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시범사업이 기어이 6월부터 시행될 모양이다. 삼성은 반도체, 핸드폰 산업의 한계를 직감하고 차세대 사업으로 의료분야를 정했다. MB 정부 용역으로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원격의료와 건강관리 서비스 사업을 기획하고 시행하려다 시민사회와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주춤하더니 박근혜 정부 들어서자마자 창조경제,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교묘하게 법을 바꾸어 걸림돌을 제거하고 이번에 강행하는 것이다.
많은 국민들은 원거리 환자를 위한 하나의 의료서비스 쯤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삼성이 개방형 건강관리 플랫폼 ‘삼성디지털헬스’를 공개하고 특히 손목밴드 형태의 ‘심밴드( 첨단 생체 센서로 심장 박동수·호흡·혈압 등을 감지하는 장치)'를 개발한 것, 그리고 정부가 의료법인 부대 영리사업을 허용한 것을 보면 의료를 통한 영리화의 본격적인 준비작업이었다. 이번에 시행되는 원격의료는 본격적 의료 영리화의 판도라 상자를 여는 서막인 셈이다. 때마침 삼성의 후계자 '이재용은 의료 · 바이오를 반도체처럼 키운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는 보도 (머니투데이. 2014.06.03)가 나오기도 했다.
원격의료를 원거리 환자를 위한 배려로 포장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정부 예산으로 삼성의 시장조사와 마케팅을 도와주는 정도로 이해된다. 심밴드 형태의 스마트워치가 채워진 환자들의 모든 생체 신호가 대형 병원의 중앙 컴퓨터에 기록 저장된다.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바로 의사에게 전달되며 진단과 처방이 시행된다. 혹은 정확한 검진을 위한 병원 방문을 유도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환상적인 의료체계 같지만 그렇게 만들어 낸 데이터와 기록들은 보다 정교하게 가공된다. 그리고 환자가 아니라 전 국민이 스마트워치를 착용해야만 하는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원격의료로 관리받는 환자들은 유병율과 생존율 그리고 후유증 등이 다른 환자들에 비해서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났다는 자료를 만들어 홍보할 것이다. 미리 미리 스마트워치를 착용하여 관리받으면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다고 발표할 것이다. 그리고 암보험 등 사보험 할인혜택, 나아가 가입의 의무조건으로 변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삼성이 그토록 추구하던 세상이다. 전 국민들에게 핸드폰을 팔듯이 스마트워치를 팔게 될 날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아마도 스마트워치의 진보는 핸드폰 교환주기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일상의 모든 기록들과 호흡수·심박수·운동량·맥박수·식사 시간·수면 시간·수면의 질·성생활 횟수·그에 따른 호흡과 맥박의 변화 등이 낱낱이 기록돼 대형병원 중앙 컴퓨터에 저장되고 자료화되어 어느 누구보다 나를 가장 잘 파악해주는 자료로 활용되며  그것을 바탕으로 진단 처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좀 무리하는 경우도 있고 정상을 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일일이 기록된 비정상 기록들이 모이면 바로 의사로부터 성생활의 횟수니 운동량이니 식생활 등의 간섭과 내지는 조언 그리고 진단 처방이 수반된다. 이것이 과연 의료의 돌봄 기능인지 과잉간섭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가 된다. 보통의 사람들은 의사의 전문성 앞에 매우 무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상-비정상의 판단기준과 기준 적용여부를 의사가 자본으로부터 내 생명을 존중하여 지켜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고혈압 판정 기준을 예를 들면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에서 140 혹은 일부 130까지 기준치를 내리면 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곱절씩 늘게 된다. 140으로 기준이 내려오면서 대한민국도 1년에 2조원대의 혈압약 시장이 되었다. 최근 미국 듀크대에서 150으로 올려야 한다는 보고가 나왔는데, 150으로 올리게 되면 약 1조원 가량의 약을 덜 복용하게 된다. 일본의 내과의사는 혈압약은 뇌출혈의 위험은 줄여주지만 뇌경색 위험은 두 배가 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도카이대학 오구시 요이치). SBS '비만의 역설'에 일본 도후쿠대학 의학연구소에서 일본남자 기준으로 봤을 때 비만인 사람들의 잔여 생존률이 가장 길게 나왔고, 의료비도 가장 적게 들었다는 연구를 참고해보면 모든 건강과 관련한 정상-비정상을 가르는 기준이 환자들 편이기보다는 제약회사나 의료관련 사업 등의 기준에서 판정되는 경향이다. 혈압이든 콜레스테롤 수치이든 정상-비정상의 기준 수치가 자본-권력에 편에서 더 관대하게 설정될 가능성이 있다.  
갑상선암에 대한 조기검진 확대로 절제술이 증가하면서 발병율이 세계 평균의 10배,  자궁적출률은 한국이 세계 1위, 척추수술은 일본의 7배, 항생제 내성율, 주사제 처방율, 약 복용량 등의 수치 등도 월등히 높음을 볼 때, 분명 의사집단도 자본의 질서에 그리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결국 삼성의 자본이 만들어내는 거부할 수 없는 데이터로 무장된 전문적 지식과 정부의 권력이 합하여 만들어내는 의료 체계의 지식-권력의 그물망이 원격의료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부대사업 등을 통하여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합법적 사업을 벌이게 된 것이다. 원격의료는 그물망처럼 국민들 일상에 개입하여 예리하고 정교하게 지속적으로 환자들을 만들어 내는 장치가 된다. 인간 생활의 모든 것들을 수치화할 정도의 진단기기가 발달한 상태다. 조금이라도 비정상 수치들이 나타나면 미래 질병의 가능성을 예고하고 처치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병원이 병을 만들어 내는(Ivan Illich) 가장 최적의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결국 의료가 돌봄 기능을 넘어 일상을 통제하는 역할, 마치 원형감옥 안에 갇혀서 모든 일상을 의사에게 통제 또는 강요받아야 하는, 그리고 조금이라도 이상반응이 발생하면 바로 진단과 처방이 되는 환자 대량생산 세상이 온 것이다(biomedicalization).
인간의 수명이 늘어 80년을 넘도록 산다. 총 의료비 지출은 국가가 부담하든 개인이 부담하든 GNP의 1/4에 달한다. 인간 수명과 의료비를 대비하면 늘어난 수명만큼 의료비를 벌기 위한 노동 시간과 병원에 누워있는 세월도 더불어 늘어, 늘어난 세월은 (평균 20년 가까이) 의료비를 벌기 위한 노동 시간 그리고 병원에 누워있는 세월로 채워진다고 환산해 볼 수 있다. 오래 사는 대신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약을 복용하고 더 많이 입원해야 한다면 이러한 의료의 과잉시대에 인간이 정말로 건강하고 행복한 것일까 하는 끝없는 의문이 생긴다.
신자유주의 자본의 각축장이 되어버린 대한민국에서 쓸 만한 공기업과 민간 기업들이 대부분이 외국자본에 넘어간 마당에 그나마 남아있던 강, 바다, 갯벌마저 돈이 된다면 다 파헤쳐 먹고 이제는 국민들 생명마저 자본놀이 앞에 고스란히 인당수 심청이처럼 재물로 내놓은 상황이다.  정말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면, 자본-권력의 그물망 같은 원형감옥으로부터 탈출하여 내 몸의 주권과 자유를 찾아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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