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직 9급 공무원을 향한 꿈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학창시절 나의 은사님은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엉덩이로 하는 것이다”라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말씀하셨다. 공부는 아이큐나 두뇌보다는 끈기와 인내심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얼마 전 너무 오랫동안 앉아서 공부를 한 탓에 엉덩이에 병이나 병원을 방문한 한 환자를 만날 수 있었다. 뇌병변장애1급으로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2급 자격증을 취득한 공무원 수험생 이새운(27)씨를 만나보았다.
“곰소가 고향이라던데 이곳에서 계속 살았나요?”
“초등학교를 이곳에서 졸업하고 아버지께서 친구들에게 놀림 받지 말고 학교생활을 하라고 저를 전주에 있는 동암재활학교로 보내셨어요. 한창 어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기숙사생활을 했는데 추운 날 찬물로 씻을 때가 제일 서러워 이불속에서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더운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학생들이 더운물을 많이 쓰니까 저 같이 동작이 재빠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항상 모자라거든요. 중3이 되어서야 ‘내가 여기서 어떻게든 견디며 학업을 마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덕분에 졸업 후 대학진학도 할 수 있었고요.”
이새운씨는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운동신경 쪽에만 장애가 있는지 공부를 하거나 하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고 한다. 한 반에 다섯 명 내외의 동기들은 중고등학교 6년 동안 한 반에서 형제처럼 지냈다. 또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수준별로 지도해 주셔서 공부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고2때 새로 전입 오신 선생님과 며칠 동안 숙식을 함께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그 선생님께서 제가 장애를 가진 동생들을 잘 보살피는 것을 눈여겨보시고 ‘새운이는 사회복지사가 돼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 일을 하면 참 잘할 수 있겠다’라고 말씀하시며 ‘목적이 이끄는 삶’이란 책을 주셨어요. 그 책을 읽고 인생을 계획하는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어요”
웃는 얼굴로 밝은 톤의 기분 좋게 건네는 그의 인사는 듣는 이로 하여금 밝은 에너지를 느끼게 해 준다. 부친 이판진씨는 어려서부터 이씨에게 “네가 장애를 가졌어도 할 수 있는 것은 네 스스로 해야만 한다”라고 줄곧 말씀하셨다. 그래서 지금도 그는 남의 도움을 자주 거절하곤 한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해보다가 안 되면 제가 도와달라고 하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항상 밝은 모습일 것 같은 이새운씨도 가슴 속에 묻어둔 아픈 사연이 없을 수 없다.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인 초등학교 5학년이 되었을 때 이제까지 잘 지내던 친구들이 자신들과 다름을 발견하고는 “넌 우리와 달라! 우리랑 함께 놀려고 하지 마!”라는 말을 했을 때 처음으로 많이 아팠다. 그리고 대학4학년 사회복지사 실습을 나가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약자를 제도의 허점 때문에 도와 줄 수 없었을 때 무력감과 함께 현실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가장 큰 상처는 사회복지 도우미로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때 일 것이다. “냄새가 난다……. 씻고는 다니냐?”같은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었을 때 장애인을 바라보는 삐뚤어진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평소 꿈꿔왔던 사회복지공무원에 대한 환상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리는 순간이었다. 근무 중 사무실에서 넘어졌다는 이유로 재계약에 실패한 후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밀려와 거의 폐인과 같은 생활로 수개월을 보냈다. 이 모든 일들의 원인이 되었던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자신의 손과 발을 부정하며 우울해하기도 했다.
이때 그에게 새로운 희망의 돌파구를 마련해 준 계기가 생겼다. 근처의 지역아동센터에서 자원봉사를 할 사회복지사를 구한다는 것이었다. 여느 지역아동센터가 그러하듯 빠듯한 운영비에 월급을 주기가 힘들어 교통비 정도만 주는 자원봉사성격의 자리였지만 그의 말에 따르면 자원봉사 하러가서 정작 자신이 힐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며 ‘선생님! 선생님은 그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이곳에서의 나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어요. 그것만으로도 저는 치유가 되는 것 같아요”
오전에는 장애인 사회복지공무원9급 채용시험을 준비하고 오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으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봉사하며 한없는 기쁨을 만끽한다는 이새운씨, 그의 아름다운 청춘은 이제 시작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