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우연히 초등 5, 6학년생 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의 대화를 들었습니다.      “야, XX. 졸라 재수 없다. (중략) 담탱이(담임 선생님)한테 걸려 캡숑(많이) 혼났지만 열라 재미있었다.” 비속어와 욕설로 가득한 아이들의 대화를 듣는 저는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제가 “얘들아, 말을 골라서 하고, 고운말을 쓰면 안 될까?”하고 말하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우리들끼리 말하는 거예요!”하며 웬 참견을 하느냐하는 표정으로 투덜거립니다. 몇 마디 더 해 주려다 이내 참고 오니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언젠가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왜 남들도 못 알아듣는 수준낮은 말을 해야 하는지 물었습니다.
“요즈음 유행이예요. 그리고 그런 얘기를 안 하면 반에서 다굴(‘왕따’라는 뜻) 당해요. 친구들끼린 다 이렇게 얘기해요. 그냥 장난인데…. ”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욕을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요즘 아이들. 욕을 하는 아이도, 듣는 아이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습니다. 습관적으로 굳어진 느낌입니다. 아이들의 이러한 욕 위주의 대화내용을 들을 때마다 ‘우리 어른들도 어려서부터 욕하면서 자랐지, 나이 들면 언젠가 다 깨달을 날 있을 거야’고 위안을 해봅니다. 그러나 요즈음의 실상을 생각하면 그저 성장과정의 한 부분이라고 쉽게 여기기에는 그 수위가 너무 심각한 실정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초등, 심지어 유치원 학생들까지 남, 여학생을 불문하고 욕하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욕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관심을 끌기 위해서 혹은 욕의 억양이 재미있어서 하는 경우가 많고, 또래와의 어울리는 수단, 나도 이제 어른이 됐다는 자기 우월감, 과시의 수단 등이 이유라 합니다. 특히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욕은 일종의 또래집단의 언어로써 아이들과 어울리기 위한 수단으로 욕을 한다고 합니다. ‘짱’과 같이 강하고 센 느낌을 위해 욕을 사용하기도 하는 것이죠. 문제는 아이들이 욕이 나쁘다는 것도 모르고 습관처럼 욕을 하는데 있습니다. 게다가 욕을 잘하는 친구는 왠지 세 보이고 멋있게 느껴진다고 까지 생각을 할 정도이니 충고 자체는 아예 먹힐 수 없는 상태라 말 할 수 있습니다.

요즈음 아이들의 욕은 또래집단과 인터넷 안에서 활개 칩니다. 여학생들은 대부분 인터넷 소설에서 대부분의 욕을 배운다면 남학생들은 인터넷 게임을 하면서 채팅방에서 모든 욕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운 욕을 또래집단에서 실천으로 옮기고 그래서 습관적으로 욕을 입에 물고 사는 것입니다.
학교나 사회에서는 욕설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최소화에 노력한다 하지만 욕설의 자음만 표기하거나 표현을 변형시키면 누구나 욕을 할 수 있으므로 이미 욕설차단기능은 무용지물이 되어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해결방안이 없는 상태입니다. 또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한 친구 선배 등 다양한 인맥에 의해 욕을 배우기도 하고, TV나 영화를 통해 자연스레 욕을 익혀 주저 없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의 하나가 부모의 욕설입니다.  즉 주변의 환경적 영향에 의해서 지배를 받는 다는 것입니다. ‘욕하는 아이의 주변에는 거의 대부분 욕하는 어른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어떤 형태든 욕하는 아이의 행동을 고치기 위해 무엇보다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부모가 적절한 바른 말을 사용하는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가 욕하는 것을 들었다면 지나친 반응과 나무람은 오히려 자신감 저하 및 열등감과 좌절의식을 줄 수 있기에 부드러운 대화로 잘못된 행동임을 반드시 지적해야 할 것입니다. 즉, 자녀를 향한 막연한 방관보다 적절한 관리 감독이 필수조건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욕은 스트레스 해소, 상대방과의 친밀감’ 등 장점을 갖는다고 말하지만 이는 사리분별 가능한 성인의 경우에 한하므로 아이들이 모르고 쓰는 욕을 어릴 때 바로 잡아주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는 습관으로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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