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환/하서면


한 사십년 지난 사진이라 확실치는 않지만 중학교 2학년 여름, 1급 상이용사이신 아버지와 단 둘이 고사포 해수욕장으로 나들이 갔을 때인가 보다.

아직도 남아있는 수련원 건물이 그때의 기억을 도와준다. 9남매나 되다 보니 요즘처럼 다정하게 부자의 정분을 나누기야 했으련만 이제 사진 속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고 보니 내가 받은 사랑이 넘치게 컸음을 새삼스레 느낀다.

교복을 입고 어정쩡하게 폼을 잡다 만 앳되어 보이는 중학생인 나는 심한 개구쟁이였다. 자라면서 알게 모르게 부모님 속을 꽤나 썩여드렸고 그러다 보니 부모님에 대한 미안함이 형제 중 유독 크다.

툭하면 나가 싸워 여기 저기 피멍이 들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애태우던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하다. 어느 날인가 싸운 뒤 골병이 들어 누웠을 때 똥물을 걸러 마시면 좋다는 말을 들으신 아버지는 내게만 그 물을 먹일 수 없다면서 함께 마셔 주셨다. 그 때는 알 지 못했지만 아비가 된 지금에야 아버지의 정이 이토록 사무치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체격은 작았지만 다부지고 왼손의 힘이 좋아 복싱을 시작한 나는 자잘한 시합에서 우승도 몇 번 했다. 좀처럼 속내를 보이시지 않았지만 그때 아버지는 조금은 흐뭇해하시지 않았을까 하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해본다. 이제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 올해는 그 날처럼 아버지를 모시고 고사포해수욕장에 하루 다녀올까 한다. 지난 이야기를 하며 부자의 정분을 피워보리라. 아버지 고맙습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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