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시인의 '옮겨다니는 촛불'

김형철 시인이 세 번째 시집 ‘옮겨다니는 촛불’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는 부안항쟁 당시 주민들의 저항과 아픔을 표현한 시 9편이 담겨있어 더욱 화제가 되고 있다.

이번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며 김 시인은 “두려움과 공포를 동반하는 부끄러움이 앞서 당혹스럽다”고 밝히면서 “민의와 관권이 정면 대립하는 핵폐기장 유치 찬?반의 현장을 지켜본 시인의 양심이 순결한 시적 감성을 표현하기에는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담담히 고백했다. 특히 최근에 그는 이번 시집의 대표시 ‘옮겨다니는 촛불’로 지역신문과 법정 다툼을 벌였다.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시위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말의 잔치는 개개인 한 사람의 말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대중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알아보는 지혜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민초들의 뜻에 더욱 다가서리라”고 다짐하고 있다.

총 10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은 1부에서 평생을 농촌에 묻혀 살아온 시인이 땅에 대해 느낀 애정이 농축되어 있고 2부에서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원불교에서 얻게 된 새로운 깨달음을 전하고 있다. 3부는 민초들의 아픔을 남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아픔으로 삭이면서 살아가는 시인의 본성을 드러냈다. 4부에서 7부까지는 가슴 안에서부터 우러나는 고향 사랑을 그렸고 8부에서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해야 할 도리에 대해 담담하게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9부와 10부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의 고전적 진리를 버리지 않고 가정을 지키는 따뜻한 어른 되기를 강조하며 낮추어 흘러가는 물의 겸손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김 시인의 첫 번째 시집은 1997년 ‘한마디 시랑 말 들은 적 없어도’로 선비적 농민 시인으로서 소양을 갖춘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98년에 발간된 ‘봉두뫼 억새꽃’은 평론가 오하근 교수로부터 ‘향토시에 대한 기대’라는 제목으로 ‘따뜻한 인정이 있고 삶의 지혜가 있는 시집’이라는 평설을 받은 바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