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목표는 15% 이상을 득표해서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 받는 것이고, 2차 목표는 10% 득표로 선거비용의 반을 돌려받는 겁니다.” 우연히 만난 모 후보가 한 말이다.
며칠 후 퇴근길에서 마주친 다른 후보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귀가 의심스러워 다시 물어보자 지금까지 얼마를 썼고, 앞으로 얼마가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총 얼마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정도 금액은 자기 수준에서 배팅할 만하다, 라는 식의 시시콜콜한 설명이 이어진다.
배팅이라니, 잠시 경마장이나 카지노에 앉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 후보자 홍보지를 받아들고 샅샅이 읽으며 어떤 후보를 찍어야 부안이 좀 더 나아질까 고민하던 이웃 어르신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꼬리를 문다.
내친 김에 이들 후보자들이 그 동안 쏟아낸 공약을 다시금 찾아 읽었다. 부안 발전, 봉사, 희생, 민생, 소통, 경제 살리기 등등 거창하기 그지없다. 군민에게는 그런 약속을 하면서 뒤로는 내심 선거비용 보전이라는 속셈을 하고 있었으니 상실감이 더 크다.
좋다. 어차피 천민자본주의의 역겨운 교태를 즐기며 돈이 된다면 생명이고 인륜이고 자존심이고 다 던져 버리는 세상이다. 어린 생명을 가득 실은 배가 가라앉고 있는 와중에도 주판을 튕기고 있는 이 수상한 시절에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다 치자.
문제는 이 후보자들이 얼핏 영악해 보이지만 참으로 머리가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아예 출마를 하지 않았더라면 돈 쓸 일도 없고, 돌려받지 못할까봐 애면글면 할 필요도 없을 것을 굳이 출마를 고집해 사서 고생을 하느냐 말이다. 그들의 정치적 신념이나 의욕 따위는 접어두고라도 머리가 그렇게 나빠서야 어찌 군정이고 도정이고 맡길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 후보는 말한다. 어차피 이번에 당선되기는 틀렸고 차기를 노리는 수순이라고. 그래서 이번 배팅으로는 이름을 널리 알리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이것도 틀렸다. 이름 알려졌다고 표를 얻을 수 있다면 이름난 배우나 운동선수들 다 군수 하고 의원 하겠다.
이름에는 의당 그 이름이 웅변하는 가치가 배어 있게 마련이다. 선거판에서 허명을 드높게 휘날리느니 그 시간과 비용을 가치 있는 일에 ‘배팅’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후보자라면 모름지기 군민을 만나 그들의 애로와 소망을 듣고 어떻게 군정에 반영하고 실천할 것인가에 대해 골몰하는 것이 기본일 터. 세상을 살아가는데 기본을 망각하지 않는 자세,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면 얼마간의 희생정도는 감수하려는 태도, 그런 자세와 태도가 바로 유권자들이 후보자에게 바라는 덕목일 것이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일전의 그 후보가 거리의 유권자에게 열심히 인사를 하며 명함을 돌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창문을 열어젖히고 그 후보 믿지 말라고 소리치고 싶은 욕구를 목구멍 속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원컨대 그들이 15%는커녕 10% 득표도 못 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국민이 낸 아까운 세금이 그들 선거 배팅꾼의 주머니로 되들어가는 일은 없기를, 부디 다음 선거판에는 얼씬도 못하기를 고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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