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규 군수가 주민참여예산제 회의에 앞서 각 읍면 지역위원장에게 위촉장을 수여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 부안군청 예산계

총58건에 사업비10억5천7백만원 확정
위원들 이해 부족…예산학교 운영해야
구성원 다양화·생활밀착사업 발굴 숙제

부안군이 본격적인 주민참여예산제의 첫 시동을 걸었으나 아쉬움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부안군 주민참여예산위원회(위원장 김진배)는 지난 30일 군청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열고 각 읍면 지역위원회에서 신청한 주민숙원사업 가운데 내년에 시행할 사업을 확정했다. 위원회는 군청이 추천한 위원장 1명을 비롯해 각 읍면 지역위원장 13명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통과된 사업은 모두 58건에 총사업비 10억5천7백만원이다. 당초 부안군이 약속한 주민참여예산은 10억원 이내였으나 각 읍면에서 신청한 사업이 모두 132건에 총사업비가 25억5천만원에 달하는 등 한도액을 초과하자 부안군이 즉석에서 증액을 약속해 5천7백만원 증가하는 선에서 타결됐다.
각 읍면이 요구한 주요사업을 우선순위별로 살펴보면 ▲부안읍 △교동마을 배수로 정비공사 △동영2차 진입로 포장공사 ▲주산면 △송정마을 모정 보수 △신기마을 농로포장 ▲동진면 △본덕리 안길 재포장 △산원 안길 포장 ▲행안면 △삼간마을 앞 농로포장 △검암마을 용수로사업 ▲계화면 △창북~대창사거리간 노변정리사업 △ 계화들녘 정원화사업 ▲보안면 △유천리 아스콘 덧씌우기 포장공사 △우동마을 당산쉼터 가꾸기사업 ▲변산면 △산기마을 배수로 정비 △언포마을 옹벽 설치 ▲진서면 △진서마을 아스콘 덧씌우기 △복지회관 주변 배수로 정비 ▲백산면 △백산성 잔디등 설치 △태양열 LED가로등 구입 ▲상서면 △주민자치센터 체력단련실 증축 및 운동기구 설치 ▲하서면 △노곡마을 안길 확포장공사 △삼산마을 진입로 보강공사 ▲줄포면 △연중 하수구 정비 △선양 안길 확포장 ▲위도면 △정금 연도교 보수공사 등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업비 10억원을 각 읍면에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가 핵심 논점이었다.
당초 위원회 안은 총사업비 10억원 가운데 13개 시군에 5천만원씩을 균등 배분하고, 나머지 3억5천만원에 대해서는 당면한 숙원사업을 지역구분 없이 선정하자는 입장이었다.
행안면 추금철 위원장과 줄포면 정구만 위원장 등은 “균등 배분 5천만원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읍면 따지지 말고 급한 사업에 예산을 더 투입해야 한다”며 이 안에 동조했다. 하지만 몇몇 지역위원장이 그럴 경우 지역민들 사이에 불만이 나올 수 있다며 읍면별로 균등 배분하자고 주장해 결국 균등 배분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김진배 위원장이 이에 대해 “균등 배정을 하면 주민참여예산제의 의미가 없다”면서 “이번이 처음이니 균등배분과 지역 특색사업을 혼합하자”고 제안했으나 무산됐다.
결국 위원회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읍면별 액수 맞추기로 끝났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주민참여예산제가 인기위주의 예산편성이나 방만한 예산운용 등 낭비요인을 없애고, ‘주민참여'와 '자기결정'이라는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위원들이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민참여예산제가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예산학교’ 과정을 거쳐 위원들로 하여금 제도의 취지를 이해토록하고, 예산심사 시에도 실질적이고 깊이 있는 토론의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참여 위원의 계층과 직업군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오고 있다. 주로 60대 이상 남성 이장 위주로 구성된 위원회로서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회의 말미에 모 위원장이 각 읍면 확정사업의 시공업체를 선정할 때 지역위원장이 면장과 ‘의논’할 수 있도록 배려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도 이같은 한계를 반증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다양한 계층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조례에 명시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처럼 우리도 위원회에 여성, 청소년, 장애인, 다문화가족, 전문직 등 다양한 계층과 직업군이 포함되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각 읍면에서 신청한 사업이 토목공사 일색이라는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주로 마을 안길이나 농로 포장, 배수로 정비공사 등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아니어도 때가 되면 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인데 굳이 주민참여예산제를 통해 신청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주민이 직접 살림을 한다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마을 도서관이나 관혼상제 품앗이 등 공동체 복원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업을 비롯해 어린이 안전, 청소년 프로그램, 여성개발 관련 사업 등 실생활 속에서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영역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본격적인 주민참여예산제를 기획한 부안군청의 의도는 높이 사야 한다는 데 군민들이 대체로 공감한다는 분위기다. 요컨대 더 가다듬으면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부안읍에 거주하는 군민 김아무개씨(48)는 “진정한 주민자치를 위해 첫 발을 뗀 만큼 이번에 드러난 문제점을 보강하고 주민참여예산제가 활성화된 다른 지자체의 사례를 폭넓게 연구하면 상당히 재미있는 자치 실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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