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70년 가을 졸업사진. 45년 만에 처음 꺼내보지만 다 알아보겄네! 금재, 덕순, 경자... 형동, 대홍, 진수... 담임 박종기선생님
6년 동안 한반에서 배운, 백산면 신죽초등학교 (1963~1994) 6회 졸업생 72명이 동창회를 열었다. 나이또래는 베이비붐 세대를 대표하는 58년 개띠 올해 58세. 먹을 것이 태부족하던 시절 집집마다 자식은 많아 어렸을 적엔 대우 받기 힘들었다. 두 달 전 부안 사는 동창 다섯이 만나 모의 했다. “야! 그런디 더 나이 먹기 전에 우리 살던 8개 마을 쭉 둘러보고 문 닫은 학교도 가보는 게 어떠냐?” “그거 아이디어 참 좋다. 리아카에다 먹을 거랑 술이랑 싣고 마을마다 순례하는 거야. 어른들 대접도 하고” “그래 그럼 나는 인절미 해갈게 쑥도 넣고... 생각만 해도 재밌네!” “나는 물고기 지져야 되겄다. 얘들 평소 못 먹어 보는 거니까. 남편이 붕어 잘 잡아오더라”
   
▲ 용적 모정 출발 “우리친구들 58년 개띠 에너지 팡팡 누가 58세로 봐 48세~~~^^”
그렇게 해서 동창생 27명이 모였다. 평소보다 많이 왔다. 3,40년 전 마을을 떠났던 동창들은 모두가 처음 와본다 했다. 연고가 없으면 들리고 싶어도 올 수가 없다. 마을을 방문하면 연락받은 어르신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셨다. 어려서 걷던 길을 걷고 그 시절을 되새기노라니 말도 행동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 한 여자애는 남자들끼리 얘기하고 있는 방문을 열어보고는 “머시매들만 있네!” 10살 된 소녀가 된다. 그런데 왜 친구들 이름보다 댁호가 먼저 생각나는지. 금판이떡 아들 영택이, 구슬떡 아들 홍성위, 미절떡 딸 유남이... 맘이 유년으로 돌아가면 몸도 되돌아 가는가 이번엔 동창들이 더 젊고 이쁘다. 남은 인생도 이렇게 좋은 날들만 가득하기를! 
   
▲ 영옥이 어머님! 식혜를 옴박지로 가득 해놓고 아침부터 기다리셨다네. 젊어서 홀로 되어 줄포, 곰소까지 새벽같이 걸어가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광주리에 혹은 리어카에 갈치, 고등어, 조기 생것을 떼다가 동네마다 멕였다는 어린 우리 맘에도 감동으로 남아있는 분!

   
▲ 한마디 할 때마다 폭소는 터지고
   
▲ 30여년전 청춘남녀였던 시절... 촌놈촌년들 멋저
   
▲ 멈추면 트럭 짐칸에 즉석 식당을 열고
   
▲ 20년 전 애들이 줄어 문 닫은 신죽초등학교, 지금은 요양원이라네. 회전그네자리, 고무줄살이 하던 곳 기억을 더듬는다. 야! 한방 찍자. 붙어 붙어 잘 박어! ㅋㅋㅋ

이 봄날에 우리들은...신죽학교 동창생!

방죽을 파면 물 고이고! 물 고여 물괴기 생긴다는데!
2015년 3월 28일, 8개 마을 방죽물 - 빠가사리 ,붕어, 미꾸람지, 방죽이 낳은 물괴기들.
봄 햇살은 걸음 더욱 느리게 만들고 ! 바람은 꽃나무 등 타고 흘러 주유산천 재촉하는고나!
중터 사는 송순옥이 묵은 짐치 넣고 끼린 붕애찌게는 마음 녹이고!
백명순이 떡 빼고 파 김치버무려. 작년 가을 담근 새비젓! 꼬시고 맛나구나!
웬만한 사내 불알도 쥐어뜯을 만한 강단의 소유자, 옛날 농구선수 이공례는 할매 되야 손주꺼정 데리고 왔네 !
용적의 숨은 일꾼 마당발 인택이, 용적 모종에 비니루 까지 쳐놓고!
옛날 찐 달걀에 주먹댕이 만한 소금 발라 찍어 먹는 삼포로 가는 완행열차처럼!
점심 먹고 영옥이 도라꾸에 술 싣고 똘뚜럭 출발이로다 !
지나간 세월이 간밤 꿈 같으니!
구름은 바람 없이 못가고, 사람은 사랑 없이 못 산다는 어느 노랫말처럼 언제, 어디서나, 남녀노소, 있고 없음을 불문하고 사랑과 추억은 아름다운 것!
우리가 구름 이라면 고향은 바람 같은 것 !
구름은 바람을 타고 바람 속 두둥실 간밤 꿈같이 흘러간다!
신평 가는 길 보리밭은 이런 저런 얘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 생각나무! 기억 저편으로 건너가는 타임머신 같은 것!
봄 되면 고향 보리밭이 늘 바다란 생각을 갖게 됐고, 늘 나를 나 되게 만든 것들이었다.
가난한 어머니에겐 청보리 뜯어다 된장 풀고 끓이는 ‘국’이었다네. 신평 업순이 엄니!
고향 하도 그리워 꼬부랑 엄니 모시고 멸치 한 박스 사 ‘금판리떡네 집’ 하룻밤 묵고 가니 맥힌 가슴 뻥 뚫어졌다네.
효자 아덜 귀야리 영옥이 엄니 “됭기떡” 자식 친구들 온다하여 식혜를 담갔는데 옴박지로 한가득 철철 넘치는 정분이로다 !
하루에 백 원씩 수도꼭지 물방울 떨어지듯! 종자돈 넣어 큰 아덜 영갑이 형 결혼식 양복 맞춰줬다는 귀야리 ‘잔다르크 같은 여인’ 영옥이 어머님 “됭기떡”
신죽국민학교 우리 모교 앞,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넘친다!
움직이는 이동식술집 1톤 트럭, 술이 거나허구나!
이런 날은 오는 봄도 취하여 가는 날!
중터, 송순옥이 집 지나 구희선, 앵두 같은 양옥이, 꽃같이 아름다운 그 청춘 어이하여 귀밑머리 희어놨더냐! 이놈의 세월아!
상터 강환이 집터 앞에 대전떡, 광천이형 모친도 반겨주시네!
“순재 아니냐!” - “나여 순재! 순재”
“우리 재순이는 안 왔다냐?”
참사양반 안양반 - 형순이 엄니!
형순이 지고 온 쇠괴기야 반갑다.
상터의 현사 옥철이! 뜻 품으면 나무이름도 새로워지는 거라 개암사 등산 때 가르쳐줬지!
팔호촌 - 칠호촌 - 전주 웅상이가 연어라면! 팔호촌은 웅상이 모천 같은 곳!
연어가 물 냄새 그리워 그 모천을 헤엄치누나!
신광가는 길!
봄날 해는 설풋 비끼는 햇살로 물들어 갈 때!
술 취한 신선 원영이가 부르는 노랫가락은 봄바람 타고 들길에 풀려 가는데!
그 소리 구성져 길 지나는 가객 가슴 쥐어 뜯노나!
인도네시아 귀국헌 광덕리 만기야 반갑따.
이역만리 얼마나 고생 많았냐!
순옥이 작은 아버지! 신광 경노당!
옥철이가 수제비 분가루 철컥철컥 문지르고!
부지런한 업순이 명순이 순옥이 바지락 칼국수 끓이니!
아! 이 좋은 봄날에 8개 마을 주유산천!
이 보다 더 좋은 날 있으랴!
산색은 짙어지고, 우리의 옛정은 익어만 가리!        최만호(신죽초등학교 6회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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