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 ‘내 일’처럼 참여도 활발

부안항쟁을 통해 주민들은 잊고 있던 공동체 문화를 생활속에서 다시 찾아가고 있다. 일제시대와 분단, 근대화를 거치면서 잃어버렸던 공동체 문화를 하나씩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주민들은 ‘핵폐기장 결사반대’라는 한 목소리를 내면서, 지난 1년동안 같은 길을 걸어왔다. 군청앞 반핵동산과 수협앞 반핵광장은 주민들의 ‘반핵’과 ‘주민자치’ 열기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촛불집회를 200회가 넘게 열리면서 주민들은 거의 매일 모였다. 이제 주민들은 ‘노란 옷’ 입은 사람만 봐도 서로 반가워한다. 또 촛불집회는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주민들의 의견이 교환되는 소통의 장이 됐다. 촛불집회를 준비하면서 주민들에 의해 만들어진 모임도 여럿이다. 막칠하세팀이나 노란고무신, 아줌마 홍보단과 같은 팀들이 대표적이다. 아줌마 홍보단의 경우,자치단체 의정감시단으로 발돋움해, 군의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또한 면지역에서도 반핵싸움을 통해 지역문제에 개인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늘고 있다. 격포대책위의 경우 지역발전협의회를 본격적으로 구성해 지역의 문제를 주민들의 참여로 이끌어가고 있다. 격포 대책위는 “변산반도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채석강과 이순신 촬영세트장, 내소사 등의 입장료를 각각 받고 있다. 해놓은 것도 없이 입장료만 받고 있는” 관광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격포 지역발전협의회는 “항구주변에 느티나무를 심고,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를 조성해 매년 개최하는 축제도 주민들이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농촌지역인 보안면 역시 반핵 싸움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이 성숙해가면서 남부안농민회를 중심으로 수매 때 미곡처리장(RPC)의 단합과 농간을 줄이고, 수매가를 높게 받는 등의 성과를 얻어냈다.
이처럼 반핵싸움을 통해 성장한 지역 주민들의 자치의식은 ‘부안’이라는 지역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찬핵’으로 쏠려있는 주민들과의 충돌로 공동체는 분열적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공동체의 성장과 내부의 갈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당분간 공동체 속에 상존하게 될 과제로 남았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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