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에게는 10년이 넘은 차가 두 대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제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구입했으니 햇수로는 17년이 되었다. 그 동안 전체 도색을 두 번이나 새로 하고 차량하부도 교체하여 보험회사에서 보험담보금액을 70만원을 잡아주는 소위
똥차 수준이지만 부부가 세컨드 카로서 이용하기에는 스타일면에서나 성능 면에서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주변에서도 차를 한 번 사면 10년 20년을 관리 잘해서 실속 있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아무리 아껴 쓰고 재활용하는 것이 미덕인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를 부품을 교체하고 리폼해서 다시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일부 집단의 확실한 이익과 공동체 전체의 불확실한 위험을 교환하겠다는 파렴치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전 세계에는 2012년 기준으로 436개의 원전이 있다. 그중에 안전상의 이유로 문을 닫은 원전은 145개이며 이들의 평균운전시간은 24년이었다. 또한 전체원전의 15%인 67개의 원전만이 수명연장을 통해 계속 가동 중에 있고 나머지는 설계수명이 끝나면 정지하게 된다.
핵발전소는 수명이 오래될수록, 밀집도가 높을수록, 핵마피아의 비리가 많을수록 위험하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개의 원전이 운전 중에 있으며 그 중 8개의 원전(고리 1·2·3·4, 월성 1, 영광 1·2, 울진 1호기)이 운전 기간 25년 이상인 노후 원전인 것이다. 그리고 이 네 곳에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건설예정인 원전을 포함하여 한 구역에 적게는 6개 많게는 12개의 원자로가 집중되어있다. 이는 신규건설 부지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기존의 원전부지에 붙여넣기식의 원전건설추진의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 검찰에서 발표한 자료에서와 같이 입찰담합부터 건설, 유지보수에 이르기 까지 온갖 비리의 온상이 원전업계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너무도 많이 겹치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가 침몰하여 억울하게도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빼앗기는 사고 발생한 것과 너무도 닮은꼴이다.
정부와 한수원은 1기의 건설비용이 2조2천억에 달하는 원자로를 30년만 쓰기에는 아깝다고 수명연한을 연장해서 더 쓰겠다고 한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사고 시에 도쿄전력은 해일로 인해 원자로의 냉각시스템이 멈추었을 때 현장근무자들은 곧바로 해수를 들이 부어서 원자로를 식혀야한다고 보고했고 미국의 전문가들도 해수냉각방식으로 원자로를 안정화 시켜야한다며 기술적인 지원을 제안했었다. 그러나 도쿄본사의 고위간부들은 미국의 기술지원과 현장의 의견을 묵살하고 헬리콥터로 물을 쏟아 붓는 어리석은 방식으로 대응하다가 결정적인 시기를 놓쳐 결국 핵발전소 수소 폭발이라는 인류최대의 재앙으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후 도쿄전력의 간부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 다시 말해 그 긴박한 상황에서 초동대처에 해수냉각 방식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알뜰하게도 피해를 입은 고장 난 원자로를 다시 고쳐서 재가동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정부와 원전업계가 원전의 수명연장을 옹호하는 이유는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의 폐쇄에 따른 천문학적인 원자로폐쇄비용과 사용 후 핵연료처리비용이 수면위도 드러나면 시민들이 “핵발전이 결코 싼 에너지가 아니다”라는 인식의 확산을 더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원전과 관련된 세 가지 잘못된 인식은 첫째, 사고 지역만 벗어나면 괜찮다는 착각. 둘째 설계수명이 지났어도 사고가 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착각. 셋째 원전이 멈추면 온 나라가 일시에 멈출 것이라는 착각이다. 후쿠시마의 예를 보더라도 심각한 오염지역이 350km인데 우리나라 경우로 따지면 고리원전에서 비슷한 사고가 나면 의정부까지가 해당되겠다. 또한 수명이 지난 원전은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운전하는 그 자체로도 지속적으로 방사능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원전주변의 암 발생 빈도의 증가와 미국에서 원전 가동 중단 후에 나타나는 유아사망율의 감소가 이를 증명한다. 원전 없으면 불도 켤 수 없고 에어컨, 냉장고도 켤 수 없을까? 우리나라의 1인당 전기소비량이 많다고 아껴서 쓰라고 한다. 하지만 1인당 가정용 전기소비량을 따지면 미국, 캐나다의 1/4이고 일본, 프랑스의 1/2정도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1인당 전기요금’이 아닌 ‘1인당 가정용전기요금’을 따지면 소득수준에 비해서 결코 싸지 않다. 원전을 통해서 싼 전기를 쓰고 있는 이들은 가정이 아닌 삼성전자나 현대제철 같은 기업들인 것이다. 게다가 산업용 전기요금인상이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료는 생산원가의 평균 2%에 지나지 않는 다는 이야기다.
1986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영광원전은 우리나라에서 고리와 울진 다음으로 오래된 원전이다. 나이가 벌써 27살이 되었고 설계수명 40년이 다하는 2025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고리원전은 30년의 설계수명을 다했으나 10년의 수명연장을 통해 계속 불안한 가동을 하고 있고 울진은 2012년에 수명이 끝났으나 연장시험을 통과하지 못하여 계속 보류 중에 있다.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그 다음이 영광원전 차례인 것이다. 영광원자력발전소와 부안과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가장 가까운 변산의 모항이 21km이고 부안군청 까지가 45km이다.
이미 영국과 독일에서는 우리나라로 말하면 새누리당과 같은 보수정당들 집권 하에서도 후쿠시마 원전폭발사고 이후에 신규원전건설의 전면중단을 선언하고 수명이 다한 원전은 폐쇄해 나간다고 결정했다.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장하나의원이 원전수명연장금지법을 발의했고 시민들의 서명을 받고 있다. 또한 심상정의원은 탈 원전에 대한 로드맵을 국민투표를 통해서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현재 살고 있고 내 후손들이 살아야할, 집과 논밭 그리고 조상들의 묘소가 있는 이곳 부안의 지근거리에 노후화된 원전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과 노후 원전의 위험성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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