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날에 우리들은...신죽학교 동창생! 방죽을 파면 물 고이고! 물 고여 물괴기 생긴다는데! 2015년 3월 28일, 8개 마을 방죽물 - 빠가사리 ,붕어, 미꾸람지, 방죽이 낳은 물괴기들. 봄 햇살은 걸음 더욱 느리게 만들고 ! 바람은 꽃나무 등 타고 흘러 주유산천 재촉하는고나! 중터 사는 송순옥이 묵은 짐치 넣고 끼린 붕애찌게는 마음 녹이고! 백명순이 떡 빼고 파 김치버무려. 작년 가을 담근 새비젓! 꼬시고 맛나구나! 웬만한 사내 불알도 쥐어뜯을 만한 강단의 소유자, 옛날 농구선수 이공례는 할매 되야 손주꺼정 데리고 왔네 ! 용적의 숨은 일꾼 마당발 인택이, 용적 모종에 비니루 까지 쳐놓고! 옛날 찐 달걀에 주먹댕이 만한 소금 발라 찍어 먹는 삼포로 가는 완행열차처럼! 점심 먹고 영옥이 도라꾸에 술 싣고 똘뚜럭 출발이로다 ! 지나간 세월이 간밤 꿈 같으니! 구름은 바람 없이 못가고, 사람은 사랑 없이 못 산다는 어느 노랫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있고 없음을 불문하고 사랑과 추억은 아름다운 것! 우리가 구름 이라면 고향은 바람 같은 것 ! 구름은 바람을 타고 바람 속 두둥실 간밤 꿈같이 흘러간다! 신평 가는 길 보리밭은 이런 저런 얘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생각나무! 기억 저편으로 건너가는 타임머신 같은 것! 봄 되면 고향 보리밭이 늘 바다란 생각을 갖게 됐고, 늘 나를 나 되게 만든 것들이었다. 가난한 어머니에겐 청보리 뜯어다 된장 풀고 끓이는 ‘국’이었다네. 신평 업순이 엄니! 고향 하도 그리워 꼬부랑 엄니 모시고 멸치 한 박스 사 ‘금판리떡네 집’ 하룻밤 묵고 가니 맥힌 가슴 뻥 뚫어졌다네. 효자 아덜 귀야리 영옥이 엄니 “됭기떡” 자식 친구들 온다하여 식혜를 담갔는데 옴박지로 한가득 철철 넘치는 정분이로다 ! 하루에 백 원씩 수도꼭지 물방울 떨어지듯! 종자돈 넣어 큰 아덜 영갑이 형 결혼식 양복 맞춰줬다는 귀야리 ‘잔다르크 같은 여인’ 영옥이 어머님 “됭기떡” 신죽국민학교 우리 모교 앞,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넘친다! 움직이는 이동식술집 1톤 트럭, 술이 거나허구나! 이런 날은 오는 봄도 취하여 가는 날! 중터, 송순옥이 집 지나 구희선, 앵두 같은 양옥이, 꽃같이 아름다운 그 청춘 어이하여 귀밑머리 희어놨더냐! 이놈의 세월아! 상터 강환이 집터 앞에 대전떡, 광천이형 모친도 반겨주시네! “순재 아니냐!” - “나여 순재! 순재” “우리 재순이는 안 왔다냐?” 참사양반 안양반 - 형순이 엄니! 형순이 지고 온 쇠괴기야 반갑다. 상터의 현사 옥철이! 뜻 품으면 나무이름도 새로워지는 거라 개암사 등산 때 가르쳐줬지! 팔호촌 - 칠호촌 - 전주 웅상이가 연어라면! 팔호촌은 웅상이 모천 같은 곳! 연어가 물 냄새 그리워 그 모천을 헤엄치누나! 신광가는 길! 봄날 해는 설풋 비끼는 햇살로 물들어 갈 때! 술 취한 신선 원영이가 부르는 노랫가락은 봄바람 타고 들길에 풀려 가는데! 그 소리 구성져 길 지나는 가객 가슴 쥐어 뜯노나! 인도네시아 귀국헌 광덕리 만기야 반갑따. 이역만리 얼마나 고생 많았냐! 순옥이 작은 아버지! 신광 경노당! 옥철이가 수제비 분가루 철컥철컥 문지르고! 부지런한 업순이 명순이 순옥이 바지락 칼국수 끓이니! 아! 이 좋은 봄날에 8개 마을 주유산천! 이 보다 더 좋은 날 있으랴! 산색은 짙어지고, 우리의 옛정은 익어만 가리! 최만호(신죽초등학교 6회 졸업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