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할아버지의 연세는 여든 여섯이다. 20년 동안 타던 오토바이는 제약이 많았다. 사람을 여럿 태울 수도 없고, 먼 곳을 가기도 어려웠다. 겨울이 되면 손발이 시려 어디를 다니기가 고역이었다. 그래서 운전면허를 따기로 결심했다. 시험이라는 것을 치러 본 지가 몇 년 만이던가. 까마득했다. 70년 만에 보는 시험인 것 같다. 운전면허 학원에 등록을 하고 학원에서 주는 책을 가져다가 공부를 했다. 옛날처럼 종이로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컴퓨터로 시험을 치렀다. 남들은 쉽다지만 아홉 번의 시험을 보고서야 학과 시험을 합격할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도로주행까지 다섯 번의 시험을 더 치렀다. 드디어 합격! 만감이 교차했다. 6개월 정도 걸렸다. 면허를 따고 작은 승용차를 한나 장만했다. 두발로 다니는 것만 타다가 네발로 가는 차를 타니 안정감은 있었지만 익숙하지가 않았다. 덩치가 너무 컸다. 아무리 조심해도 처음에는 여기 저기 긁히고 부딪히기도 했다. 후진을 하다가 논에 빠져 견인차가 와서 건져 주기도 했다. 사고가 나면 정이 떨어지고 운전대 잡는 손이 후들거렸다. 하지만   운전 실력은 점점 좋아져서 처음에는 면 소재지에 나가기도 어려웠으나 지금은 부안읍내까지 나간다. 눈 때문에 며칠째 못 다니고 있지만 길이 녹으면 오랜만에 부안에 장을 보러 나갈 참이다. 할아버지의 인생에 새로운 한 페이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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