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산고등학교 봉사동아리 ‘마중물’이 2015 전라북도 청소년 자원봉사대회에서 전라북도교육감상(단체로는 최고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전라북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에서 주관하며, 우수봉사자(개인/단체)를 선정, 시상함으로써 청소년들의 봉사활동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마중물은 백산고등학교에서 올해 처음 개설된 봉사동아리로, 교장을 비롯한 전교사와 학생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주요 활동으로는 면사무소와 연계하여 80세 이상의 독거노인을 대상으로 주 1회 방문하여 말벗, 안마, 청소 등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또 글쓰기, 종이접기, 그림그리기 등의 활동을 통한 어르신 치매예방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동아리 회장 이푸른(18)양은 “처음엔 할머니 할아버지께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어 2시간 내내 앉아있다 온 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이 어색함을 깨고 마음의 문을 열고 다가가니 어르신들도 조금씩 마음을 여는 것이 보여 힘이 생겼고 보람도 느꼈다”고 밝혔다.
정하영 교장은 “여러 농촌 마을과 인접한 위치에 있다는 지리적 특성상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하고자 하는 학생들과 뜻을 모아 시작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유소미 지도교사는 “우리 동아리의 활동은 봉사 활동 이전에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약속이기 때문에 신뢰를 형성하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돌이켜보면 이대로 봉사를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할 만큼 힘든 날도 많았지만 주위의 지지와 배려 덕분에 계속할 수 있었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마중물이란 메마른 펌프에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먼저 붓는 한 바가지 물을 칭하는 순우리말이다. 아직은 미미한 활동이지만 앞으로 우리 동아리가 마중물이 되어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큰 꿈을 꾼다”고 덧붙였다.
시상식은 11월 13일 오후 3시 전라북도청 대회의실에서 거행된다.
 

▲ 2015 전라북도 청소년 자원봉사대회에서 전라북도교육감상을 수상한 백산고 봉사동아리 ‘마중물’ 회원들과 지도교사

할머니꽃

 

할머니 댁 가는 길에 넓게 펼쳐져 있는 들판은 할머니와의 지난 시간들을 보여줍니다. 할머니 댁에 처음 가던 날 서먹서먹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눈치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바늘만 하던 들판의 모들은 햇살을 받으며 날이 갈수록 쑥쑥 자랐습니다. 따뜻한 봄 덕분인지 할머니와 우리 사이에 쌀쌀한 공기는 이내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주로 마당에 자란 잡초를 뽑는 일을 도와드렸습니다. 우리가 잡초를 뽑을 동안 할머니께서는 다른 일을 하시거나 경로당으로 마실을 가셨습니다. 우리는 잡초와 농작물을 구별을 하는 게 서툴렀습니다. 그래서 돌 틈에서 삐죽 얼굴을 내민 불청객 같은 풀을 밖으로 끌어내었습니다. 말쑥해진 마당을 보고 만족한 우리는 다시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우리가 잡초를 뽑을 때 할머니께서 기르시는 콩을 뽑아 버린 적도 있어서 할머니께서 집 잃은 콩을 보금자리에 도로 심으셨다는 이야기를 시간이 지난 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잘못한 우리에게 꾸중하지 않으셨고 다음 주에 찾아뵈었을 때에도 우리를 싫어하는 기색 없이 온화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하여 주셨습니다.

 
날씨가 잡초를 뽑기에 너무 더운 날에는 주로 선생님께서 주신 보드게임을 같이 하거나 할머니께서 직접 기르신 채소를 손질하는 방법을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할머니께서 이런 것들도 다 배우면 나중에 시집갈 때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는 아욱, 마늘 등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손질하는 방법을 할머니께 배웠습니다. 미숙했지만 할머니가 하시는 대로 따라하면서 얼추 다듬다보니 대충 하면 여린 채소들이 상처를 입기 때문에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이것을 하면서 엄마가 가족을 위한 밥상을 차릴 때 요리에 들어갈 재료를 하나하나 심고 기르고 수확하고 다듬는 모든 과정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일을 도와드릴 때 농사를 지으시는 부모님이 떠올라서 철없던 나의 행동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알게 되면서 반성을 했습니다.
어느 날은 학교 신문부에서 봉사부 취재 차원에서 신문 부원과 같이 동행을 했습니다. 할머니 댁에 가서 방 안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해적 룰렛 게임도 같이 하였습니다. 게임에서 진 사람이 할머니 앞에서 재롱 피우는 벌칙을 걸었습니다. 게임이 진행되고 하나둘씩 벌칙에 걸려 할머니 앞에서 재롱을 부렸습니다. 할머니는 당신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우리들을 보면서 즐거워하셨습니다. 할머니의 해맑은 미소를 보니 부끄러움이 눈 녹듯 사라졌고 할머니의 칭찬을 들으니 기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하늘을 떠다니는 것처럼 좋았습니다.
1학기 동안 할머니와 즐거움을 같이하면서 깊이를 잴 수 없는 정이 쌓였습니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우리는 잠시 헤어져야 했습니다. 봉사할 때 따라오는 피곤함 때문에 편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할머니를 한 달 동안 못 뵙는 게 꽤 섭섭했습니다. 급식소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처럼 길게 느껴졌던 한 달이라는 공백은 식판에서 밥과 반찬이 사라지는 속도같이 빠르게 지나갔습니다.
개학하고 나서 우리는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께 어떤 설명도 없이 떠나게 되어서 섭섭했습니다. 할머니께서 방학 때 사고가 나서 한동안 병원에 입원을 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 할머니는 여전히 꽃 같은 미소를 활짝 내보이며 우리를 반겨주셨습니다. 이 꽃이 시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습니다. 할머니는 나에게 봉사가 아닌 꽃 그 자체였습니다.
백산고 2학년 선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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