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처럼 적당히 선량하고 많이 소심한 보통사람들이 건달과 양아치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자칭 건달에게는 양아치 취급만큼 불명예스럽고 치욕적인 경우가 없단다. 도대체 건달과 양아치의 차이점이 무엇이기에 그럴까? 사전을 찾아보니 건달은 ‘특별히 하는 일 없이 행패나 말썽을 부리고 다니는 사람’이며, 양아치는 ‘품행이 불량스러운 사람 또는 거지를 속되게 부르는 말’이다. 건달이나 양아치나 주먹을 쓰며 행패를 부리는 점은 마찬가지인데 건달은 품행이 불량스럽지 않고 거지노릇을 하지 않는가 보다. 우리가 보기에는 둘이 오십보백보이겠거니 하면서도 건달에게는 최소한도의 자존심과 금도가 있구나 생각이 든다. 하기야 중국의 악랄하기로 유명한 도둑인 도척이도 도둑의 도를 설파하고 있다. 도둑의 도란 물건이 있는 곳을 꿰뚫어 보니 성(聖)이요, 훔치러 들어갈 때 맨 먼저 들어가니 용(勇)이요, 나올 때 가장 뒤에 나오니 의(義)요, 훔친 물건의 가치를 아니 지(知)이며,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니 인(仁)이라 했다. 도둑에도 큰 도둑과 좀도둑이 있나보다.

8월 중순 경 어느 여론조사기관에서 인천지역 주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선 3일 전,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경찰의 중간수사발표가 후보선택에 영향을 주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박근혜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13.6%가 그 당시 댓글이 발견됐다고 사실대로 발표했다면 문재인 후보를 찍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인천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후보와 문재인후보가 전국적으로 얻은 득표률과 거의 일치하는 투표결과를 나타낸 지역이며, 주민들의 출신지역에 따른 분포도가 전국을 대표할만한 지역 중 하나다. 만약 이 데이터를 전국으로 확대한다면 당락이 뒤바뀌었을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려운 일이다. 당락이 뒤바뀔 가능성은 모르는 일이라 쳐도, 경찰발표가 국민의 표심을 훔친 것만은 확실하다. 적어도 인천에서 13.6%의 유권자는 표심을 도둑맞은 것이다.
국정원 댓글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가 실제 일어났던 범죄로 발표되자 국정원에서는 NLL 포기발언이라 주장하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불법으로 공개하여 사실을 왜곡하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이미 정권의 시녀가 된 공영방송과 수구언론들이 맞장구를 치며 국민의 관심을 돌리는데 성공하는 듯했다. 그러나 의식이 깨어있는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처음에 몇 십 명이 모여 밝힌 촛불이 100일이 채 안된 지금에 와서는 전국적으로 10만 명이 넘게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방해공작으로 인해 아무 성과 없이 끝난 국정조사의 가림막 뒤에는 국정원 댓글녀 김아무개가 앉아 있었다. 이 모양과 겹쳐, 국정조사를 방호막 삼아 그 뒤에 숨어있는 박근혜대통령의 모양이 퍽이나 초라하다. ‘젊은이들의 피로 지킨 NLL을 사수하겠다’는 등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생뚱맞은 말이나 해가며 모양새를 구기고 있다. 박대통령은 지난 대선과정에서 본인이 알았던 몰랐던, 개입했던 안했던 관권을 동원한 부정선거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이를 부정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는 국민들은 그녀가 무책임하다고 느낀다. 더 나아가 무능하고 몰염치한 모습으로 비친다. 두 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지금은 박정희대통령처럼 군사쿠테타로 권력을 잡거나 온갖 부정선거가 난무하던 6~70년대가 아니다. 계엄령이 통하던 80년대도 아니다. 시간뿐 아니다. 여기 이 곳 대한민국은 쟈스민혁명을 총칼로 억누르고 다시 군사통치로 퇴행하는 이집트가 아니다. 침략과 수탈의 죄악으로 얼룩진 과거사를 사죄는커녕 반성도 못한 채 알량한 자존심으로 군국주의를 지향하는 못난 정치인에게 표를 찍는 일본도 아니다.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은 5.16을 버려라. 51.6%도 잊어라. 48%를 기억해야 살아남는다. 지난 대선에서 일어난 국정원 댓글사건과 경찰의 허위 중간수사발표, 그리고 ‘대화록’ 공개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즉각 사과하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양아치는 염치를 모른다. 도둑도 다섯 가지 도를 지켜야 큰 도둑이다. 국민의 마음을 훔치는 큰 도둑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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