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동진(명인당한의원 원장)

폭탄은 ‘폭약을 채워서 손으로 던지거나 또는 공중에서 투하하는’ 물질의 본래 의미보다 폭탄 발언, 물 폭탄, 인간 폭탄, 세금 폭탄 등 과장하는 의미로 흔히 사용된다. ‘폭탄주 이제 그만! 음주문화에 폭탄선언···’식의 기사도 보인다. 강한 자극이 없으면 관심조차 받지 못하는 강박 사회의 단면 같다. 무시무시한 단어를 반복해야만 하는 심경을 이해하면서도 즐거운 자리에 폭탄이라는 살벌한 단어를 섞어 마시는 것은 불온한 세상에 폭탄이라도 던지고픈 마음의 표현일까.  
정치에도 최신형 폭탄이 등장했다. 순천·곡성의 이정현의원은 ‘예산 원자폭탄 터트리겠다’는 터무니없는 공약으로 당선됐다. 한술 더 떠서 ‘불발탄이 되지 않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다’는 김무성 대표의 화답까지 나왔으니 아니 할 말로 ‘잘들 논다’라는 표현 말고 달리 드릴 말이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치자들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희희낙락이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지 20년이 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발언들이 선거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그렇게 당선돼도 부끄러움은 커녕 한술 더 떠서 대표라는 분이 맞장구를 치고 있으니, 나라를 이끌어가는 책임이나 본분을 망각한 것이 아니라 애초에 없는 것 아닌가 의심들 정도다. ‘살려면 새누리당에 투표를 하든지 줄을 서라, 그러면 몇 푼 던져주겠다’는 말 아닌가. 국민들 혈세를 자기들 쌈짓돈이 되어 버렸다.   
오죽하면 ‘2할 자치’라는 말이 나오겠는가. 예산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비율이 8대2인데 업무는 4대6 정도라고 한다. 중앙집권의 행정낭비를 줄이고 지역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와 감시를 통해 제도적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함인데, 예산은 다 틀어쥐고 행정업무만 내려 보냈다. 그럼에도 각 단체장들은 권력이양을 요구하기보다는 중앙정부에 잘 보여서 지역개발 자금이나 더 끌어오려고 혈안이다. 그런 지방 자치에 참여와 자치가 끼어들 틈이 있겠는가. 지금과 같이 돈 줄을 쥐고 각종 교부금이나 분담금 등을 족쇄와 미끼로 사용하여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를 계속하는 한 자치의 미래는 없다. 원칙 없이 자기들 맘에 드는 단체만 예산 폭탄을 던지면 자치단체간의 불균형은 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GDP 순위를 봐도 대한민국 정부는 부자다. 그러나 지방으로 내려가면 그리고 하층으로 가면 국민들은 가난하다. 4대강 같은 곳에 혈세를 펑펑 쏟아 부어도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 흔히 나라돈은 못 얻어먹는 놈이 바보라고 하는데, 저 위에서 펑펑 터뜨리는 예산폭탄을 아래에서 구경이나 해보겠는가. 그럼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매번 그런 정권에 투표한다.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라는 책에서 새누리당 같은 우파들의 언론통제를 통한 사기극 등을 그 원인으로 제시하지만, 그나마 목숨 부지하다가 어려워지면 맨 먼저 죽을 수밖에 없는 절박하고 불안한 삶이 더 문제일지 모른다. 우파들은 결코 이들의 삶이 안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러니 지방민이거나 하층민들은 영락없는 식민지 백성이다. 
강준만 교수는 지방을 식민지라고 했지만 정부의 하는 꼴을 보니 지방도 다 같은 지방은 아닌 셈이다. 단체장이 같은 편이거나 구걸이라도 잘 해서 예산폭탄이라도 맞는 곳이 있는가하면, 공무원 월급마저 주기 어려운 지방도 있으니 말이다. 지방분권과 주민참여를 통하여 지역과 주민이 결정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직접민주사회는 아주 먼 미래에나 꿈꿔볼 현실이 되어 버렸다. 결국 대안은 강준만 교수가 밝혔듯이 “지방 식민지 독립 투쟁”으로 정리되어 버린다. 홧김에 폭탄주만 늘어가는 세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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