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북농업, 그 현실과 과제' 심포지엄

정부의 이번 쌀협상은 협상전략의 부재에 따른 이면합의로 쌀 이외 품목까지 수입을 양허한 부실협상이며, 쌀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실패한 협상이라는 것이 농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쌀 관세화 유예기간을 10년 연장하는 대신 쌀 의무수입량이 8%로 늘었으며, 이 중 30%는 가공용이 아닌 밥쌀용으로 시장판매가 허용되었기 때문에 정부의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2008년에는 80kg당 14만1천800원으로 쌀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쌀협상 결과가 미칠 전북농업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노력도, 전북농업을 회생시킬 이렇다 할 대책도 뚜렷하게 가시화된 것은 없다. 전북농업은 그야말로 위기의 끝자락을 붙잡고 서 있는 격이다. 전북농업은 지역 내 총생산에서 제조업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도내 제 2의 산업이며, 도내 취업자의 21.6%가 종사하는 핵심 산업이다. 그러나 농업 변화의 양상은 전국에 비해 급격하여 농업위기의 심각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먼저, UR협상 결과 이후 지난 10년간 농가인구는 53.8%나 줄었으며, 농업경영과 생산을 책임지는 농업경영주는 53.5%가 60대 이상의 고령이다. 이대로라면 농가가 영농을 그만둘 경우 농촌은 십실구공(十室九空-열 집 중 아홉 집이 텅 비었음)의 위기에 처할 것이다.

둘째,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응한 작목구조의 개편으로 과수, 채소 등의 경제작물과 이모작, 시설재배가 증가하는 등 전국보다 높은 토지이용과 노동집약의 영농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의 농산물 수급조절과 가격정책의 실패로 여전히 불안한 생산 및 농가경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셋째, 농가는 대농과 영세농으로 양극화돼 생산 불안정과 농촌경제의 기형적 구조를 양산하고 있다. 논면적의 31.7%를 농가의 4.6%가 경작하고, 한육우의 30.7%를 2.4%의 농가가, 돼지의 79.3%를 14.3%의 농가가 사육하고 있다. 한편, 1ha 미만의 영세농은 50.4%이며, 한육우 10두 미만의 농가는 84.9%나 된다.

넷째, 농업생산 및 농가경제 구조가 미곡 중심으로. 농가의 72.3%가 쌀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가의 농업수입 중 57.4%를 쌀소득에 의존하고 있어 쌀개방의 가장 큰 피해지역이 전북이 될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섯째, 농가소득은 UR협상 이후 23.9% 증가에 그쳤지만 농가부채는 무려 254.5%나 증가하여 농가소득은 전국 9개도 중 최하위 수준인 8위에 머물고 있다. 또 농가부채 단기상환능력은 전국의 61.1%에 못 미치는 53.4%에 불과하다.

여섯째, 농업의 활로 모색의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친환경농업의 실천과 생산자 조직화는 전국의 절반 수준이다. 농가 2.7%만이 친환경농업을 하고 있고, 작목반, 영농조합법인 등의 생산자 조직 참여는 9.1%에 불과하다.

이 모두가 지난 95년 UR협상 이후 가속화된 양상이다. 중앙정부의 농정에만 충실한 농정이 아닌 전북농업의 특성을 반영한 실천적 과제를 찾아야 한다.

우선, 현실 가능한 지역농업의 범위에서 지역적 농업구조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농산물 시장개방화와 정부의 농업구조개선 정책의 실패로 인한 농업구조의 변화는 지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어 일반화된 현실진단으로는 지역별 농업의 실태를 진단하기 어렵다.

둘째, 지방농정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여야 하고,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정책의 차별화와 실천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 간, 산지 간 경쟁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정책의 차별화는 지역농업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무엇보다 지역에 맞는 구체적인 실천유형(지자체 주도, 민간주도, 공동추진형 등)의 적극적인 모색이 중요하다.

셋째, 단체장 및 농정당국의 농정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 지방농정의 기획과 결정, 집행에 있어서는 예산보다 정책의지와 철학이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지역현실을 종합적·객관적으로 체감하고 실천성과 전망성을 갖춘 주체역량을 시급히 높여야 한다. 이는 지자체, 협동조합, 농민 등 지역농업 주체들의 공동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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