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노령연금 두 배 인상’,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만 5세까지 국가무상보육’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후보와 새누리당이 내세운 복지 관련 주요공약이다. 경제민주화와 함께 복지는 당시 박근혜후보의 핵심공약이었다. 그런데 대통령 취임 6개월 만에 공약이 산산이 부서져 허공으로 흩어졌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한 일 년 정도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해보고 못 지켜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겉으로나마 진정성이 보였을 터인데, 경제민주화는 당선되자마자 창조경제라는 아직까지 개념도 못 세운 모호한 수식어로 덮어버렸고. 복지관련 공약은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용두사미가 됐다. 야당에서 거짓말쟁이 사기꾼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어도 정부와 여당은 낯을 들기 어렵게 됐다.
박대통령은 작년 TV토론에서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일률적으로 지급하겠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약속했다. 소득하위 80% 이하 계층을 대상으로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문재인후보와는 확실히 달랐다. 세금을 더 걷어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민주당 안에 맞서 박대통령은 재정지출을 개혁하고 지하경제를 양성화해서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세금을 더 걷어 상대적으로 못사는 노인들을 지원하겠다는 문재인후보는 세금을 더 걷지 않고 모든 노인들을 지원하겠다는 박근혜후보에게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데 막상 이제 와서 박대통령은 65세 이상 중 소득하위 70% 이하만, 그것도 국민연금 수령액과 연계해 10만원에서 20만원까지 차등지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 책임’ 공약도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 간병비 등을 배제시켜 결과적으로 100%는 과대선전이 되고 말았다.
‘만 5세까지 국가무상보육’ 공약도 박근혜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선거과정에서 박대통령은 “아이 키우시는 부모님들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라며 특유의 조신하면서도 단호한 어투로 장담했었다. 당선자 신분이었던 지난 1월 13일 전국시도지사 간담회에서는 “보육사업처럼 전국 단위로 이루어지는 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교통정리까지 했다. 그러나 현실은 0세에서 2세까지로 대상을 축소해서 지원하되 재원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도록 했다. 중앙정부의 부담률 또한 당초 약속보다 대폭 줄였다. 무상보육이든 기초연금이든 결국 생색은 박대통령이 내고 부담은 지방자치단체에 미룬 꼴이다. 그 생색도 실제로는 과대포장이자 약속위반이 되고 말았지만. 

무상보육 대상에서 제외된 아이들은 내용을 모를 터이니 말이 없으나, 20만원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은 말들이 많다. 서울 강남에 사는 한 노인이 말한다. “난 원래부터 반대였어. 복지하면 나라 망해. 똑같이 나눠주면 공산당이야.” 전직 회사 임원이었다는 한 노인도 거든다. “공약은 바뀔 수도 있는 거야. 정부가 결정하면 국민은 따라야지. 국가재정이 어렵다니 난 안 받아도 돼.” 그럴 수도 있겠다. 20만원이 고급 일식집에서 한 끼 식사 값에 불과한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껌 값일 것이다. 그러나 지방은 다르다. 버스터미널에서 만난 동네 어르신이 핏대를 세우며 말한다. “누가 달라고 했나? 지가 먼저 주겠다고 해서 표 찍어줬더니 이제 와서 딴소리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지만 너무해. 내 다음에는 절대 안 찍는다.” 대통령은 한 번 밖에 못한다는 말에 그 어르신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혼잣말로 우물거린다. “그네 애비는 몇 번 했는디.” 전직 교사였던 노인이 말을 받는다. “이명박 때 부자감세 해준 것 도로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20만원 공약을 지킬 수 있다는데, 박대통령도 역시 재벌 편인가 봐.” 공직에 있던 사람들은 연금이 나오니 안정된 노후생활이 가능하겠지만 서민들의 경우 9만원 받던 이가 20만원 받는 것, 노부부가 19만원 받던 것에서 40만원을 받는 것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장꼬장한 어느 노인 말이 귓가에 아직도 맴돈다. “이 바보들아! 문제는 돈이 아니고 거짓말이야. 당선되고 나면 그만인 약속, 박근혜도 못 믿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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