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하다보면 최근 부안의 경향이랄까, 분위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취재 내용과는 별개로 기자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자세가 우리 고장 분위기를 실감나게 웅변하기 때문이죠.
요즘 부안의 큰 흐름을 한마디로 줄이면 ‘쫄아 있다’가 되겠습니다. 물론 입으로는 당당하다고, 거리낄 게 없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태도는 영 딴판입니다. 취재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고, 뭔가 숨기려 하고, 물어보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변명을 늘어놓습니다. 그러다 마지막에 가서는 한숨을 내쉬며, 나도 힘들다, 혼잣말을 하는 경우마저 있습니다.
이들은 주로 부안사회를 이끌어가는 분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역 엘리트집단이라는 공무원은 말할 것도 없고, 기업을 하시는 분들, 시민사회단체를 이끄는 분들, 부안에 지사를 둔 기관 임직원들, 농·어업 관련 기관들, 심지어 행정 말단 조직인 이장님들까지 몸을 사립니다. 그러니 취재가 제대로 될 리 없습니다. 어떤 분이 사석에서 이러저러한 말을 했다고 해서 연락을 취하면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기 일쑤입니다.
소시민들이야 그렇다 치고,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군민이 뽑아 준 군의원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습니다.
군청 간부가 건설업자에게 지명원을 들이대며 일괄하도급을 강요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만, 행정사무감사나 군정질문 과정에서 어느 의원도 이에 관한 질문을 하지 않습니다. 이 사안이 무시해도 될 만큼 가벼워서일까요?
혹자는 그럽니다. 지역에 살면서 다 형이고 동생인데 그런 곤란한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 질문 한번 잘못했다가 전임군수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이해는 합니다. 군의원도 인간이고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 있으니까요.
하지만 군민의 이익이나 유권자에 대한 책무보다 개인적 관계가 더 중요하다면 애초 군의원 선거에 나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저는 사실 이들의 해명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면 이들 역시 쫄아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최근 부안의 트렌드(?)에서 이들 역시 자유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왜 우리 부안에 이렇게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가 조성됐는지 모르겠습니다. 인간관계 때문일 수도 있고, 불이익에 대한 우려일 수도 있고, 뒤가 구려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원인을 분석하는 일은 우리 신문의 능력 밖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한 가지를 집어내라면, 뭔가 비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권 때의 검찰과 현재 검찰의 차이 같은 겁니다. 권위주의가 해체되고 상식이 지배할 때는 대통령과 평검사가 토론을 벌이며 ‘막가기도’ 합니다만, 지금처럼 정권이 일방통행을 할 때는 검찰을 비롯한 권력기관들이 죄다 쫄아서 납작 엎드려 있지 않습니까. 요컨대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도 제 할 말 할 수 있고, 그러고도 뒤탈이 없는 세상이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물론 우리 부안은 사뭇 다르긴 합니다. 표면적으로나마 행정이 소·공·동을 강조하며 군민과 소통하려 애쓰고 있다는 점이 그렇고, 또 대통령의 권력처럼 절대적인 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이유는 뭘까요? 정말이지 우리 신문의 능력 밖입니다. 각자가 고민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려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쫄지 않고 살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또는 누군가가 가진 힘 앞에서 바짝 쫀다는 건 보통 불쾌한 일이 아닙니다. 자존심 상하는 건 두말 할 거 없고, 행여 자식들에게라도 들킬까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닙니다.
두려움은 실체를 모르기 때문에 생긴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두려움에서 벗어나려면 나를 쫄게 한 대상의 실체를 파악하는 게 먼저입니다. 간단합니다. ‘보이지 않는 저 거대한 힘’이라고 생각한 것이 사실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됩니다. 그 뿐입니다.
어느 조직이든 인사권자에게 찍힐까봐 애면글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본인의 마음이 이 지경이 됐다면 이미 찍혔습니다. 그러니 마음 그만 졸이고 평상심으로 돌아가 의연해지시기 바랍니다. 자존심을 지키며 살다보면 더 큰 기회가 열리는 날이 반드시 옵니다.
권력자에게 잘 보여 고물이라도 챙기기 위해 오늘도 딸랑딸랑 간이고 쓸개고 내주는 사람이라면, 불행하게도 언젠가는 버림받습니다. 정신적 매춘 그만 두고 소신껏 살다보면 인정받는 날이 옵니다.
작은 이권 하나 손에 넣기 위해 인맥 동원하고 로비하면서 노심초사하는 기업인이라면, 지금이라도 그깟 이권 걷어차 버리는 게 좋겠습니다. 차라리 더 큰 이권을 정당한 방법으로 노리다 보면 훗날 큰 사업가가 돼 있을 것입니다. 잔챙이보다는 대물이 되시라는 겁니다. 그래야 분노할 때 분노하고 저항할 때 저항할 수 있습니다. 사람 몸 받고 나와 그 정도도 맘대로 못하면 그게 어디 살아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모든 살아있는 것은 죽고, 모든 존재하는 것은 부패하며, 모든 일어난 현상은 지나갑니다. 그러니 세상에 별 게 없습니다. 권력이든 부든 아등바등 쫓을 때는 대단한 것 같지만, 잠깐 마음을 쉬며 돌아보면 그저 허망할 뿐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쫄 일이 없습니다.
다들 하실 말씀이 많을 줄 압니다. 부안독립신문이 군민들께서 마음껏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조만간 만들겠습니다. 올해는 부안군민 모두 쫄지 말고 배짱 좋게 할 말은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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