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박근혜대통령의 취임 후 ‘사실상’ 첫 기자회견이 ‘화기애애’하게 끝났습니다. 잘 짜인 대본에 따라 충실한 배우의 역할을 수행했던 ‘불통’ 대통령과 ‘무례하지 않은’ 기자들 덕분이었습니다.
이날의 기자회견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그간의 ‘불통’논란 때문이었습니다. 경제민주화, 노령연금 등 잇따른 공약파기와 국정원 대선개입, 역사왜곡 교과서, 철도민영화 논란처럼 민감한 현안에 대해 ‘덕 본 일 없다’거나 반대세력의 ‘발목잡기’로 치부해왔던 박근혜정부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자회견 직후 언론계 안팎의 반응은 싸늘한 것 같습니다. 대통령의 인식이 이정현수석의 ‘자랑스런 불통' 발언에서 한 치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대선 1주년인 작년 12월 18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잇따른 불통논란에 대해 ’원칙대로 하는게 불통이라고 한다면 자랑스런 불통‘이라는 해괴한 발언으로 안팎의 비난을 산 바 있습니다. 야당의 논평은 단 한마디 ’헐‘이었습니다. 그래서입니다. 대통령 본인의 입으로, 이런 불통논란에 대해 진정성있는 소통의 노력을 기대했던 겁니다. 하지만 그는 “그간 우리 사회에선 불법으로 막 떼를 쓰면 적당히 받아들이곤 했는데, 이런 비정상적인 관행에 대해서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것을 소통이 안 돼서 그렇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라 생각한다”면서 그 기대를 단칼에 꺾어 버렸습니다. 대통령이 나서 정부정책에 대해 반대하면 ‘떼쓰기’고 ‘불법’이라고 재단하는 한 그 사회의 소통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불통’이 생겨나는 건 무엇보다 ‘정상’적인 것과 ‘비정상’적인 것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말하지만, 시민들은 ‘상식의 몰락’을 이야기합니다. 한겨레신문 곽병찬대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그렇다면 국정원의 정치 공작도 정상화고, 국가기관의 선거 개입도 정상화이며, 검찰총장 사찰과 공갈 협박에 의한 퇴출도 정상화고, (대화록과 엔엘엘) 모략도 정상화입니다. 불법이 정상이고 준법은 비정상입니다. 낙하산 인사도 정상화고, 편중 인사도 정상화고, 종북 혹은 용공 몰이도 정상화고 이를 통한 국민 분열도 정상화입니다. 역사 왜곡도 정상화고, 영리화로 호도한 철도·의료의 민영화도 정상화입니다. 40년 전으로 되돌아간 정권의 퇴행도 선진화고 정상화입니다”라고 개탄하기도 했습니다.

‘무례하지 않은’ 기자들

기자회견 후, 인터넷상에는 때 아닌 노무현 전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앞에서 지나칠 정도로 당당하던 언론사들의 10여 년 전 모습과 2014년 오늘의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일 겁니다. 한 청와대 줄입기자는 “야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퇴진을 말하고 현 정권의 한 시민이 분신으로 촉구한 국정원 특검에 대한 이슈가 너무 두루뭉수리하게 질문되고, 간략하게 답변되는 데 그친 걸,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PD저널 1월 6일자 ‘대통령에게 무례하지 않은 기자들’)
50여 년 동안 미국 백악관을 출입하며 10인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헬렌 토머스는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란 없다”고 말했답니다. 언론탄압을 말하기 앞서 자기검열의 늪에 빠져버린 우리 언론인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아닐까요?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