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남의집살이 끝에 집을 짓게 되었다. 농사를 짓기 시작한 지 17년 만인 2009년의 일이었다. 가을 무렵에 시작한 공사는 12월 말까지 이어졌다. 벽지를 바르고 세간을 들여놓고 보일러에 불을 지핀 것이 12월 20일 경이었다. 겨울을 지나서 집들이를 하게 되면 너무 늦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한 겨울에 집들이를 하자니 날씨가 걱정이었다. 며칠 생각을 하다가 잡은 날짜가 새해 1월 6일이었다. 잡고 보니 소한이다. 소한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데 날을 옮길까하다가 어차피 한겨울에 따뜻한 날을 잡는다는 것도 좀 거시기 해서 그냥 강행하기로 했다. 전날까지 그런대로 괜찮던 날씨는 자정이 넘어서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바람이 불더니 눈발이 날렸다. 눈발은 새벽 무렵이 되어서 함박 눈으로 바뀌었다. 두세 시간 만에 쌓인 눈이 한 자를 넘어갔다. 집들이를 축하하러 오는 손님들이 곤욕을 치렀다. 좁은 동네 길에서 차가 빠지고 사람이 넘어지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었다. 하루 종일 눈보라가 그치질 않았다. 오후에는 눈이 무릎까지 빠졌다. 집들이 굿을 위해 찾아온 굿패들은 동구 밖에서 한참을 걸어서 들어와야 했다. 피워놓은 화톳불이 눈과 처절한 일전을 겨루는 마당에서 그래도 다부지게 지신을 밟았다. 하루가 전쟁처럼 지나갔다. 역시 소한 날 행사를 잡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덕분에 푸진 눈을 집들이 선물로 받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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