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단연 화제가 된 건 김연아선수의 일명 ‘금메달 강탈사건’이었습니다. 러시아에 우호적인 심판진에 문제를 제기하는 여론이 일었고, 지금까지도 온라인상에서는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경기가 끝난 후 해당 심판 중 한명이 러시아선수와 포옹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더 거세지기도 했는데요. 공정해야 할 스포츠경기에서 심판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6·4 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다시 언급할 필요가 없겠지요. 특히 주권자로서 시민의 권리가 온전히 실현되도록 하는데 언론의 역할과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선거 때마다 언론사의 편파보도가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심판이 아닌 선수로 뛰면서, 언론자유의 특권 속에 몸을 숨기는 일들이 비일비재합니다.
사실 현대 민주사회에서 언론에 여러 특권이 제공되는 이유는 민주주의 유지 및 발전에 대한 언론의 고유한 책무 때문입니다.
우선 언론종사자들은 정보에 대한 배타적 접근권을 갖습니다. 고금을 망라하고 정보에 대한 접근권은 곧 권력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직접 경험을 통해 어떤 사실을 알기도 하지만, 정보와 지식을 통한 간접 경험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사람들은 정보라는 형태의 이미지를 통해 사물이나 현상을 파악한다는 것인데요, 미국의 물리학자인 베이어는 정보(information)를 “존재에 형상을 주입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언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수용자들도 중요하다고 인식하도록 만드는 힘을 가리키는 ‘의제설정’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들은 언론보도가 자신보다는 타인에게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3자 효과(third person effect theory)라고도 하는데요. 자신은 왜곡된 보도를 보아도 그것을 인식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으나, 일반 사람들은 그 보도를 보고 그대로 믿어 잘못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결국 언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개연성이 높아진다는 점입니다.
다른 측면에선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라는 대통령마저도 자신의 정책을 시민과 공유하기위해서는 미디어를 경유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언론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거죠. 이는 유권자들의 표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 언론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됩니다. 언론사도 이걸 활용합니다. 정치 환경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 하거나, 관급공사나 홍보예산 등 이권에 개입하는 배경이 되기도 하죠. 특히 자신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측면을 과도하게 포장함으로써 여론을 좌우하려 합니다. 선거시기 이런 현상은 더욱 노골화되는데요. 지난 대통령선거 보도에 대해 감일근 노컷뉴스기자는 미디어조직에 의한 왜곡, 토론 프로그램의 패널에 의한 왜곡, 기자에 의한 왜곡, 편집에 의한 왜곡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노컷뉴스, 2012.10.6)
이는 비단 서울소재 언론사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체환경변화에 따라 경영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지역언론에서는 아예 대놓고 선수로 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시민이 나서야 할 때입니다. 때마침 민언련 등 시민사회단체와 언론노조, 언론학회 등이 선거보도감시연대회의를 구성한다고 합니다. 김연아선수가 올림픽 금메달을 빼앗긴 것도 ‘선수로 뛴 심판’들 때문이었습니다. 유권자의 표심을 왜곡하려는, ‘선수로 뛰는 심판’에게도 이젠 ‘RED CARD'를 줘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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