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에는 협동조합장 전국 동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농협과 축협 임협 등이 대상이다. 출마를 준비하는 입지자들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다. 한국 농업은 각종 자유무역협정의 타결과 쌀개방 등으로 대변화의 격랑을 맞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조합장 선거는 앞으로 5년, 10년 동안 지역 농업의 생사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관점과 입장을 가지고 이번 선거를 준비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중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의 자유무역 협정을 잇달아 타결하면서 개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각종 해외 농축산물이 봇물 터지듯 들어 올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가경제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세계적 불황에 따른 한국경제의 침체도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예, 적금 이자가 줄고 농협의 예대 비율(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4~5%에 이르던 적금 이자는 최근 2%대로 떨어졌고 60~70%에 이르던 예대 비율은 최근 40%를 겨우 넘기고 있다. 농협이 돈장사를 한다는 말도 옛말이 되어버렸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일부 농협의 부동산 담보 대출의 문제도 이러한 맥락과 관련이 있다.
저성장과 농업 위기라는 상황에서 농협은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본격적인 농산물 개방은 결국 농축산물 가격의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다. 올 들어 “사람들이 통 먹지를 않는다. 감이고 사과고 양파고 생산량은 늘어났는데 팔리지를 않는다. 가격이 반토막이 났다.”는 얘기들은 모두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농가 경제가 단순히 어려워 지는 문제를 떠나 농촌 지역 전체가 크게 위축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상황은 협동조합에 대해 보다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원래 협동조합은 경제가 활성화되고 잘나가는 때가 아니라 어렵고 힘들 때 훨씬 더 큰 힘을 발휘해 왔다. 협동조합의 태동이 그러했다. 잘사는 사람들은 뭉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뭉쳐,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도모하는 것이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이다. 그 목적을 실현하는 방안을 찾아 나가야 한다. 그 방안은 비용과 손실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 하는 것이다. 비용과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끼고 꼼꼼해야 한다. 내 집 살림을 하듯이 새 나가는 틈을 막고 부실이 예상되는 일을 벌여서는 안된다. 비록 적게 벌고 적게 나누더라도 부실이 예상되는 데 대한 투자나 대출을 줄이는 것이 맞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이다. 여기서 효율이란 지역적 차원의 자원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경기도의 한 농협의 경우 농기계 공동이용 조직을 통해 예전 20대가 하던 일을 10대로 줄여 농가 부채를 10억원 가까이 줄인 사례가 있다. 기술센터에서 관리하는 중소형 농기계의 임대사업도 대표적인 비용절감의 사례이다. 양파 비닐 피복이나 수확작업을 위해 필요한 중소형 농기계를 농협이 운영하는 것도 좋은 사례이다. 농가들이 각자 구입하거나 임대해야하는 기계를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경우 효율이 높아지고 농가의 부담을 줄이게 되어 결과적으로 농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영역은 더욱 확대해 나가야 한다. 최근 들어 농가가 직접 판매처를 만들어 택배를 통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농가들에게 가장 큰 어려운 점은 포장에 필요한 시설과 포장지를 마땅히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도 농협을 통해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에서 매우 중요한 일중 하나가 기술의 개발과 공유이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몇 배의 노동력 차이가 날 수 있으며 그 결과에 있어서도 많은 차이가 난다. 농민들은 저마다의 노하우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데 인접한 옆 마을과도 못자리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고 시비와 방재에서도 상당한 기술의 차이가 있다. 특히 최근에 친환경 농업의 기술과 자재는 아주 저렴한 비용을 들여 일반 화학농약을 능가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을 공유하고 확대해 나가는 데 있어서도 농협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소박해 보이지만 이러한 일들을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는 위기의 시대에 긴 터널을 어떻게 사람들의 힘을 모아 함께 뚫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분명한 원칙이 필요하다.
한 때 농협은 농민들을 수탈하는 기관이라는 욕을 먹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다하게 기댈 곳이 없는 농촌 지역에서 농협은 여전히 농민들에게 산소 같은 존재이다. 농협이 앉아서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나고 있다. 작은 일이지만 엄청난 성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관점을 바꾸는 것으로 가능할 수 있다. 긴 터널을 빠져 나가면서 농업과 지역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조합장은 정치인이 아니다. 긍정적인 벼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살림꾼이 많이 나오는 조합장 선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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