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질 즈음 양지바른 집터 주변에 우~허니 돋아나는 동그란 녹색잎 새순이 있었다. 어린 순을 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쳐내어 된장을 많이 고추장을 적게 넣어 간을 하고 참깨, 마늘, 설탕 등 가진 양념을 넣어 조물조물 무쳐 내면 머위순 너물이 완성된다. 쌉싸름한 맛이 봄철 잎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다. 어린 머위를 그대로 두면 잎이 점점 넓어지면서 대가 길게 자라는데 초여름에 이르면 한자 반 길이만큼이나 된다. 여름철 머위는 넓은 이파리를 잘라내고 대궁 껍질을 벗겨 들기름에 볶아내거나 들깨탕을 끓이면 설겅설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동네 후미진 곳에 옛날에 오막살이 한 채라도 있었을 법 한 곳에는 예외없이 머위가 돋아나는 것을 보면 예로부터 머위가 아주 요긴한 찬거리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머위가 지금은 하우스에서 대량으로 재배된다. 하서면에 기반을 둔 참머위 작목반은 최영창, 김오철, 석승인, 최춘명, 고평심, 강원택, 최한식씨등 모두 7명의 머위 농부들로 구성되어 있다. 적게는 400평에서 많게는 2,100평까지 모두 합하면 6,300평의 하우스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재배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큰 병이 없는데다가 겨울재배여서 제초작업도 그리 어렵지 않다. 친환경 재배가 가능한 이유다. 머위는 번식력이 매우 좋다. 한 번 심어 놓으면 종근을 외부에서 사오지 않고 8월에 뿌리를 캐서 저온저장고에서 휴면을 시켰다가 9월 말에서 10월 초에 심으면 잘 자란다. 수확은 11월부터 시작해서 이듬해 4월까지 이어진다. 
2013년 봄 박창구 면장이 하서면에 부임해서 소득사업을 찾다가 발견한 것이 머위였다. 관심이 있는 농민들을 모아 전북 진안과 충남 논산 양촌면을 찾아 머위 재배 현장을 견학하고 가락동 농산물 시장 등 판매처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어느 정도 재배와 소득에 자신이 생긴 농민들이 열심히 주변 논밭을 뒤져 머위 종근을 모으고 모자라는 것은 외부에서 가져다 가을에 재배를 시작했다. 올해로 3년째다.
200평 한 동에서 한번 수확을 하면 30박스, 작황이 좋으면 50박스 정도를 수확한다. 한 작기에 15~16번을 수확한다고 하니 하우스 한 동에서 450박스에서 700박스를 수확할 수 있다. 한 사람이 하루에 25박스를 따낸다. 판로는 크게 걱정이 없다. 머위가 워낙 작은 시장이기는 하지만 생산하는 곳도 많지 않고 한 번 머위를 맛본 사람들은 꾸준히 찾게 되는 탓에 가격이 적절하게 유지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22,000원선에 전주에서는 15,000원 선에 거래된다. 물론 부안시장에도 출하된다. 참머위 작목반은 조합공동사업법인을 통한 출하와 개별 출하를 병행하고 있다.  
머위는 나물이나 들깨탕 이외에서 쌈채소로도 인기가 높다. 삼겹살을 싸먹으면 특유의 쌉싸름한 맛이 돼지고기의 잡내를 없애주고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아 고기를 더 먹게 된다. 눈썰미 좋은 고깃집 사장이 머위를 쌈으로 쓰는 이유다. 이외에도 머위 장아찌를 박기도 하고, 잎을 말려 머위차로 쓰기도 한다. 
마지막 보루라고 여기던 쌀마저 개방이 되고 말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은 세계 52개국과 자유무역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특히 한-중 FTA는 신선농산물을 포함한 거의 모든 농산물을 위협하고 있다. 점점 지을 것이 없는 농사로 가고 있다. 쌀개방과 FTA등 국산 농산물이 벼랑끝 위기에 처한 요즘 머위가 겨울철 농가 소득을 올리는 효자종목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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