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부안읍에서 한 바탕 소란이 벌어졌다.(본지 5워 26일 기사참조) 서남해해상풍력실증단지 개발을 위한 주민설명회를 앞두고 한해풍(한국해상풍력)과 이를 실력저지 하려는 해상풍력단지 반대대책위간의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부안은 그동안 계화도 간척사업, 새만금 간척사업, 핵폐기장 설치추진까지 국책사업이란 명목으로 많은 정신적 고통과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그 피해는 과거형이 아닌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10월경에는 새만금위원회에서 새만금호의 담수화여부를 결정할 예정인데 올해 상반기 동진강 부근에서 실시된 수질검사에서 물고기도 살 수 없는 6급수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수질개선을 위해 2조 5천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이러한 지경이니 ‘죽음의 시화호’가 자꾸 떠오르는 것은 기자만의 걱정은 아닌듯하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부안앞바다를 내놓으라는 세력과 절대 양보할 수 없다며 치열한 싸움을 각오하고 있는 반대대책위의 허완석(72) 위원장을 만나 어민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내일은 법원인가 어딘가에서 날 오라고 그러더라고……. 업무방해를 했다나? 어쩠대나? 군청직원하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요즘 날 찾는 사람이 많구먼.”
조포에서 태어나 평생을 바다를 지키며 살아온 허완석씨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사라져버린 조포 앞바다에 대한 아쉬움이 깊게 묻어난다.
“박정희시절에 개화간척지를 만들었는데 그때는 보상의 ‘보’자도 모르고 정부서 허믄 허는갑다 그랬지. 새만금 막을 때는 또 어쩌고. 원래 조포에 64가구였던 것이 보상 당시에는 옥정호, 용담댐 수몰민들이 대토를 해서 이주를 해 240가구가 되었는데 그 중에서 맨손어업으로 보상을 받은 사람이 27가구밖에 안돼…….”
“먹고 사는데 걱정이 없는 데가 여기여. 물때 맞춰서 바닷가에 가면 수 만원서부터 수십 만 원까지 벌어오는데 무슨 걱정을 허것는가? 오늘 못 잡으면 내일 잡고 그랬지. 그렇게 푸졌지 아먼... 우리 어른들이 ‘살아생전에는 부안서 살고 죽어서는 명당 많은 순창서 묻혀라’라고 그랬지. 보상금액도 한 집 당 겨우 270만원에서 많이 받은 사람이 850만원이여. 갯가에 가면 며칠만 해도 벌 돈 아닌가?. 그렇게 몰랐어! 우리가……. 그렇게 빼앗긴 것도 원통하고 억울한데 또다시 바다를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되지……. 위도 앞바다 거기가 칠산 바다인데 물고기들의 산란장이라는 거야. 근데 거기다 반경이 43키로,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86키로 풍력단지를 만들면 1억 평이라는데 어로금지구역을 딱! 허니 그어놓고 어민들은 들어가도 못하게 하고 산란장에는 고기가 오질 않으면 새만금으로 갯벌이 사라진 것처럼 어장이 사라져버리는 거여. 젤 좋은 어장에다 돈 들여서 무슨 짓을 한다는 것인가? 그냥 좋게 흐르는 강에다 수십조를 들여 4대강 사업을 해서 녹조나 만드는 것이나 똑같아…….”
허완석씨는 절규하듯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대대손손이 먹고 살 터전 아닌가? 계화도 앞 갯벌을 생각허믄 말이 안나온당게. 새만금 안쪽에 고기고 뭣이고 살 들 못허잔어. 팍! 골아가지고. 그 것 생기믄 또 그 짝 난당게. 풍력발전기 날개 한 개가 75m라는데 양쪽으로 150m여……. 제주도해녀들이 격포에 작업을 하러 가끔 오는데 소음과 진동이 엄청나서 그 근처에 고기가 없다는 거여. 그러면서 절대로 그거 들여놓으면 안 된다고 격포사람들에게 일러주었다네.”
70이 넘은 나이까지 어촌계장(조포)을 하는 것이 창피하시다는 허완석씨는 경험을 통해 축척된 삶의 지혜를 구수한 말솜씨로 풀어내며 상대방을 차분하게 설득한다.
이웃에 이처럼 합리적인 이성과 열정적인 감성으로 무장한 채 자손들에게 물려줄 삶의 터전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이들이 있어 부안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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