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얼마 전에 ‘치명적인 거짓말쟁이’를 대통령으로 둔 적이 있다. 이름도 부르기 싫은 이명박 대통령. 한 사람의 적극적인 못된 정책은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 4대강 사업으로 국토가 오염되는 것은 물론, 의(義)를 버리고 이익만 탐하며 천박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행동으로, 나라의 품격과 함께 인간의 품격마저 훼손하며 국민들을 모멸감에 젖게 만들었다. 그는 교육에도 큰 흔적을 남겨놓았는데,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정책으로 고등학교를 서열화하여 일반고 교육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고 교과서를 정치적으로 왜곡하려 하였다. 그의 정권에서는 교육마저 정치적인 수단에 불과했다.
그 때 뿌려진 갈등의 씨앗이 지금 큰 나무가 된 것이 있다. 김승환 교육감과 교육부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소위 ‘누리과정’이 그것이다. 이명박은 정말 대단하고 치명적인 갈등 유발자다. 다시 생각하기 싫은 사람이지만 그는 아마 오랫동안 이 사회의 갈등 원인으로 되돌아 올 것이다.
누리과정의 역사를 살펴보자. 누리 과정은 처음부터 사기로 기획되었다. ‘100년 대계’인 교육은 광범위한 의견수렴과 탄탄한 재정 마련 등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그것은 빼버리고 선거에 써먹기 위한 ‘4년 사기술’의 하나로 기획된 것이다.
다음 일정을 보자. 2011년 9월 5세 누리과정 고시, 2012년 3월 5세 누리과정 실시, 2012년 4월 11일 국회의원 선거. 선거를 노린 기획이라는 것이 너무 뻔하게 보이지 않는가? 당시 선거에서는 ‘복지’가 쟁점이 되고 있었다. 이 쟁점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먼저 3~5세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교육하겠다고 선언해 버린다.
그런데 왜 사기인가? 처음부터 재정에 대해서 사기를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해에는 예상되는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국가가 돈을 주지만, 다음해부터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부담을 부분적으로 떠넘기고, 4년 후부터는 국가는 손을 떼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대단한 사기꾼 아닌가? 국민들은 정부가 무엇을 해 준다고 하면 좋아하면서, 정부가 예산을 왜곡해서 공무원끼리 싸우면 마치 남의 돈 구경하듯 무관심한 경향이 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심리를 너무도 잘 이용했던 것이다.
그 다음 일정을 보자. 2012년 7월 3,4세 누리과정 고시, 2012년 12월 19일 대통령 선거, 2013년 3월부터 3,4세 누리과정 실시. 이 과정도 위의 과정과 유사하다. 선거를 위해 예정된 수순이다. 이 선거에서 여권은 복지공약을 대대적으로 내세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결같이 돈에 대한 문제는 제대로 된 대안이 없다. 증세는 하지 않으면서 복지는 확대하겠다는 이상한 공약을 내놓는다. 그런데 그런 ‘이상한 공약을 주장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
그 결과 이제 사기의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2013년 9월 누리과정 국고지원금 없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발생 및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민들은 진보교육감을 많이 선출하였다. 그러자 이제 여권은 눈엣가시가 되어버린 교육감을 아예 없애버리고 싶어서 교육감 선거를 없애려는 시도를 한다. 지금도 여전히 그 시도는 진행 중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먼저 돈 줄을 말려서 무력화시키는 게 저들로서는 다급한 일이다.
2014년 11월 교육감협의회는 국가의 공약은 국가가 책임지라고 요구한다. ‘왜 남의 돈으로 대통령이 선심 쓰느냐’는 식의 신경전 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교육에 투자해야 할 돈을 3-5세 교육에 강제적으로 지정하느냐’는 정당한 주장이다. 교육감들은 3-5세 애들만 돌보라고 선출된 것이 아니라, 초중고 교육을 제대로 해 보라고 지역민들이 선출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이 모임에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모든 교육감이 함께 모여 주장한 것이다.
2015년 5월, 김승환 교육감 혼자 버티고 서 있다. 그 동안 정부가 한 일은 ‘돈 없다. 니들이 빚내서 해라! 이자는 내줄게!’라는 것이었다. 더 가관은 ‘내년부터는 의무적으로 교육청에서 책임져’라는 것. 이명박 사기의 완결판이다. 국가의 부담을 자치 단체로 떠넘기기. 너무 억울하고 분하지 않는가? 초중고 학생들은 자신들에게 돌아올 혜택을 3-5세 애들에게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불의 앞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교육자다운 것일까? 애들에게 정의로운 인간이 되라고 가르쳐왔는데, 이제 애들 앞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많은 교육감들이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분하지만 힘이 없어서’ 정부가 시키는 대로 빚을 내겠다고 했다. 김승환은 차마 불의에 굴복할 수 없어 고뇌가 깊어가고 있다.
문득 노무현의 연설이 생각난다.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 이제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에게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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