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 아침 7시 편집회의
월요일 아침 7시

6시 55분. 신문사 문이 열리고 우병길 편집국장은 백지 상태의 편집계획서를 출력하며 편집회의를 준비한다. 거의 정시에 이오철, 유재흠, 신종민, 김재성 등 4명의 편집위원들이 도착하며 숨 돌릴 틈도 없이 1시간의 짧지만 밀도 있는 편집회의가 이어진다.
텔레비전에서 정치인들이 조찬회동을 하는 것을 본적은 있지만, 서쪽 바다 곁 작은 지방의 주간신문사 기자들이 무슨 큰일 한다고 아침 7시에 회의를 하느냐, 알고 보면 싱겁다. 각자 직업이 있어서 일터로 출근하기 전에 회의를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편집회의가 계속 되면서 지난 주말부터 구상했던 취재 아이템들을 공유하고 새로운 소식도 나누며 기획서의 빈칸들을 채워나간다.
“자! 새로운 소식 좀 꺼내 봐.” 편집국 소속 가운데 유일한 전업기자인 우병길 편집장은 뭔가 특종이 될 만한 것 내놓으라고 편집위원들을 닦달한다. 군청이나 군의회를 비롯해 부안 관내를 가장 많이 헤집고 돌아다니니 정보가 제일 많을 텐데 저 성화다. 편집장 고약한 건 어느 신문사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어쨌든 편집장은 주로 1면의 탑이슈를 비롯해 그 주에 부안관내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담당하는 터라 이번 주 1면에 어떤 기사가 오를지 확정할 수 없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다.
‘부안경제탐방’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는 이오철 위원은 다른 위원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번 주에는 OO분야를 취재하려고 하는데 어디 추천할 만한데 없나? 오래되고 업계의 전체적인 맥락을 짚어줄 수 있는……” “사거리 쪽 OO업체 어때요?” “거긴 서비스가 영 아니라던데.” “그럼 XX 업체는?” “그 집 사장이

   
▲ 취재 중인 이오철 기자
평이 안 좋아. 제품도 하자가 많다는 소리도 있고” 막상 취재원을 정하려면 걸리는 게 많다. 세간의 평까지 포함된 이런 저런 흠결들을 필터링하면서 어렵게 취재원을 선정한다.
신종민 기자의 ‘클릭 이사람’이나 김재성 기자의 ‘우리 동네 동아리’ 등 고정꼭지 취재원을 정하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더구나 이 두 기자는 각각 한의원과 약국을 하고 있어 일을 마치고 야밤에 취재를 하러 다닌다. 취재원들로 부터 정신 나간 기자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고, 본의 아니게 취재원들의 휴식을 방해할 수도 있다. 그 동안 너그러이 취재에 응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고생하는 두 위원에게도 감사드린다.

화요일 오후 2시

‘경제탐방’을 맡고 있는 이오철 기자가 이번 주에는 특별히 노점 할머니들을 만난다. 노점도 부안 경제의 당당한 한 축이라고 생각하는 기자가 쓰는 꼭지인지라 ‘경제탐방’ 시리즈는 독자들로부터 꽤나 인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어떨 땐 클릭 이 사람과 비스무리하게 보일 때도 없지 않다.
이오철 기자는 취재가 끝난 뒤 막걸리를 사들고 다시 찾아가거나, 취재원이 정기구독자가 아닌 경우 신문

   
▲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유재흠 기자
을 직접 배달해 주기도 한다.
다른 기자들도 이 때 쯤 가장 바쁘다. 취재를 얼추 끝내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있고, 아직 취재를 못한 기자들은 전화통을 붙잡고 취재원과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
오후 4시. 고정 칼럼 ‘어처구니’와 묵직한 기획기사를 주로 맡고 있는 유재흠 편집위원이 취재를 마치고 신문사로 들어와 기사를 쓰고 있다. 앙 당문 입술에 결기가 어린다. 기사를 쓰는 건지 싸움을 하자는 건지 헷갈린다. 저런 표정으로 기사를 쓰니 문장이 단호하고 분석이 명쾌하다.
유재흠씨는 기자이기 이전에 상임이사이다. 최근엔 창간 10주년 기념행사 준비와 광고수주에 전념했다. 특히 지난 3~4개월 동안 김소영 운영지원팀 총무와 함께 10년간 쌓여있던 구독료 미납자들을 정리하는 ‘대사’를 훌륭히 치러냈다. 10년 동안 신문을 보면서 구독료를 단 한 번도 안낸 독자만도 수십 명에 이르고, 또 그간 미납구독료를 다 합치면 (과장 좀 보태면) 작은 빌딩하나 올릴 금액이라 한다.
앞서 말했지만 김재성 기자와 신종민 기자는 야밤에 취재원을 만나야 한다. 그러다 보니 (특히 김재성 기자는) 취재원과 함께 술을 마시는 일도 더러 있고, 그러다 보니 형 동생 부를 정도로 친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가끔 전날의 두주불사 무용담이 회자될 때도 있는데, 취재수첩 잊어버릴까 걱정만 빼면 참 뛰어난 친화력이다.
그 친화력이 바탕이 되어선지 정보력도 가장 뛰어나다. 지금까지 부안독립신문이 단독으로 취재해 나름 히트를 친 몇몇 기사 중에 그의 정보력 덕을 본 게 많다.
신종민 기자 역시 연재물에 칼럼에 기획기사까지 써야 한다. 지난 달부터 시작된 기획특집 ‘부안어업’을 쓸 때는 멸치잡이 배를 직접 타고 취재를 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그뿐만 아니라 신 기자는 학생기자단도 이끌어야 한다. 시의성 있는 주제를 잡아 토론도 하고 취재방법이나 기사 쓰는 법도 전수하고, 먹성 좋은 아이들에게 치이며 회식도 하고... 그 역시 바쁘다.
군청과 군의회, 경찰서 등 공공기관 출입을 맡고 있는 우병길 편집장은 평일엔 얼굴조차 보기 쉽지 않다. 편집국 바로 옆방의 운영지원팀에서도 언제 나갔다 언제 들어오는지 모를 정도라고 한다.
어느 날 문득, 나쁜 놈들......! 운운하며 불쑥불쑥 욕을 내뱉고 다니면 뭔가 부조리한 (특히 농민이 불이익을 당하는) 사건을 잡았나보다 생각하면 된다. 정의감인지 옹고집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편집장은 속칭 ‘도독놈들’을 싫어하긴 되게 싫어한다.
그래도 요즘은 욕이 많이 줄었다. 한쪽만 나무라기엔 인과관계라는 게 워낙에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을, 또 가해자라고만 생각했던 사람도 다른 면에선 피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무튼 평일엔 보기 힘든 그가 어디서 뭘 취재하고 다니는지는 이번 주 신문 1면을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목요일 아침 9시

   
▲ 편집 중인 편집위원들과 디자이너
일찍 출근한 편집장은 전날까지 도착한 기사들을 훑어보고 지면 배치를 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오늘은 편집 날이다.
아직 들어오지 않은 외부원고는 재촉을 하고, 기사가 모자란 면은 직접 써서 벌충하기도 하며, 완성되지 않은 사설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출근하는 박영진 편집기자는 먼저 의뢰 들어온 광고 디자인부터 해놓고, 이어서 기사가 다 들어온 면부터 편집을 시작한다.
오후 들어서는 더 속도를 내야 한다. 6시를 넘기게 되면 일간지들 때문에 인쇄가 뒤로 밀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편집이 대충 마무리되면 교정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쯤 되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글을 읽는 것이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본인이 작성한 기사를 보고 또 보고 해봤자 어디가 틀렸는지 잘 들어오지도 않는다. 이때 다른 편집위원이 한번 쓱 보면 오타나 실수가 바로 보인다.
오류를 가장 잘 잡아내는 사람은 이오철 기자다. 지금까지 ‘큰 껀’을 제일 많이 했다. 주로 제목과 기사 내용이 다르다거나, 사람 이름이 잘못된 것들이 큰 껀에 속한다.
대어를 잡은 사람은 으쓱해지고, 편집하는 이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는 시간이다.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나갔으면 어쩔뻔 했대? 신문 일이라는 게 늘 이렇게 조마조마하다.
오후 5시, 교정을 마치고 완성된 편집본을 PDF 파일로 변환하여 인쇄소 웹하드에 올린 뒤 박영진편집기자가 인쇄소로 전화를 건다. “파일 보냈습니다”
인쇄소에서 파일을 확인하고 이상이 없다고 하면 이제 신문은 편집국 손을 떠난다.
편집을 마친 편집장과 편집기자가 휴게실에 앉아 서로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며 구름과자를 나눠먹는다. “참! 달다!”
참고로 최근 편집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를 끊었다. 아니 노력 중이다. 격려와 함께 밀착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 배송준비를 하고 있는 편집국 식구들과 학생기자들, 이때만은 잔치 분위기다.
오후 6시. 익산의 신문인쇄소는 윤전기로 순식간에 인쇄를 마치고 신문을 배달할 택시를 호출한다. 한동안은 신문사에서 직접 트럭을 몰고 가 신문을 가져온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택시를 이용한다.
최근에 있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소개하면, 유재흠 기자가 인쇄소로 파일을 보내고 “기사 보냈습니다. 오늘은 빨리 보냈으니 서둘러서 작업해 주세요”라고 했다. 인쇄소 대표는 “신문기사”를 “운전기사”로 알아듣고 인쇄된 신문을 한켠에 잘 모셔두고 오지 않는 “운전기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시간 신문사에서는 목이 빠져라 신문을 기다리고 있다. “맙소사! 그 기사가 그 기사가 아닌디…….”
신문이 인쇄되고 있는 시각에 부안여성농업인센터 임덕규 소장이 카카오톡을 날린다. “신문사에서 식사하실 분 6시 30분까지 오세요”
그 시각 칠팔 명의 학생기자들이 재잘거리며 신문사에 나타난다. 갑자기 편집국에 싱그러움이 넘쳐난다. 학생들과 편집위원들은 임소장이 준비해온 도시락을 남김없이 해치운다.
이어 학생들은 휴게실에서 신종민 기자와 학생기자 수업을 진행하고, 수업을 하지 않는 학생은 임덕규 소장과 영어공부를 한다.
8시 경, 삼백부씩 묶인 따끈따끈한 신문 예닐곱 덩어리가 신문사 1층에 내려졌다. 미납자를 정리하면서 신문부수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일체 무가지가 나가지 않으니 신문사로서는 더 낫다.
학생들과 편집위원들이 순식간에 건물 3층 편집국으로 옥동자를 업어온다. 총무는 이미 발송용 띠지를 인쇄하여 지역별로 가지런히 정리해 놓았다.
기자수업을 마친 학생기자들과 편집위원 그리고 자원봉사를 자청하는 후원자들이 신문을 접어서 띠지에 넣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사람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해서 시간이 꽤나 걸렸는데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이 되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마무리 된다.
초기에는 피자나 통닭, 아이스크림을 사들고 오는 후원자들도 제법 있었는데 그 빈도가 자꾸 줄고 있다. 꼭 먹고 싶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고 관심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석해 주길 바란다.
한두 시간 뒤, 유재흠 상임이사가(외모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손아귀 힘이 세다) 지역별로 모아 단단히 묶은 신문을 다 함께 이오철 이사의 승용차 트렁크에 옮기면서 분주했던 신문사의 한 주는 그렇게 불이 꺼진다.
학생기자들을 각자 집으로 데려다주기 위해 임덕규 소장은 먼저 출발했고, 편집위원들은 뭐가 아쉬운지 집으로 가질 않고 서성인다. 결국 누군가 한마디 한다. “한 잔 하고 가지. 방앗간에서”
방앗간은 하서면 석상리의 고인돌휴게소를 말한다. 굳이 이곳으로 모이는 이유는 혹시 읍에서 마셨을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침 다들 사는 곳이 근처라 그곳에선 걱정 없다.
그렇게 휴게소 앞 파라솔 밑에 편하게 앉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맥주 한 잔에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벌써 다음 주 신문이 머릿속에 불쑥불쑥 떠오른다.
이번 주 신문은 아쉽고 다음 주 신문은 안개 속에서 매혹적이다. 늘 그렇다.

금요일 아침 6시

아직 남아있는 일이 있다. 전날 마신 맥주 기운을 애써 털어내며 잠자리에서 일어난 이오철 편집위원은 우체국이 집배업무를 준비하려고 문을 열기 시작하는 새벽 6시에 맞추어 우체국 안에 신문을 들여다 놓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부안독립신문이 만들어 지는 과정을 실황 중계하듯 묘사해 보았다.
정론직필을 염원하는 건강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성원으로 탄생한 부안독립신문은 아다시피 매우 열악한 환경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면에 소개된 5명은 신문이 부안군민들의 손에 도착하기 까지 기자로서 글도 쓰고 이사로서 경영에도 신경 쓰고 편집위원으로서 기획도 하고 광고도 따려고 노력하고 독자도 확보하려 뛰어다니고 그야말로 멀티플레이어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 결코 아니다. 꼭 필요한 일이고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할 뿐이다.
부안독립신문이 부안이라는 공동체를 건강하게 발전시키는데 빛과 소금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으신 분은 언제든지 참여가 가능하다. 아직 부안독립신문이 해야 할 일은 많고 일손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을 희생하기보다 언론사라는 뒷빽에 관심이 있어 슬그머니 숟가락이나 올리려는 분은 일체 사양이다. 그 외 순수한 마음으로 신문사의 문을 주저 없이 두드리신다면 서슴없이 일을 드리겠다. 많은 참여 부탁드린다.
사진 / 김소영 총무, 이오철 기자, 우병길 기자
취재·정리 / 김재성 기자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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