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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빗장인 쌀 개방하면 어떤 일이?
  • 유재흠(미래영농법인 상임이사)
  • 승인 2014.07.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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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걸고라도 쌀만은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1994년 관세화 유예를 대가로 의무도입물량을 수입하는 방식으로 쌀시장은 개방되기 시작했다. 의무도입물량은 1995년 1%에서 시작하여 해마다 0.5%씩 증가하여 현재 국내 소비량의 8.6% 수준까지 증가하였다. 40만 9천톤. 경기도 전체에서 생산되는 양과 같다.
이렇게 개방된 쌀은 처음에는 가공용으로 판매되었지만 지금은 혼합쌀이라는 제품으로 급식이나 식당용으로 광범위하게 시판되고 있다. 수입쌀 90%에 국내산 찹쌀 10%가 혼합된 쌀이라는 표시는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다. 가격경쟁 틈바구니에서 신토불이는 점점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이러한 의무도입물량은 쌀개방시 관세율과 관계없이 5%의 관세로 계속 수입되게 된다.
20년 동안 농촌은 심각한 변화를 겪었다. 1994년 156만 가구이던 농가 수는 2013년 116만 가구로 30% 가량 줄었고 농가 인구는 517만명에서 296만명으로 43%가 줄었다. 65세 이상 노령 인구는 20% 수준에서 2013년 48.6%로 30% 가량 늘어났다. 1994년 이후 농촌에는 젊은 사람이 거의 취업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핵심 이유는 도시와의 소득 격차 때문이다. 1994년 0%에 가까웠던 소득 격차는 최근 35%까지 늘어났다. 귀농 귀촌으로 농촌 인구가 조금 늘기는 하였으나 산업으로서의 농업 측면에서는 그리 의미 있는 숫자가 아니다. 즉 1994년 이후 농업은 직업으로서의 매력을 완전히 잃고 만 것이다. 사실상 쌀개방 반대를 위한 투쟁을 위해 서울 가는 버스에 탈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농업정책의 변화는 더욱 심각하다. 이명박 정부를 기점으로 농업생산을 중심에 두는 농업 정책은 실종되고 만다. 부서 명칭도 농림부에서 농식품부로 바뀐다. 대기업의 농업참여를 독려하는 정책도 이때부터 추진된다. 더 이상 농업은 1차 산업이 아니라 기업의 개념으로 바뀐다. 이러한 정책은 일부 대기업의 농업생산 진출로 나타난다. 동부팜한농이 화성시 화옹지구에 30만평의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 농사를 짓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비록 농협과 농민들의 반대로 무산 된 듯이 보이지만 언제든 실행 가능한 계획이다. 박근혜 정부의 농업정책의 핵심은 6차 산업이다. 농업을 1차와 2차에 3차 산업까지 포함된 산업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20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쌀 이외의 농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이다. 작게는 2배, 배추의 경우에는 10배까지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거듭한다. 이 틈에 수입농산물이 들어올 수 있는 길은 더욱 넓어졌다. 한-칠레, 한-EU,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수입되는 농산물의 가격을 수입업자가 마음대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수입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애 버렸다.  
국제 곡물가격 변동은 시사점이 많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곡물수입 5위 국가다. 주요곡물의 수입가격은 지난 20년 동안 180%정도가 상승하였다. 그동안 국내산 곡물은 120%정도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국제 곡물가격과 국내 가격차는 4~5배에서 2~3배까지 줄어들었다. 국제 곡물가격은 기후변화와 대체 에너지, 농가인구의 감소, 무엇보다 몬산토나 카길 같은 대기업으로의 농업 집중화 등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중국과 인도의 육식으로의 식생활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정부의 쌀개방 선언을 보면서 값싼 외국쌀이 가져올 농촌의 황폐화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농촌은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고령화와 소득격차의 어려움 속에 황폐화 되어 있다.
걱정해야 할 것은 오히려 국민이다. 쌀개방이 가져올 가장 큰 폐해는 더 이상 안정적이고 저렴한 가격에 먹고 싶은 것을 못 먹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다. 쌀값이 20년 동안 고작 20% 오르는 동안 사료를 100%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돼지고기나 소고기 값이 2배 올랐다는 사실은 쌀이 개방된 후 10년 뒤 과연 쌀값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말해주고 있다. 더욱이 농산물의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쌀을 국제 시장에 내 맡기는 것은 농업 이전에 국민을 먹는 것에 대한 불안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개방을 재촉하는 그들은 과연 누가 고용한 관리들일까?

유재흠(미래영농법인 상임이사)  ibuan@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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