열정적인 모습에서 그가 이 사업에 얼마나 큰 비중을 두고 있는지 느껴진다.
네 번째 질문은 축산농가의 소득증대 방안.
김 군수는 부안군청이 축산농가를 위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지 구체적인 숫자를 들며 설명한 뒤, 축협과 농협 등이 협력해 보안면에 한우거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김 군수는 마침 행사에 참여한 최우식 남부안농협장에게 마이크를 넘겨 추진의사에 대한 확답까지 받아냈다.
다섯 번째 질문은 열악한 교육문제.
김 군수는 인구늘리기를 위해서라도 교육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지난 지방선거 당시 공약이기도 한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나누미근농장학금을 300억까지 확충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는 요지의 답변을 했다.
여섯 째 질문 역시 군민이 직접 6차산업을 위한 중간·핵심리더의 역량강화 방안을 물었다.
김 군수는 6차산업에서 리더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며, 군에서 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겠지만 그보다 주민들의 결의된 마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청자전시관을 비롯한 보안면 관광활성화에 대한 질문에 대해, 김군수는 청자전시관 주변에 유채를 심는 등 경관단지를 조성하고 뒷산에 등산로를 개설하는 등 개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나온 귀농귀촌 활성화와 오디농업 체질개선에 대한 질문에도 김 군수의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김 군수는 귀농귀촌인이 부안군의 장남이라고 치켜세우며, 행정이 아무리 지원하려 해도 초법적으로는 할 수 없는 만큼 주민들이 좀 더 열린 자세로 환영해 주자고 강조했다.
오디농업 활성화에 대해서는 한창 연구 중인 오디 증류주 시제품을 가지고 나와 직접 들어 보이며 하남선 농업기술센터소장으로 하여금 대신 답변하게 했다. 말하자면 오디 생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각종 가공상품을 최대한 개발해 보급하자는 요지였다.
준비된 질문이 모두 끝나고 김 군수에게 마무리 인사말을 할 기회가 돌아오자, 김 군수는 이 자리에서 꼭 질문을 해야겠다는 분 말씀하시라며 다시 면민에게 질문 기회를 줬다. 군민의 즉석 질문을 받지 않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시도였다.
세 명의 면민이 질문에 나섰지만 각각 자신의 마을 안길 포장 등 민원성 질문이었다. 김 군수는 이 자리에서 확답을 할 수 없다며 실무자와 현장을 직접 나가본 뒤 가부간에 답을 주겠다며 마무리 했다.
마지막 발언에서 김 군수는 두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는 공무원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달라는 당부였고, 두번째는 군민과 행정의 일체감이었다. 김 군수가 늘 입에 달고 사다시피 하는 소·공·동 행정의 실현을 위한 각론으로 들렸다. 군민에게 이같은 주문을 하면서 동시에 공무원들을 어떻게 이끌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았다.
다음 방문지는 오디식초숙성연구회(회장 심상중)였다. 현재 52명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는 이 모임은 오디식초 상품화를 위해 표준화작업을 진행 중인데, 무엇보다 년중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는 숙성실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군수는 연구회 형식으로는 본격적으로 상품 출하를 할 수 없으니 일단 법인체 설립을 목표로 추진하라며 군청 차원에서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어 김 군수는 신활경로당과 봉래경로당을 차례로 방문했다. 신활경로당에서 김 군수는 자신의 장모가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누워계시다 소천했다는 일화를 들려주며 꾸준히 운동하시라고 덕담을 건넸고, 봉래경로당에서는 고장난 냉장고를 사달라는 요구에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그 대신 작동이 잘 안되는 운동기구는 즉시 수리를 해주겠다고 답했다.
이날의 마지막 방문지는 신복리에 위치한 이레농원(대표 박원택). 오디빵을 비롯해 엑기스, 식초, 상지차, 상근차, 누에가루 등 뽕나무을 이용한 종합 식품메이커였다.
누에고치를 닮은 오디빵을 시식한 김 군수는 즉석에서 이레농장이라는 이름 대신 종합식품메이커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이름으로 작명하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그래야 국비도 따올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뽕아가씨를 선발해 놨는데 아무도 데려다 쓰지를 않는다며 뽕아가씨를 주인공으로 홍보물을 제작하라는 조언도 했다.
김군수는 이처럼 방문지마다 매순간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그것이 실용적 가치가 있든 없든 군민에게 도움이 된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아울러 그의 타고난 친화력은 이번 연초방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군민 모두가 형, 동생, 어머니, 아버지가 될 것 같다.
다만 정책의 구체성과 철학, 논리 등은 떨어진다는 지적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왔다. 토크쇼 다음 날 본지와 통화를 하며 “군수님 말 하는 걸 듣고 있을 때는 참 잘 되겠구나 싶은데 집에 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래서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하고 반문하게 된다.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라는 한 군민의 목소리에는 나름의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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