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좋아, 바다가 좋아

- 격포항에서 작업하는 선장으로서는 제일 어리다면서요?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5년 전부터 선장을 했으니까, 26살에 선장을 한 셈이지요. 그 때는 다른 사람 배를 탔는데, 작년에 제 배를 마련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제가 젤 어린 선장이자 선주일 거예요.”
- 빵빵한 자부심이 느껴지네요. 배는 언제부터 탄 거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열 아홉 살 때부터 아버지 새우잡이 배를 탔어요. 한 3년 탄 후에 다른 배들을 타기 시작했어요.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여러 배를 옮겨 탔습니다. 전어잡이 배도 타구요. 그러다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돼서 선장이 되었구요.”
- 아버지랑 타던 새우잡이 배하고, 전어잡이 배하고는 많이 다른가요?
“규모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어요. 새우잡이는 둘이 할 수 있는데, 전어잡이는 4-5명 이상이 조직적으로 작업을 해야 해요. 어획량도 차이가 있구요. 꼭 전어잡이배를 마련하고 싶었는데 결국 11년 만에 마련한 셈이지요.” 

   
 
- 생긴 외모로 봐서는 물고기에게 호통을 치면 쳤지, 그물을 잘 꿰맬 것같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큰 덩치에 우악스러워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농을 쳤다.)
“(배에 있는 그물을 뒤적여 꿰맨 자리를 보여준다) 제가 생김새는 좀 이래도 이런 거 잘 해요. 남들은 잘 안 믿어주는데, 저는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저는 바다에서 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재미있어요.”
- 가장 기억나는 일은요?
“전어 10톤을 잡았을 때요. (함지박 만한 웃음이 뒤따른다) 평소에는 1-2톤 정도 잡는데, 10톤을 한꺼번에 잡으니 대박이었지요. 키로당 2,000원씩 2천만원치를 한방에 잡았다는 거 아닙니까.”
- 위험했던 일은 없어요?
“새만금 수문 앞에서 일할 때, 배가 수문으로 끌려들어갈 뻔 해서 많이 쫄았어요. 닻을 내리고 2시간 정도 버텼지요. 그 외에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은 없었어요. 일기 예보가 발달하고, 그리고 통신이 발달해서 위험하면 바로 피항하니까요.”
- 근데 선주라고 했는데 돈 많이 벌었나봐요?
“빚이죠. 빚도 능력이 있어야 하니까 능력이라면 능력인데, 아직은 온전히 내 것은 아니예요. 10년 전에나 지금이나 나오는 고기량도 같고, 값도 비슷해요. 바닷일은 숱할 때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따지면 크게 수지맞는 일은 아니지요. 바다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 (젊은 사람이 뭐가 그렇게 바다가 좋을까?) 다른 일은 안해본 거 아니예요?
“전주에서 10개월정도 공장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일도 별로 힘들지 않고, 월급 꼬박꼬박 나오고. 근데 못하겠더라구요. 그래서 내려왔지요. 전 바다가 좋아요.”
뭐가 그렇게 좋냐고 물으니 말을 못한다. 그냥 히죽거린다. 애들에게 어떤 것이 왜 좋냐고 물으면 도대체 왜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그냥이라고 대답할 때가 있다. 진짜 좋을 때 그런 반응이 나온다. 이 친구 표정이 그렇다.
그의 바다에 대한 사랑이 하늘이 준 평생 정규직으로 보답 받으면 좋겠다. 
신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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