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로 찍어내는 사진이 아닌 생각을 표현해내는 사진을 원한다

   
 
기계로 찍어내는 사진이 아닌 생각을 표현해내는 사진을 원한다

흑백텔레비전 앞에 온가족이 올망졸망 모여앉아 ‘웃으면 복이 와요’를 시청할 무렵 어느 날 아버지께서 귀한 물건을 하나 사오셨는데, 그것은 바로 가죽케이스에 담겨있는 수동식 펜탁스카메라였다. 아버지는 그 카메라를 평소에는 장롱 깊숙이 모셔놓았다가 친지의 결혼식이나 졸업식에 출동하셔서 멋지게 플래쉬를 터트리며 주변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곤 하셨다. 덕분에 나도 카메라를 만져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필름을 잘못 감은 탓에 친척누님의 결혼식 사진을 한 장도 건지지 못해 혼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 국민이 모두 카메라를 휴대하고 다니는 시대다. 요즘 스마트폰은 고화질과 손떨림방지 같은 뛰어난 기능은 물론이고 휴대성이라는 최대의 무기로 무장하고 하루 종일 우리들의 손을 떠나질 않는다. 자신의 사랑스러운 애견을 찍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서는 젓가락이 가기 전에 셔터부터 누른다. 억울해서 참을 수 없는 일이 있어도 증거를 남기기 위해 찍고, 사랑하는 연인들은 다정한 포즈로 셀카를 찍는다. 찍은 사진은 자신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서 공유하고 공감받길 원한다.
오늘은 기계로 찍어내는 사진을 거부하고 우리의 생각을 표현해내는 사진을 추구하는 사진모임을 소개한다. “렌즈에 담은 풍경”(회장 한상관 69)은 13명의 회원이 활동 중이며 이들은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된 사진강좌반이 모태가 되어 강좌가 끝난 뒤에도 수강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사진도 찍으러 다니자는 의견이 모아져서 5년 전에 탄생하게 되었다.
회원들은 왕성한 인터넷카페 활동을 통해서 모임의 내실을 다져가고 있는데 회원 개개인의 갤러리방을 만들어서 자신의 작품들을 모으고 공유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회원 서로간의 작품에 대한 선플달기가 활발하다. 선플이 주를 이루는 이유는 사진에 대한 냉정한 비판이 너무 아프고 자칫하면 회원 상호간의 오해와 감정다툼으로 번질 수 있기에 자제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건전한 비평이 없으면 발전이 없는 것 아닌가요?”라고 질문을 던지자 총무 김희주(51)씨는 “우리 모임은 앞서 말한 이유로 비평보다는 칭찬을 해주고 본인이 시간이 흐르고 다른 좋은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깨닫는 방식을 선택했어요. 그래야 모임이 길게 오래갈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지금도 줌렌즈 하나로 사진을 찍는다는 김총무는 회원들의 좋은 카메라에 대한 욕망이 꿈틀거릴 때 자신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서 장비에 대한 욕망을 잠재웠다고 한다. “사실 카메라가 고가품은 굉장히 비싸거든요. 그리고 좋은 사진은 좋은 카메라가 만드는 게 아니라 좋은 안목에서 나오잖아요. 사진보다는 사색을 먼저 하라고 그러고요” 이 대목에서 김총무의 사진에 대한 평소 철학이 엿보인다.
“렌담풍”은 매월 두 번의 정기적인 교육과 한 번의 야외 출사를 나간다. 두 차례의 교육은 회원이면서 선생님역할을 하시는 김영남(61)씨가 이끌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교육시간에 회원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때 우리는 의미가 있는 것을 사진에 담는 것과 평범한 사진에 의미를 담는 것과의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노출이나 초점이나 구도 같은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는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얼마나 의미 있는 사진인가?’란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진이어야 합니다”  보여주는 사진이 아닌 보고 생각하게 하는 사진을 찍으란 말인 듯 생각되었다.
김희주총무는 칭찬 겸 자랑을 이어갔다. “김영남씨가 회원으로 오시면서 선생님 역할을 제대로 하니까 우리 모임이 올바른 방향을 잡고 날로 좋아지는 것 같아서 감사히 생각해요. 어쩜 우리들에겐 행운이죠”
“끝으로 우리 렌담풍이 정기 전시회를 합니다. 많이들 오세요. 이번 주 토요일부터 2주간 군청로비에서 합니다. 그리고 우리 부안에도 제대로 된 전시공간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것 때문에 어려움이 많아요.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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