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잃은 것은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은 것은 많이 잃은 것이요. 건강을 잃는 것은 모두를 잃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처럼 건강은 매우 소중하다. 그래서 인지 요즘은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건강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건강까지 생각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더욱 특별하다.
김호성(84) 어르신이 그러한 따뜻한 가슴의 소유자다.
어르신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일 폭염이 기승하는 오후 3시 내요리 마을을 찾았다. 마을 앞 모정에서 첫 만남을 가졌고 이곳에서 어르신의 인생을 잠시 들어봤다. 어르신의 말은 차분하면서도 평양 사람들의 특유의 억양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얼굴은 조금은 그을린 듯 하고 시골 여느 동네 어르신처럼 선한 인상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평양 신오리 입니다. 이곳에서 살다가 6.25가 발발해 21살이 되던 해에 혼자 남하 했습니다. 그리고는 줄 곧 서울에서 생활했습니다.”
김호성 어르신은 남하 후 포목점일을 하다가 서울 평화시장에서 친구와 함께 아동복 골덴 바지를 만드는 사업을 하면서 남한에서 터전을 다져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을 같이한 친구의 배신으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하지만 어르신은 그에 굴하지 않고 제과점과 건어물 장사 등 다양한 일들을 하며 남한 생활에 적응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 결혼을 하고 2남1녀의 자녀도 두게 된다. 시간이 흘러 자녀들이 모두 출가하고 어르신은 자연스럽게 건강에 관심을 갖게 된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건강도 함께 걱정 했다.
이러한 생각으로 61세가 되던 해에 서울 중랑구 봉화산 체조회를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뜻이 맞는 그 지역 1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했다.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회원들과 함께 봉화산에 올라 체조를 하며 주민들과 함께 건강을 지켰다. 그렇듯 매일 같이 꾸준하게 운동을 하고 매월 2회씩 정기 산행을 하는 등의 친목으로 어르신이 부안에 내려올 쯤에는 회원수가 500여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어르신이 부안에 내려온지는 2003년 10월경으로 이제 10년이 되어간다. 지인으로부터 부안이 살기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려왔다는 어르신은 처음에 아는 사람이 없어 자전거로 부안을 일주 했다. 부안읍 주변은 물론 줄포, 곰소, 계화 등 몇 시간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부안을 알아갔다.
평소 타인을 위하는 마음과 건강까지 염려하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던 어르신은 지난 2006년 부안종합사회복지관을 나오게 되면서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된다.
김호성 어르신은 다른 어르신들과 함께 ‘희망 봉사단’을 조직해 복지관 안내데스크에서 식권판매 일부터 식당청소, 목욕탕 청소, 세탁 등 많은 일손을 돕는다.
어르신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부안군 최초로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를 만들어 어르신들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그라운드 골프 동호회는 창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지난해에 열린 전북도민생활체전에 출전하고, 올해에는 전국체전 어르신부에 출전해 4등을 하는 쾌거를 올렸다.
어르신의 앞으로의 계획은 부안 각 읍면에 그라운드골프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다.
“대부분 노인정에서는 방에서만 있는 게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가끔은 밖에서 자연과 함께 운동을 하면 우울한 마음도 사라지고 운동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의 개인적인 바람은 각 마을에 그라운드골프를 할 수 있는 장비가 있었으면 하는 것 입니다. 그래서 군 의장님과 만나서 협조를 구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습니다.”
김호성 어르신은 여기에 또 하나에 바람을 전했다. “현재 부안종합사회복지관에 포켓볼 테이블 1개가 있는데 너무 부족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앞으로 2개 정도만 더 있었으면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에게 매우 좋은 선물이 될 것 입니다.”
이처럼 남을 배려하는 김호성 어르신의 따뜻한 마음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서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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