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통해 인생의 2막을 연다

연기를 통해 인생의 2막을 연다

   
 
연극은 무대, 배우, 관객, 희곡의 4대 요소뿐만 아니라 무대미술, 음향, 조명, 음악에 이르기까지 많은 예술적 요소들이 한 대 어우러져야만 완성될 수 있는 종합예술이다. 또한 연극은 영화나 드라마와 달리 필름이나 디지털 파일로 복제 할 수 없는 일회성이라는 단점이자 장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점은 시간에 흐름에 따라 쏟아 부었던 에너지와 자원들이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고 장점은 같은 극본에 같은 배우라 하더라도 공연할 때마다 똑같은 것은 있을 수 없고 매번 새롭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평론가는 첫 공연과 마지막 공연을 모두 보아야 진정한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부안예술회관에 둥지를 틀고 연기를 통해 인생의 2막을 열고자 하는 이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2013년 9월부터 3개월 동안 부안예술회관과 “연극하는 사람들 무대지기”는 실버연극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를 계기로 탄생한 것이 실버연극 동아리 그루터기(회장 김형일 63)이다. 지난해 늦은 가을 “춘향뎐”이라는 연극작품을 무대에 올리며 교육프로그램을 마무리하는 발표회를 가졌는데  공연 후 아쉬움이 많았던 수강단원들은 일회성 공연으로 끝내지 말고 모임을 만들고 더 노력해서 멋진 연극을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 그루터기라는 동아리를 만들게 되었다.
“실버라는 단어가 노인이란 용어를 좋게 표현한 것인데 단원들이 노인은 아니고 멋진 시니어정도 되는 느낌입니다”라고 김형일회장에게 묻자 “우선 만 55세 이상이 되어야 단원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그루터기는 평균 60세를 조금 넘긴 정도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모두들 대금, 하모니카, 시낭송, 색소폰, 서예 등으로 문화예술활동을 왕성하게 해왔고 각자 실력도 상당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동안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그루터기는 2014년도에도 예술회관과 무대지기의 지도와 도움으로 매주 한차례 2시간씩 집중적인 연습을 통해서 실력을 다진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과연 이것을 모두 외워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태산 같았죠. 또 감정을 살리지 못하고 책 읽는 것 같은 대사에 쑥스러움이 겹치면서 힘들었는데 다행이도 그런 순간마다 단원들은 웃음으로 해결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때는 어찌나 웃음이 나오는지……. 얼굴만 마주쳐도 웃고 누가 실수해도 웃고…….” 최근 오랜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연극의 매력에 푹 빠져 있고 평소 대금 연주에도 일가견이 있는 김성규(61)씨가 연극을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들을 회상하며 말했다.
지난 달 13일 열린 제6회 거창실버연극제에 “피고지고”라는 작품을 가지고 참가한 그루터기는 대상, 연출상, 최우수연기상, 우수연기상 네 개의 상을 휩쓸었다. 김형일회장은 그 공을 단원들과 지도 선생님의 몫으로 돌렸다. “연기지도를 해주시는 무대지기의 김정숙 선생이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았는데 그 분의 공이 크죠. 단원들에게 지도 과정에서 많은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고요. 극본을 만드는 과정부터 우리 단원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를 많이 반영했어요. 죽은 이야기가 아니고 살아있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진솔함과 감동을 관객들에게 전했다고 봐요” 연극제를 마치고 부안에서도 한차례 공연이 있기는 했지만 그동안의 노력들이 너무도 아쉽다는 단원들은 다른 무대에서도 공연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연기라는 것이 그 배역에 몰입하여 현실 속의 나는 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되어있는 나를 인식할 때 짜릿짜릿함을 느끼죠. 색소폰을 좋아하고 잘하기도 하지만 그런 취미생활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어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무언가를 새롭게 배우려하며 또한 자신이 이루어낸 달콤한 성공의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단원들은 인생 2막의 무대를 준비함에도 거침이 없다. 그래서 더욱 젊음이 느껴진다.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부안예술회관에서는 하반기에도 실버연극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며 신규단원을 모집한다. 진시황도 찾지 못한 불로초를 찾으려 헤매지 마시고 실버연극에 도전해서 젊게 사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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