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 작은 도서관에 큰 희망을 불어 넣는 도서관 지킴이

개암 작은 도서관에 큰 희망을 불어 넣는 도서관 지킴이

   
 
부안에는 두 개의 작은 도서관이 있다. 하서에 있는 고인돌 작은 도서관과 상서에 있는 개암 작은 도서관! 이 도서관을 운영하는 지킴이 중의 한 분인 개암 작은 도서관의 오경아씨를 만났다.
- 도서관 내부 구조가 좀 복잡하네요? 원래 이렇게 설계된 건가요?
“아뇨. 이 건물은 원래 보건 지소 건물이었어요. 보건 지소가 새 건물을 지어 옮겨가게 되면서 리모델링해서 도서관으로 쓰고 있어요. 그래서 좀 복잡해 보여요. 한쪽 구석에 있으면 누가 있는지 알 수도 없어요. 대신 유아방에서는 맘껏 떠들어도 밖에서 잘 안 들리니 엄마랑 아기랑 놀기 좋은 점도 있지요.”
도서관 여기 저기를 둘러보는데 도서관이 좀 추웠다. 낮에 아무도 없을 때 전체 난방을 하면 낭비가 된다고 데스크 밑에 온풍기 하나만 켜고 지내고 있는 알뜰 살림꾼이었다.
- 아무래도 시골이라 낮에는 사람이 없네요.
“낮에는 어른들이 주로 책을 빌리가고요. 어른들은 도서관에 오래 머물지는 않아요. 대신 오후 5시쯤 되면 우덕초등학교 학생들과 상서중학교 학생들이 몰려들어요. 애들은 더 놀고 싶어하는데 평일에는 시간이 짧고요. 대신 토요일에는 아침 개관시간 전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개암 도서관의 터지킴이는 학생들예요. 이제 자기들끼리 ‘꼬마 사서’라고 하면서 함께 책정리도 하고 문단속도 하고 그래요.”
- 참 기특한 놈들이네요. 어떻게 그런 관계가 됐어요?
“개관하고 처음에는 애들이 몰려와서 자기들 아지트로 만들려고 그랬어요. 공용 컴퓨터에 매달려서 오락하거나, 열람실에서 핸드폰 게임에 몰두하곤 했지요. 별로 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그런데 그 중 일부가 책을 슬쩍 보구는 제자리에 꽂지도 않고 여기 저기 구석진 곳에 처박아 두고 가는 거예요. 점차 애들 이름을 알게 된 후 그 책을 봤던 애한테 책 내용으로 말걸기를 했지요. 그랬더니 쑥스러워하면서 자기가 그 책 본 것을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는 겁니다. 이렇게 서로 말문이 트이고, 책 이야기를 하면서 점차 애들이 책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충격(?)적인 일이 있었죠.”
- 그래요?
“우리 도서관에서 가장 책을 많이 빌려보시는 어르신이 계시거든요. 거의 일주일에 3권씩 꾸준이 빌려보시는 할머니신데, 당시엔 영어 공부를 하시느라 교재를 늘 빌려보셨든요. 그런데 어느 날 중학생들이 할머니께서 영어 교재를 빌려가시는 것을 보게 됐죠. 그리고 그 연세든 할머니께서 영어 공부를 하신다는 것을 알고 충격을 받은 거예요. 그 뒤로 애들이 점차 도서관에서는 오락 같은 거 안하고 모두 책들을 봐요. 그리고 여기서는 책 가지고 충분히 놀 수 있으니 다른 게 필요없는 거지요.”
- 애들이 귀찮을 수도 있을 텐데 애들하고 잘 지내시는 거 같네요.
“초등학교 애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첫째는 놀아주세요 둘째는 숨바꼭질 해도 돼요? 라는 거예요. 애들이 놀아주세요 하면 책읽기 게임같은 것을 해요. 놀긴 노는데 책과 연관해서 노는 거지요. 그랬더니 이제는 언니 오빠들이 동생들과 그렇게 놀아주기도 해요. 참 대견하지요? 두 번째 요구사항에는 책 3권 읽으면 끝나는 시간쯤에 30분 숨바꼭질을 하자고 제안하지요. 단 다른 사람들 방해가 안될 경우에만. 처음에는 애들이 건성으로 다 읽었다고 하기도 했지요. 그러다 책 내용을 하나하나 따지면 후다닥 도망가서 다시 읽어 와요.”
- 애들 참 착하네요.
“아무래도 시골 애들이라 그런지 인성이 참 좋아요. 어르신들 대하는 태도도 보면 인사도 잘하고 문도 잘 잡아주고 그렇더라구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독서량도 부족하고 쓰는 능력도 조금 떨어지는 것같아서 그런 부분을 보충해 주려고 노력해요. 한줄 동화 쓰기는 애들의 쓰는 능력을 향상시켜보려고 시도하고 있는 거예요.”
도서관 벽에는 온갖 이야기꺼리가 가득하다. 애들이 쓰고 있는 한 줄 동화가 있고, 교육 프로그램 성과물들인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고, 독후감을 대신해서 한 줄씩 메모로 책의 여운을 전하는 “짧은 글 긴 여운”이라는 코너에 주민들의 쪽지들이 가득하다. 도서관 고객으로는 3살짜리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들까지 있다. 젊은 주부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12월까지 모두 계획되어 있다. 도서관을 찾는 분들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들은 도서관 책을 다 읽는 것으로 오해하고 책 내용에 대하여 문의하기도 하고 추천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그 요구에 대해서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면 될 것을, 되도록 제대로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틈나는 대로 책을 뒤져 읽는 오경아씨는 오늘도 눈이 약간 벌겋다.                                    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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